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이웃집 할머니</b></div> <div><br></div> <div>제가 초등학생일 때 일입니다.</div> <div><br></div> <div>어릴 때부터 돌봐주시던 이웃집 할머니가 쓰러지셔서 몸져 누우셨습니다.</div> <div>혼자 사시던 분이고, 친척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div> <div>어릴 때 오래된 놀이를 많이 알려주셨고</div> <div>집에 가면 과자도 주시고, 팽이 치기 같은 것도 알려주셨습니다.</div> <div>그런데 쓰러지셨으니 같이 놀아주실 수 없게 되었지요.</div> <div>그게 너무 싫어서, 빨리 나으시라고 하루 걸러 하루 병문안을 갔습니다.</div> <div>그런데 두 달이 지나도 나으실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던 어느 날, 병문안 갔더니 할머니가 누우신 채로 눈을 뜨고</div> <div>중얼거리고 계셨습니다.</div> <div>"왜 그래요?"하고 여쭤봤더니</div> <div>"엣쨩, 타로쨩, 삿쨩, 쥰쨩..."하고 되풀이해서 말하고 계셨습니다.</div> <div>"엣쨩, 타로쨩, 삿쨩"은 제 친구들 별명입니다.</div> <div>그리고 마지막에 말한 "쥰쨩"은 제 이름입니다.</div> <div><br></div> <div>그 말에 깜짝 놀라, 무서워졌습니다.</div> <div>왜 무서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죄책감이 느껴집니다.</div> <div>저는 그날부터 무서워서 병문안을 가지 못 하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한참 지난 어느 날, 친구 엣쨩이 강에 빠져 죽었습니다.</div> <div>저는 "할머니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할머니 병문안을 갔습니다.</div> <div>그러자 마침 의사 선생님이 와 계시다가 돌아가시려던 참이었습니다.</div> <div>저는 의사 선생님이 돌아가시길 기다렸다가 할머니를 뵈었습니다.</div> <div>할머니는 또 중얼거리고 계셨습니다. 귀를 기울여보니</div> <div>"타로쨩, 삿쨩, 쥰쨩..."</div> <div>엣쨩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div> <div>그래서 제가 "엣쨩이 죽은 거 알고 있었어?"하고 물어봐도</div> <div>할머니는 "타로쨩, 삿쨩, 쥰쨩..."하고 되풀이하기만 했습니다.</div> <div>왠지 기분 나빠서 저는 재빨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좀 시간이 지나자 신경 쓰여서 다시 할머니 병문안을 가보았습니다.</div> <div>그런데 이번에는 "삿쨩, 쥰쨩...."하고 되풀이 했습니다.</div> <div>그래서 저는 "타로쨩은?"하고 물어봤더니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습니다.</div> <div>"몰라..."</div> <div>물어봤자 "삿쨩, 쥰쨩..."만 말할 줄 알았는데 대답을 해서 꽤 놀랐습니다.</div> <div>하지만 그 후에는 평소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길래 집에 돌아갔습니다.</div> <div><br></div> <div>집에 가보니 엄마가 당황해하며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div> <div>"효고현에 이사간 타로 쨩이 죽었다는구나.</div> <div> 엄마는 내일 장례식에 갈 건데 같이 갈래?"</div> <div>엄마와 장례식에 갔다가 한참 지나서 할머니도 돌아가셨습니다.</div> <div>비난하실 수도 있지만, 할머니가 죽어서 안심했습니다.</div> <div><br></div> <div>지금 삿쨩도, 저도 잘 지냅니다.</div> <div>그런데 할머니가 조금만 더 늦게 돌아가셨더라면</div> <div>삿쨩이나 저도 죽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div> <div>우연일 수도 있지만, 제가 체험한 가장 무서운 경험입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