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PC방</b></div> <div><br></div> <div>PC방있잖아.</div> <div>사흘 내내 있었던 적이 있는데, 36시간 이상은 연속 이용 불가능하다고 중간에 한 번 쫓겨났어.</div> <div>지금까지 안마 의자나 리클라이닝 체어 밖에 안 써봤는데</div> <div>잠도 잘 요량으로 처음으로 플랫한 자리를 골랐어.</div> <div>장소도 잘 골라서 제일 안쪽의 벽쪽 자리로 했어.</div> <div>일본 PC방에 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천으로 각자 방이 안 보이도록 막잖아?</div> <div>나도 천으로 막았거든.</div> <div><br></div> <div>그래도 벽쪽이었고 앞 자리도 비어있는데다 평일이라 텅텅 비어 있었어.</div> <div><br></div> <div>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인데, 만화책을 다 보고 반납하려고 돌아봤거든.</div> <div>그랬더니 천 아래 틈에서 발이 보이는 거야.</div> <div>PC방에서 쓰는 슬리퍼에 맨발, 얇은 발목에 털도 없었으니까 여자구나 했어.</div> <div>발가락 부분이 내 방을 향한 채로 서서 꼼짝도 않는 거야.</div> <div>좀 이상해서 미친 사람 아닌가 하면서 문에 손을 댔어.</div> <div>그랬더니 바로 타다다닥 하고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서 안심했어.</div> <div><br></div> <div>그 후에도 주변 기척 같은 걸 좀 민감하게 들었는데 아무 일 없길래 그냥 잤어.</div> <div>2시쯤 자서 5시쯤 일어난 것 같아.</div> <div>발은 컴퓨터 책상 아래의 틈으로 쑤셔 넣고, 머리를 입구를 향하게 했었어.</div> <div>일어나서 문득 입구 쪽을 봤더니 또 있는 거야.</div> <div>슬리퍼 신은 맨발의 여자가.</div> <div>일어나자 마자 그런 게 보이니까 몇 초 정도 굳어 있었어.</div> <div>그리고 보다가 어떤 사실을 하나 깨달았어.</div> <div>까치발을 하고 있는 거야.</div> <div><br></div> <div>식은 땀이 계속 흘렀어.</div> <div>"뭐야 이거…"하며 누운 채로 얼굴을 천천히 들어올렸어.</div> <div>그랬더니 내려다보고 있는 거야. 여자가.</div> <div>이마를 벽에 대고 얼굴만 보이게 해서</div> <div>히죽히죽 기분 나쁘게 웃으며 날 보고 있는 거야.</div> <div>나도 모르게 베고 있던 쿠션을 던졌더니</div> <div>"드디어 날 봐줬어"라는 듯 더 기분 나쁘게 웃는 거야.</div> <div>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찡하고 울리는 게 마치 취기가 오른 것 같았어.</div> <div>더 이상 거기 있고 싶지 않아서</div> <div>여자한테 잡히건 말건 이판사판으로 뛰쳐나왔어.</div> <div>나와보니 여자가 없었어.</div> <div>빈 자리에 숨은 게 아닌가 싶어서 봤지만 거기도 없는 거야.</div> <div><br></div> <div>화장실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고 가는데</div> <div>거기 또 있는 거야.</div> <div>제일 안 벽쪽 자리 앞에.</div> <div>날 보면서 "빨리 와 빨리 와"하듯이.</div> <div><br></div> <div>직원이랑 같이 자리에 가봤더니 아무도 없었어.</div> <div>그리고 바로 PC방에서 나왔는데 그 이후로는 PC방엔 절대로 가지 않아.</div> <div><br></div> <div>나온 후에 바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전화가 걸려왔어.</div> <div>5분에 한 번씩 아침까지 쭈욱.</div> <div>착신 거부를 눌러도 다른 번호로 계속 걸려오는 거야.</div> <div>휴대폰 번호 바꿀 때까지 계속 걸려와서 트라우마 생길 것 같아.</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