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어째서발소리가늘었지?</b></div> <div><br></div> <div>반 친구인 후지하라는 이상한 애다.</div> <div>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1년 정도 지난 겨울의 일이다.</div> <div>새벽 1시가 지나서, 나는 숙제할 걸 교실에 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div> <div><br></div> <div>다음 날 제출하지 않으면 혼쭐내겠다고 했던 숙제라</div> <div>나는 학교에 가지러 갈 수 밖에 없었다.</div> <div>그저 아무리 내가 의젓한 사내라고 해도</div> <div>한밤중에 학교에 가는 건 상당히 무서웠다.</div> <div>하지만 다음 날 혼날 생각을 하니 그게 더 무서웠다.</div> <div>그래서 나는 휴대폰을 쥐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div> <div>바로 후지하라이다.</div> <div>"여보세요"</div> <div>자다 깬 목소리로 후지하라가 전화를 받았다.</div> <div><br></div> <div>나도 후지하라에게 부탁하고 싶진 않았지만</div> <div>내가 아는 친구 중에 혼자 사는 사람이라고는 후지하라 뿐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div> <div>"너 정말 바보 아니니? 나가 죽어"라고 폭언을 퍼부으면서도</div> <div>후지하라는 10분 후 교문에 나와주기로 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10분 후, 자전거를 미친 듯이 저어서 교문에 가보니</div> <div>후드를 얼굴까지 뒤집어쓴 수상쩍은 놈이 있었다.</div> <div>바로 후지하라다.</div> <div>"더럽게 추워 죽겠는데"하고 투덜거리는 후지하라에게</div> <div>호빵을 사주기로 약속하고 학교로 들어갔다.</div> <div>하지만 밤의 학교는 정말 스산하기 짝이 없다.</div> <div><br></div> <div>희미한 빛이었는지 비상벨의 붉은 빛이었는지 모르겠다.</div> <div>뭔가가 나올 것만 같았다. 게다가 내 옆에는 하필이면 후지하라.</div> <div>숙제할 걸 두고 온 나를 저주했다.</div> <div>바로 그때</div> <div>"사쿠라, 멈춰 봐"</div> <div>교실에 가는 계단을 오르다가 후지하라가 갑자기 말했다.</div> <div>조금 쫄면서 "왜?"하고 물었더니 후지하라가 엄지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더니</div> <div>"발 소리가 늘었어"</div> <div>하고 입을 빠끔빠끔거리며 말했다.</div> <div><br></div> <div>귀를 기울여보니 정말 또각 또각하고 발소리가 들렸다.</div> <div>엄청 쫄았지만 나는 웃으며 말했다.</div> <div>"후지하라 너는 뭐든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구나. 쫄보 같으니</div> <div> 수위 아저씨나, 숙직하시는 선생님이겠지"</div> <div><br></div> <div>하지만 후지하라는</div> <div>"천하태평인 네가 정말 부럽다. 수위 아저씨가 하이힐을 신을 리가 있냐?"</div> <div>하고 말했다. 분명 발 소리는 하이힐 소리로 들렸다.</div> <div>"마츠야 선생님이 숙직 서는 걸 거야. 여자 선생님도 야근하시겠지"</div> <div>나는 공포를 씻어내리기 위해 반론했다. 하지만 후지하라가 빙긋 웃더니</div> <div>"그럼 어디 대답해봐"</div> <div><br></div> <div>"왜 발 소리가 늘었지?"</div> <div><br></div> <div>그 말 한 마디에 깨닫고 말았다.</div> <div>들려오는 발 소리가 또각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게 아니라</div> <div>후다닥 달려오는 어린이 발소리나</div> <div>터벅 터벅 천천히 걸어오는 발 소리, 질질 끄는 소리 등 여러 소리가 들렸다.</div> <div>어느 틈에 늘어난 걸까, 처음부터 많은 사람이 있었던가 여부는 상관 없다.</div> <div>어쨌든 발소리의 주인은 수위 아저씨나 숙직서는 선생님이 아닌 게 분명하다.</div> <div><br></div> <div>"후지하라"</div> <div>"왜"</div> <div>"뛰자!"</div> <div>"그래"</div> <div>나는 후지하라를 끌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div> <div>뒤에서 들리는 발소리도 우리가 뛰는 소리에 맞추듯 빨라졌다.</div> <div>숨이 막힐 정도였지만 겨우겨우 우리 교실을 찾아서 안으로 들어갔다.</div> <div>숨을만한 곳이라고는... 청소용구함 로커 뿐이었다.</div> <div><br></div> <div>나는 후지하라를 로커에 쑤셔 넣고, 나도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div> <div>후지하라는 좁네 어쩌네 하고 투덜거렸지만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div> <div>이제 발소리는 안 들렸지만 내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div> <div>"사쿠라, 이거 알아?"</div> <div>후지하라가 말했다.</div> <div>"심장 뛰는 소리는 저런 걸 부르는 힘이 있어"</div> <div>빙긋하고 늘어진 앞머리에 숨겨진 눈이 웃었다. 그 순간</div> <div><br></div> <div>쾅쾅!!! 쾅쾅쾅쾅쾅쾅!!! 쾅쾅쾅쾅쾅쾅!!! 쾅쾅쾅쾅쾅쾅쾅!!!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div> <div><br></div> <div>우리가 숨어 있던 로커를 누군가가 두드리기 시작했다.</div> <div>"으아아악!!"</div> <div>내가 귀를 막고 소리치고, 후지하라에게 들러붙었다.</div> <div>후지하라는 "내가 말했잖아"라고 귀찮다는 듯 내뱉더니</div> <div>짜증나 라며 나를 밀더니</div> <div><br></div> <div>"시끄러워!!"</div> <div><br></div> <div>하고 큰 소리를 쳤다.</div> <div>그리고 청소용구함 문을 발로 차더니 "나 갈래"라고 하고 걸어갔다.</div> <div>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서둘러 후지하라 뒤를 따라갔다.</div> <div>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div> <div><br></div> <div>"무섭다고 생각하다면 다가온다고 하잖아.</div> <div> 그건 무서워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져서, 그 소리를 듣고 다가오는 거야"</div> <div>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후지하라가 학교를 나갔다.</div> <div>나는 더 이상 말할 기력도 없었다.</div> <div><br></div> <div>후지하라와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고, 잊지 않고 호빵도 뜯어갔다.</div> <div>그리고 집에 와서 이불을 덮는 순간</div> <div>숙제를 다시 학교에 두고 온 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