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놀러오지 못 하게 하는 친구의 집</b></div> <div><br></div> <div>N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N은 자기 집에 친구를 초대하는 걸 꺼렸다.</div> <div><br></div> <div>아니, 꺼린다고 하기보다는</div> <div>'부모님이 친구를 집에 들이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div> <div>집이 지저분하다던가, 빨래를 널어놓은 채라서 안 된다던가</div> <div>매일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div> <div><br></div> <div>N은 전교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녀석이라 친구도 많았다.</div> <div>집에 놀러가면 안 되냐고 묻는 애들도 많은데 N은 무조건 거절한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런 일이 계속 이어지자,</div> <div>이유는 알 수 없지만 N 집 현관에서는 놀아도 된다는 허락을 얻었다.</div> <div>남자애들 대여섯명이 남의 집 현관에서 카드 놀이, 겜보이를 하던</div> <div>좀 독특한 추억을 쌓았다.</div> <div><br></div> <div>현관도 넓었고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어서 불편하지 않게 놀았던 데다가</div> <div>처음에는 어딘지 모르게 신선하던 놀이 스타일도 서서히 익숙해졌다.</div> <div><br></div> <div>나는 유치원 시절부터 N과 친구여서,</div> <div>내 입으로 말하는 것도 좀 쑥스럽지만, N과는 절친이다.</div> <div>같이 밥도 먹고, 초등학교 졸업할 때는 같이 여행도 간 사이인데</div> <div>그렇게 사이가 좋은데도 N의 집 안에 들어가본 적은 없었다.</div> <div><br></div> <div>N의 집은 3층 집인데, 3층에 N의 방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div> <div>어릴 땐 3층 집에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기도 했고</div> <div>절친인 나 정도는 집 안을 보여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는 마음도 들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어느 날.</div> <div>나는 부디 N의 집에서 놀고 싶다고 부탁했다.</div> <div>처음에는 평소처럼 거절했지만, 잠시 고민하더니</div> <div>"너는 초대한 걸 부모님께 들켜도 혼 안 날테고 괜찮을 거야"</div> <div>하고 허락해줬다.</div> <div><br></div> <div>처음으로 N 네 집에서 놀 수 있다. 그때 정말 기뻤다.</div> <div>N의 집에 도착해서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던 나는</div> <div>"너희 집 너무 궁금하더라"라며 2층으로 올라갔다.</div> <div>2층은 거실이었는데 N이 말하는 것처럼 더럽지는 않았다.</div> <div>아니, 오히려 잘 정돈되어 있는 것 같았다.</div> <div>정돈된 거실 옆으로 N이 말하는 대로 3층 계단으로 올라갔다.</div> <div>계단은 당연히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같았고</div> <div>나무 재질의 흔한 계단이었다.</div> <div><br></div> <div>의외로 평범하네라는 생각을 하며 계단에 한 발 올렸다.</div> <div>그러자 기묘하게도 조금 시차를 두고 계단 안쪽에서</div> <div>"통" 하고 반동이 돌아왔다.</div> <div>분명 \나무가 울리는 게 아니었다.</div> <div>내가 깜짝 놀라서 헉?! 했더니 N이</div> <div>"공사를 잘못 했나봐. 신경 쓸 것 없어"라고 했다.</div> <div><br></div> <div>N이 하는 말에 납득하면서도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느껴지는 반동이 기분 나빠서</div> <div>나도 모르게 난간을 잡으려고 했다.</div> <div>"난간 잡지 마!"</div> <div>N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에게 말했다.</div> <div>평소에는 온화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N답지 않은 명령조에 놀랐지만</div> <div>N이 당황하며</div> <div>"아, 미안. 난간은 잡지 말아줄래?" 하고 고쳐 말하길래</div> <div>일단 그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div> <div>다시 계단을 올라갔는데 진동은 느낄 때마다 이상했다.</div> <div>한 8, 9계단 정도 올라갔을까,</div> <div>계단에 발을 올린 그 순간</div> <div>쾅!</div> <div>하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큰 진동이 내 발바닥을 쳤다.</div> <div>그 진동에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난간을 잡고 말았다.</div> <div><br></div> <div>아...</div> <div><br></div> <div>"야!"</div> <div>그 순간 N이 무서운 표정으로 날 돌아봤다.</div> <div>그것과 동시에 계단 전체가</div> <div>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div> <div>하고 진동했다.</div> <div>온 몸에 닭살이 돋고, 무서워서 떨던 중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div> <div>수많은 무언가가 계단 바닥 안쪽을 밟고 있다.</div> <div>그것도 중학생인 내 발이 진동에 대한 반동으로 뜰 정도로 세게.</div> <div>눈물을 흘리며 내 앞에 있는 N의 다리에 들러붙어서 진동이 멎기를 바랐다.</div> <div>얼마나 진동이 울렸는지 모르겠다.</div> <div>그렇게 세게 흔들리던 계단이 갑자기 뚝 그쳤다.</div> <div>아니, 나는 엄청나게 벌벌 떠느라 일어설 수도 없었다.</div> <div>줄곧 서 있던 N은 깊은 한숨을 쉬더니</div> <div>"내려가자"고 말했다.</div> <div><br></div> <div>멍 때리고 있는 나에게</div> <div>"내 방에 갈 마음 사라졌지?" 하고 N이 날 일으키며 말했는데</div> <div>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div> <div>내가 N의 현관에서 나올 때</div> <div>"계단에 대해서는 딴 애들한테 비밀로 해줄래?"하길래</div> <div>나는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div> <div><br></div> <div>대학에 들어갈 쯤 N은 부모님 직업 때문인지 동북 지방으로 이사갔다.</div> <div>N과 나는 아직 연락을 하고 있고,</div> <div>지금은 가끔 N의 새 집에 놀러가기도 한다.</div> <div>N 집에 놀러갈 때는 어릴 때 이야기 꽃을 피우곤 하는데</div> <div>나는 지금까지도 그 계단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