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화장실 목소리</b></div> <div><br></div> <div>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일입니다.</div> <div>우리 가족은 9명인데, 주택에 살았습니다.</div> <div>아침 7시 반 전후로 화장실 사용을 위해 눈치 싸움을 하곤 했습니다.</div> <div><br></div> <div>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며 엄마가 이상한 말씀을 하셨습니다.</div> <div>"오늘 아침에 화장실에 불이 켜져 있길래 안에 누구 있냐고 물었거든</div> <div> 그랬더니 응하고 답하는 거야</div> <div><br></div> <div> 그런데 그게 S(남동생)과 T(여동생) 중 누구인지 알 수 없어서</div> <div> 누구니? S니? T니? 하고 물었는데 답이 없어서 문을 열었어</div> <div> 그랬더니 문이 안 잠긴 거야. 게다가 아무도 없어서 소름이 돋았어"</div> <div>그 이야기를 듣던 우리 가족은 모두</div> <div>"잠 덜 깨서 잘못 들은 거 아냐?"</div> <div>"옆집 개 짖는 소리 아냐?"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고 며칠이 지난 아침</div> <div>제가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불이 켜져 있길래</div> <div>"안에 누구 있어?하고 물었더니</div> <div>바스락하고 신문 펼치는 소리와 함께 아빠 목소리로 "어"하고 답했습니다.</div> <div>다들 화장실 써야 하는 시간에 신문 보지 말라고 누누이 말했는데 하고 분해하며</div> <div>"빨리 나와요!"하고 소리치며 재촉하려고 손잡이를 찰칵찰칵하려고 했습니다.</div> <div>그런데 문이 덜컹 열리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div> <div>기분 나빴지만 빨리 볼일 보고 학교에 갔습니다.</div> <div><br></div> <div>그 날 저녁 식사를 하며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div> <div>제가 아침에 화장실 문 앞에서 이야기 나누는 걸 동생이 들었나 봅니다.</div> <div>"어, 아빠 아니었어?"</div> <div><br></div> <div>우리 가족 목소리를 흉내내며 화장실에 있는 무언가..</div> <div>아무리 아침이라 날이 밝아도 무섭네요.</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