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바다의 무서움</b></div> <div><br></div> <div>벌써 10년 정도 지났는데, 대단치 않은 이유로 수중 촬영에 흥미를 느껴서</div> <div>다이빙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코쿠에 있는 어느 가게에서</div> <div>레슨을 받고 기자재도 구입했습니다.</div> <div>비슷한 시기에 다이빙을 시작한 O 부부와 면식이 생겨서</div> <div>덕분에 다이빙 친구가 더욱 늘어서 즐겁게 다이빙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O 부부, 특히 남편과 저는 서로 젊을 때 날라리 짓을 해서인지</div> <div>형제처럼 의기투합했습니다.</div> <div>셋이서 인근 현에 있는 바다에 잠수하러 가며 여러 물고기를 관찰하는</div> <div>즐거운 나날이 흘러갔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런 즐거운 날이 무너진 때가 왔습니다...</div> <div>A부부라는 부자 부부와 알게 되어, 세토나이해(海)에서 보트 다이빙을 하게 되었습니다.</div> <div>부인인 A 씨는 저보다 10살 이상 많았는데, 자그마한 체격에 고상한 분이었습니다.</div> <div>남편 분이 다이빙을 하고 싶다는 부인 때문에</div> <div>선박 면허를 따고, 다이빙용 보트까지 살 정도의 애처가였습니다.</div> <div><br></div> <div>새 보트(소형 크루저)로 고요한 세토 해의 작은 섬들을 다니며</div> <div>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거기서 다이빙을 했습니다.</div> <div>그런 즐거운 주말을 반 년 이상 이어졌는데</div> <div>제가 일 때문에 참가할 수 없었던 날이 있었습니다.</div> <div>그날은 세토나이 해에서 가장 큰 섬에 가서, 다이빙을 할 예정이었습니다.</div> <div>조류가 느린 곳과 빠른 곳이 인접해 있어서,</div> <div>느린 곳에서는 큰 광어가 사는데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아서 사진도 찍기 좋습니다.</div> <div>조류가 빠른 곳에서는 운이 좋으면 회유어 무리를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div> <div>정말 가고 싶었지만 회사 일을 쉴 수 없었습니다.</div> <div>어쩔 수 없이 제가 O 부부에게</div> <div>"다음에 나도 같이 갈 테니까 잘 보고 정보 줘요!"</div> <div>그렇게 말하고 일하러 갔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날 밤에 있었던 일입니다.</div> <div>다이빙을 못 간게 너무 아쉬워서 아내와 술을 마시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div> <div>그때 제 휴대 전화가 울렸습니다.</div> <div>"허! O 부부가 오늘 일을 자랑하려고 걸었나보지?"</div> <div>아내와 얼굴을 마주보며 웃으며 전화를 받았습니다.</div> <div>"여보세요? 즐거웠어?"</div> <div>가벼운 질투를 담아 전화를 받았는데 O 씨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외쳤습니다.</div> <div>"A 부인이 물에 빠졌는데 행방불명 되었어!"</div> <div>갑작스러운 소리에 너무 놀랐지만, 일단 O 씨를 진정시키고</div> <div>차분히 물었습니다.</div> <div><br></div> <div>O 씨의 말에 따르면 A 부인을 포함해서 다섯 명이 같이 잠수한 후</div> <div>점심 식사를 했다고 합니다.</div> <div>오후부터 다들</div> <div>"조류가 빠른 곳에 가보자"고 했지만</div> <div>다이빙하기 직전에 A 부인이</div> <div>"저는 좀 피곤해서 바위터에서 느긋하게 잠수할래요. 다들 즐기다 오세요"</div> <div>라고 했습니다.</div> <div>O는 "혼자 가면 위험해요. 제가 같이 잠수할게요"라고 했지만</div> <div>A 부인이 "괜찮아요. 여러 번 왔는 걸요. 당신은 처음 오셨으니까 즐겨야죠. </div> <div> 저 신경 쓰지 마시고요" 라며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div> <div>남편 분이 동의하니 어쩔 수 없이 O는</div> <div>"혼자 가시는 거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div> <div>라고 한 후 넷이 함께 잠수했다고 합니다.</div> <div>넷이 잠수할 때 보트 위에서 방긋웃으며</div> <div>"다녀오세요. 조심들 해요~" 라고</div> <div>A 부인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고 합니다.</div> <div>그리고 그게 A 부인을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50분 정도 지나서 넷이 물 위로 올라왔을 떄, 배 위에 남편 A 씨가 혼자 있었다고 합니다.</div> <div>O 씨가 "어? 부인 분은요?" 하고 여쭤보니</div> <div>남편이 "저쪽에서 잠수하고 있어요"라고 가리켰습니다.</div> <div>그런데 수면에 공기 방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div> <div>O가 "공기 방울이 안 보이는데요. 괜찮을까요?" 하니</div> <div>남편이 "산소를 아끼느라 호흡을 참는 거겠죠. 아까는 보였는데요"</div> <div>라고 했다. 남편이 보고 있으니 괜찮겠지 하고</div> <div>O는 기자재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아까 본 바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기자재를 정리하고</div> <div>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div> <div>그러다가 O가 깨달았습니다.</div> <div>우리가 잠수한 뒤 벌써 1시간 30분은 지난 것 같은데?</div> <div>O는 A 남편에게 물었습니다.</div> <div>"우리가 잠수한 후 부인 분은 얼마나 있다가 잠수하셨어요?"</div> <div>남편 "거의 바로요. 5분 정도 지났었나?"</div> <div>O가 "아무리 호흡을 참는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지났어요. 보러 갈 게요"라고</div> <div>스노쿨링을 준비하고 다른 남자 한 명과 같이</div> <div>A 부인이 잠수한 것으로 추측되는 곳을 찾아보았습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div> <div>바다 안에서는 10m 정도의 전방이 보일 뿐이었습니다.</div> <div>두 사람은 바위터를 따라 몇 번이나 찾아보았습니다.</div> <div>한 번은 에어탱크를 쓸까도 생각했지만</div> <div>이미 사용을 다 한 후였습니다.</div> <div>석양이 질 때까지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A 부인을 찾지 못했고</div> <div>경찰과 해상 보안청에 연락하여 설명한 후</div> <div>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다음 날 저는 회사 상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div> <div>휴가를 받아 A 부인을 함께 찾았습니다.</div> <div>오열하며 "빨리 제 딸을 찾아주세요!"라고 애원하는 A 부인의 어머니를 보고</div> <div>가슴이 막혀왔습니다.</div> <div><br></div> <div>신비한 일이 일어난 건 그날이었습니다.</div> <div>탐색에 참여한 친구들 모두 오른쪽 다리를 다친 겁니다.</div> <div>상처 크기는 다들 달랐는데</div> <div>쌓아둔 탱크에 끼여서 다리를 삐거나,</div> <div>갑판에서 넘어져서 금속에 다리를 잘리거나,</div> <div>잠수하려던 때에 핀(발에 붙이는 물갈퀴) 고정부가 선체에 걸려서 부러지거나...</div> <div>A 부인과 사이가 좋았던 친구들 모두 오른쪽 다리를 다치고 말았습니다.</div> <div>하지만 그런 걸 신경쓸 때가 아니었습니다.</div> <div>저도 배에 올라탈 때 발이 끼는 바람에 가볍게 발을 삐었지만</div> <div>빨리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잠수했습니다.</div> <div>다른 친구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div> <div><br></div> <div>며칠이나 찾았지만 결국 A 부인을 찾지 못 했습니다.</div> <div>저는 아내가 반대하는 바람에 다이빙을 관두게 되었습니다.</div> <div>사이 좋게 지내던 친구를, 사랑하던 바다에게 빼앗기는 바람에</div> <div>저도 완전히 마음이 식어버렸습니다.</div> <div>지금도 그때 친구들이 모이기만 하면</div> <div>"어째서 다들 오른쪽 다리를 다친 걸까?"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div> <div>"A 부인이 빠졌을 때 오른쪽 다리를 다친 거야"라고도 하고</div> <div>"위험하니 오지 말라는 뜻 아니었을까?"라는 녀석도 있었지만</div> <div>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여기까지 읽으시고 "안 무서운데?"라고 생각하시겠죠.</div> <div>그런데 이 이야기의 무서운 부분은 지금부터입니다...</div> <div><br></div> <div>A 부인이 행방불명되고 한 달 뒤, O 부부가 이혼했습니다.</div> <div>원인은 바로 O부인이 바람을 피워서 였습니다.</div> <div>이혼 후 O부인은 바로 A 남편에게 갔습니다.</div> <div>세상에, 그 둘이 A 부인이 행방불명 되기 전부터 사귀었던 겁니다.</div> <div>그리고 A 남편이 하던 사업이 힘들어져서</div> <div>부채가 꽤 많이 쌓였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반 년 후, A 남편과 O 부인은 도산하기 직전의 회사를 버리고</div> <div>돈을 모두 끌어모아서 해외의 유명한 다이빙 리조트로 도망쳤습니다.</div> <div>그리고 거기서 다이빙 숍을 차려서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습니다.</div> <div>당연히 A 부인의 보험금(당연히 억 단위)도</div> <div>행방불명된 지 몇 년이 지나고 남편에게 지급되었습니다.</div> <div>한심스럽게도 회사 부채와 아들을 친척에게 떠넘기고</div> <div>자기는 도망친 겁니다.</div> <div><br></div> <div>위 이야기는 제가 A 부부의 아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이고</div> <div>상상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div> <div>어떤가요? 저는 사람의 이기심이 귀신보다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div> <div>아무도 보지 않는 바다 위에서...</div> <div>A 부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목격자 하나 없었습니다.</div> <div>보험금을 노린 살인... 이 제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증거가 없습니다.</div> <div>관계자들은 모두 살아 있으니, 장소를 정확히 쓸 순 없습니다.</div> <div>질문도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