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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8817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0
    조회수 : 1445
    IP : 178.62.***.23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6/27 20:42:43
    http://todayhumor.com/?panic_88817 모바일
    [오컬트학] 안 들려
    안 들려

    가장 먼저 깨달은 건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남동생은 초등학교 2학년 때이다.
    같이 건담을 보고 있었는데, 평소엔 말수도 없고 얌전한 동생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안 들려"라고 했다.
    나와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슨 소리냐고 물었지만
    "암 것도 아냐"라며 동생이 당황하던 게 외려 더 수상했다.
    그 날 자기 전에 '앞으로 동생에게 무슨 이상한 일 있으면 꼭 말하라'고
    엄마가 당부하셨다.
    그 일은 생각보다 금세 일어났다.

    당시에 매일 같이 가까운 신사에서 놀았는데,
    그곳에 가던 길에 일어난 일이다.

    앞에서 걷던 동생이 아무 것도 없는 길에서
    뭔가를 피하듯 곡선을 그리면서 걸었다.
    그곳은 길 가에 지장 보살을 모신 사당이 있는 곳이었다.
    지금까지 앞장서서 걷느라 몰랐지만,
    동생은 그곳을 지날 때 반드시 그렇게 걸었던 것이다.
    엄마께 말씀드리니 엄마가 동생을 병원에 데려가셨다.
    처음에는 안과에 갔다가, 다음은 정신 병원에 갔다.
    동생은 아무 말 없이 엄마를 따라갔다.

    돌아오신 엄마께 "어땠어요? ○○가 어디 아파요?"하고 여쭤보니
    검사 결과는 내일 모레 나오지만, 딱히 이상은 없는 것 같고
    매우 건강한 상태라고 했다고 했다.
    의사 질문에도 또박또박 대답해서 똘똘한 아이라고 칭찬 받았다는 듯 하다.
    환청과 환각에 대해서는 아직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지켜보자고 했다고 한다.

    엄마와 내가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더니
    무서운 병이 잠복한 가능성 같은 건 없었고
    시각과 청각에도 이상이 없고, 지능지수가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해서
    엄마가 왠지 매우 기뻐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물론 나도 기뻤다.

    그런데 그 후 동생은, 나와 함께 신사에 가지 않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같이 놀자고 해도 다른 애들과 놀게 되었다.
    울 정도로 슬펐던 나는 엄마에게 동생에 대해 말한 걸 후회하게 되었다.
    나는 다치거나 사고가 나는 것 외에는
    동생이 뭘 하더라도 앞으로는 절대 엄마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마음에 맹세하고
    동생에게 전부 말하고 울면서 사과했다.
    동생은 웃으며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해주었다.

    다음 날, 같이 신사에 갈 때
    신사 뒤에 있는 수풀에서 개가 두 마리 땅을 파고 있었다.

    우리가 온 걸 알고 개들이 도망쳐서
    동생 뒤를 따라 슬금슬금 가보았더니
    땅에서 뼈가 튀어나온 게 보여서 다들 비명 지르며 도망쳤다.
    나는 동생 옷을 붙잡고 억지로 도망치려고 했는데,
    동생은 내 손을 뿌리치더니 그 뼈를 땅에서 파냈다.
    동생이 손을 뿌리쳤다는 사실이 쇼크였는데,
    나는 그 광경을 왠일인지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뼈에 파란 천이 달려 있었고, 동생이 들어올리니 투둑하고 작은 뼈가 땅에 떨어졌다.
    곧장 집에 돌아가 동생이 전화로 신고하여, 경찰이 집에 왔다.
    엄마도 황급히 회사에서 돌아왔고,
    나는 엄마에게 혼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엄마는 기뻐했다.
    그날 밤은 소동이 일어나 엄마가 삼촌을 불러서
    나와 동생은 엄마와 같이 한 이불에서 잔 기억이 난다.

    이건 나중에 알게 된 일인데
    파란 천을 보고 "아마 저건 소매야"라고 그때 생각했는데
    그곳에 두 사람이 묻혀 있었다.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 뼈와, 어린 소녀였다고 했다.

    당연히 우리는 신사에서 노는 게 금지되었는데
    한 달 후에는 신사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놀았다.
    문득 남동생이 지장 보살이 있는 곳에서 피하지 않고 걷는 걸 깨닫고
    큰 맘 먹고 동생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동생은 아무렇지 않게 "항상 거기 모녀가 앉아 있었거든"라고 말했다.
    소름이 돋은 내가 "귀신이야?"라고 물었더니
    역시 아무렇지 않게 "잘 몰라도 아마 산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라고 했다.
    그리고 미소지으면서 "이젠 없으니까 무서운 건 다 끝났어"라며 내 손을 잡아 주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81814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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