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상반되는 신사</b></div> <div><br></div> <div>27살 때, 여동생과 상경했을 때 쯤 있었던 일이다.</div> <div><br></div> <div>당시에 내가 일하던 회사 근처에 신사 두 개가 인접해 있었다.</div> <div>신사는 둘 다 역 앞에 있었다.</div> <div>한 쪽은 K 신사였고, 다른 하나는 Y 신사였다.</div> <div>유명한 신사여서, 수험 시즌이 되면 Y 신사는 TV에 나오기도 했다.</div> <div>이 Y 신사에는 학문의 신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div> <div><br></div> <div>위험천만이다.</div> <div>신사 주변만 그런 건지, 신사만 그런지는</div> <div>안에 들어가 본 적 없으니 확실하지는 않지만……</div> <div>확인만 하려고 해봤지만 낮에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div> <div>회사도 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는데, 역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div> <div>K 신사로 가는 길과 Y 신사의 땅에 일부 들어가는 길이 있다.</div> <div>Y 신사로 가는 길이 회사로 가는 지름길이다.</div> <div>역에서 걸어서 2분 정도 걸린다.</div> <div>아침에는 일분 일초가 소중하다.</div> <div>특히 나는 흡연자라서 회사에 빨리 가서 담배 한 대를 태우는 게 참 좋다.</div> <div><br></div> <div>Y 신사 길이 있다는 걸 알기 전에는 K 신사로 가는 길로 걸었는데</div> <div>출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아침이라 괜찮겠다 싶어서</div> <div>Y 신사 쪽 길을 매일 지나갔다.</div> <div>그런데 Y 신사 앞을 지나가면 뭔가 썩은 내가 난다는 게 좀 신경이 쓰이긴 했다.</div> <div>그래도 매일 아침 이용했고, 그러다가 퇴근 길에도 이용하게 되었다.</div> <div>2개월 정도 지난 어느 날, 퇴근해서 방에 축 널부러져 있다가 꿈을 꿨다.</div> <div><br></div> <div>낡고 낡은 커다란 저택의 한 방에서 나를 포함해 몇 명의 사내가 있었다.</div> <div>나는 커다란 거울 앞에서, 기생 같아 보이는 여자를 눕혀 놓고 누르고 있었다.</div> <div>여자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지고, 기모노도 흐트러진 모습이었다.</div> <div>나는 아무 생각 없이 여자의 머리칼을 잡아 채어, 머리를 들어올렸다.</div> <div>새하얗고 예쁜 목이 드러났다.</div> <div>그 목에 다른 사내가 날카로운 칼을 찔러 넣었다.</div> <div>머리칼을 잡아채어 위를 향하게 했기 때문에</div> <div>상처는 < 모양으로 번져갔다.</div> <div><br></div> <div>그때 꿈에서 내 의식이 깨어났지만,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div> <div>으아… 기분 나빠.</div> <div>그런 생각을 하는데 여자 목을 다 자른 칼이 내 장딴지에 박혔다.</div> <div>그때 내가 기모노를 입은 사내임을 알게 되었다.</div> <div>사내의 의식과 내 의식이 겹치게 되ㅏ었다.</div> <div>사내는 동료가 실수로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으니 치료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div> <div>나는 사정을 모르니 패닉 상태에 빠졌다.</div> <div>상처를 입은 사내는 고개를 들어 동료를 보니, 동료는 웃고 있었다.</div> <div>셋 있었던 것 같다.</div> <div>셋 다 손에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흉기를 들고 있었다.</div> <div>그리고 날 바라보며 히죽거리며 웃었다.</div> <div><br></div> <div>안 돼! 위험해!! 도망쳐야 해!!</div> <div>사내의 의식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div> <div>나는 완전히 글렀다고 생각했다.</div> <div>억지로 내 정신이 파고 들어보려고 노력해보았다.</div> <div>동시에 가위에 눌리는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div> <div>다가온 사내들이 손에 든 흉기는 산채로 머리를 으깨려는 것임을 생각하며</div> <div>억지로 어떻게든 벗어나려 발버둥치며 눈을 떴다.</div> <div><br></div> <div>꿈에서 깨어나 눈을 뜨고 몸을 움직였지만</div> <div>내 눈에 꿈의 잔상이 남아 있었다.</div> <div>온 몸의 힘이 빠져서 당장에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div> <div>어떻게든 내 현실 감각을 돌리려고 가방 속 휴대전화를 꺼냈다.</div> <div>그러는 사이에도 울렁거리며 보이지 않는 기척과 소리가</div> <div>날 집어삼키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div> <div>억지로 가위를 풀어서 그런지 온몸이 덜덜덜덜 경련이 멎질 않았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겁만 먹고 있다가는 더 악화될 것만 같았다.</div> <div>위기감이 들어서 본능적으로 움직였다.</div> <div>휴대전화를 켜서 영감이 강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div> <div>그러는 중에도 몇 번이나 눈 앞이 깜깜해졌다.</div> <div>전화를 겨우 걸고, 착신음을 들으며 제발 빨리 받으라고 기도했다.</div> <div>잠시 후 친구가 전화를 받았다.</div> <div><br></div> <div>"…… 으아… 무슨 일이야?!"</div> <div>"미… 미아… 좀…… 무서… 꿈…… 꾸……어…"</div> <div>아직도 경련 같은 떨림이 멎질 않아서 혀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div> <div>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div> <div>"괜찮아?! 잘 듣고 있으니까, 진정하고… 괜찮아?"</div> <div><br></div> <div>친구 목소리를 들으니 안심이 되어 팽팽히 긴장했던 것이 풀리며</div> <div>나는 큰 소리를 내며 펑펑 울었다.</div> <div>울면서 내 의식을 되찾으려고 뭔가 열심히 말했다.</div> <div>친구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div> <div>조금 진정이 되고 나서 제대로 이야기를 하려던 때</div> <div>조금 전에 꾼 그 무서운 꿈을 꾸기 전에</div> <div>기묘한 꿈을 하나 더 꾸었다는 게 기억났다.</div> <div><br></div> <div>꿈 속의 나는 장의사였는데, 고객의 집을 방문하는 꿈이었다.</div> <div>꿈 속에서 찾아간 집에서 긴 머리의 여성이 날 맞이해주었고</div> <div>집 안으로 안내 받아 들어갔지만 현관 안으로 한 발 딛는 순간</div> <div>뭔가 위험하니 안으로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div> <div>여자에게 적당히 변명하고 집을 나오려고 했다.</div> <div>"중요한 서류를 차에 두고 왔네요! 죄송합니다.</div> <div> 바로 가지고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div> <div> 정말 이렇게 덜렁거려서 원.. 죄송합니다!"</div> <div>쓴 웃음을 지으며 부드러운 분위기로 말했지만</div> <div>현관에 들여놓은 발을 밖으로 향하던 그때 이미 늦었다고 깨달았다.</div> <div><br></div> <div>내 두 발에는 좀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여자의 긴 머리와 목이 달라 붙어 있었다.</div> <div>그 기억이 난 순간, 꿈 속의 기생과 그 여자가 같은 사람이라고 느꼈다.</div> <div><br></div> <div>일단 도망쳐야 해!</div> <div>밖으로 나갔더니 머리키락과 목이 사라지고 없었다.</div> <div>2층에 있는 맨션 집 안이었다.</div> <div>2층에서 내려가는 계단이 사라졌다.</div> <div>도망쳐야겠다고 결심하고 복도에서 바깥을 봤더니</div> <div>이쪽을 등지고 작업하는 사내가 있었다.</div> <div>풍채가 좋은 사내였다.</div> <div>묵묵히 작업하고 있지만 무슨 작업인지는 알 수 없었다.</div> <div>그 사내에게 소리쳐서 현 상황을 타개하려고 생각했다……만,</div> <div>막상 소리를 니쳐고 하니</div> <div>"들켜선 안 돼!!"</div> <div>라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br></div> <div>알 수 없는 일이지만 들키면 위험할 것만 같아서……</div> <div>그러고보니 사내가 묵묵히 하고 있는 작업이 뭔가 불길해 보이고……</div> <div>도망칠 방도가 없어 어쩌나 생각하던 그때</div> <div>그 저택 꿈으로 바뀌었다.</div> <div><br></div> <div>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다.</div> <div>친구는 평소와 달리 조용한 목소리로……</div> <div>"보통 꿈이 아니구나" 라고 중얼거렸다.</div> <div>"미안… 이런 이야기를 해서"</div> <div>"아니, 난 괜찮은데… 음. 이 전화 받을 때 갑자기 목이 감기는 느낌이 들었어.</div> <div> 너 있잖아… 그 여자가 자기 대신 널 바치려고 한 것 같아"</div> <div><br></div> <div>친구가 이야기를 시작했다.</div> <div>뭔가 악령의 보금자리 같은 곳이 있는데, 그곳의 존재가 눈독을 들인다는 거다.</div> <div>눈독을 들인 건, 끝없이 그 공간에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여자인데</div> <div>나를 자기 대역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이다.</div> <div>그리고 자기 대역으로 삼기 위해 꿈으로 끌여들였더니</div> <div>다른 존재들도 눈치채고 표적으로 삼았다는 것……</div> <div><br></div> <div>"어디서 그런 걸 주워왔어? 그… 사람 모양은 아니고…"</div> <div><br></div> <div>짐작가는 게 딱 하나 있었다. Y 신사다.</div> <div>친구가 Y 신사 이야기를 듣더니 "냄새가 심한데"라고 중얼거렸다.</div> <div>"은행 나무가 있는 줄 알았는데"</div> <div>"됐어… 이거… 시체 썩은 냄새잖아"</div> <div>친구는 딱 잘라 말했다.</div> <div>"………아마도 거기서 널 눈독 들이게 된 거야.</div> <div> 왜 위험한 걸 알면서 그런 길을 지나다녔어?!"</div> <div>"아침이니까… 괜찮을 것 같아서…"</div> <div>"조심해. 끈질긴 녀석이야. 재미로, 즐겁게 사람을 죽이는 놈들이야"</div> <div>떨리는 건 멎었지만, 기척이 아직 옆에서 느껴졌다.</div> <div>내가 겁먹는 모습을 웃으며 보고 있다.</div> <div>"웃음 소리도 들리네. 정말 조심해야 해!"</div> <div><br></div> <div>심령 현상 정도로 그치지 않겠다고… 통감했다.</div> <div>이를 테면 지금부터 혼자 밤길을 걸으면… 묻지마 살인을 당할 것이다.</div> <div>그런 예감이 들었다. 정신적으로 이미 지배당했던 것 같다.</div> <div>담배를 피우려고 해도, 실내는 금연이고 베란다가 없는 방이라</div> <div>지금까지는 휴대용 재털이를 가지고 현관 밖에서 피웠는데</div> <div>밖에 나가는 게 너무 무서웠다.</div> <div>며칠 동안 집에 돌아온 후로는 금연하게 되었다.</div> <div>바깥에 나간다는 게 너무 두려웠다. 그들의 게임이 시작될 것만 같아서…</div> <div>살해당할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나는 사회인이다.</div> <div>그런 이유로 회사를 쉴 수도 없다.</div> <div>돈을 벌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div> <div>다음 날 부들부들 떨면서 출근했다.</div> <div>일을 시작하니 평소 페이스대로 생활할 수 있었다.</div> <div>점심 때 혼자 K 신사에 참배하러 갔다.</div> <div>가끔 참배하러 가서 제가 열심히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곤 했다.</div> <div><br></div> <div>그날은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div> <div>지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부탁 했다. 조금 울면서.</div> <div>더이상 Y 신사로 이어지는 길은 이용하지 않았고,</div> <div>K 신사의 길로 빙 둘러서 걸어다녔다.</div> <div><br></div> <div>그러다 연말이 되어 회사를 나갈 때는 이미 날이 저물었는데</div> <div>K 신사 쪽 길을 지나가기 때문에 전혀 무섭지 않았다.</div> <div>공기가 맑고 깨끗해서 오히려 기분이 가벼워질 정도였다.</div> <div>가능한 Y 신사는 잊으려고 하면서</div> <div>가능한 점심 시간에는 K 신사에 갔더니 구세주가 나타났다.</div> <div>그날 전화했던 친구가 연락해서 내가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div> <div>(당시 집안 사정으로..)</div> <div><br></div> <div>친구 어머니께 내 이야기를 했는지, 친구보다 영감이 강한 친구 어머니가</div> <div>"걔… 이대로 도쿄에 있다간… 죽겠다"</div> <div>라고 하셨다고 한다.</div> <div>거의 반 강제였지만, 내 결정으로 귀향하게 되어, 도쿄 생활이 끝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이야기가 나오고 일주일 후에는 신칸센을 타고 가고 있었다.</div> <div>신칸센 안에서 교토에 들어갈 때, 공기가 변하는 게 느껴졌다.</div> <div>거기서 비로소 "동쪽이 나랑 안 맞았구나…"하고 느꼈다.</div> <div>Y 신사의 그 놈들도 교토에 들어선 순간, 기척이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div> <div>온 몸의 긴장이 풀렸다.</div> <div>고향으로 돌아와, 친구 집에 갔더니 잔소리를 엄청나게 들었다.</div> <div>"이대로 두면 죽는다고 해서 완전 서둘렀어"</div> <div>하고 친구 어머니가 웃으시며…</div> <div>"죽는다뇨?"</div> <div>"뭐 큰 병에 걸렸거나, 자살했거나"</div> <div>친구는 딱 잘라 말했다.</div> <div>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불안한 마음때문에 더욱 무섭게 느꼈던 것 같고</div> <div>그덕에 내 빈틈도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div> <div><br></div> <div>하지만 Y 신사는 위험하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div> <div>이 이야기는 몇 년 지났기 때문에 이제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투고한다.</div> <div><br></div> <div>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미안하다.</div> <div>그리고 처음에 썼어야 했는데</div> <div>예민한 분들(특히 동쪽에 사시는) 영향을 받게 되었으면 죄송합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