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열어 줘</b></div> <div><br></div> <div>대학 때문에 상경했을 때 일입니다.</div> <div><br></div> <div>저는 지망했던 대학에 합격해서, 4월부터 신학기 생활을 보내려고</div> <div>시골에서 상경하여 자취하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학교까지 지하철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욕조 딸린 원룸을 빌렸습니다.</div> <div>좀 오래된 건물이긴 했지만 더럽진 않았고, 오히려 리폼한 것처럼 외관도 깔끔했습니다.</div> <div>그래도 건축된 지 10년 이상 되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이사도 끝나고, 새 방에 익숙해질 무렵</div> <div>저는 입학식 전까지 남는 시간을 밤늦게까지 독서하거나 영화를 보는 게 일과였습니다.</div> <div><br></div> <div>어느 날 밤 중에 책을 읽다가 꾸벅꾸벅 잠이 들었습니다.</div> <div>책은 어디까지 읽었는지, 언제 잠이 들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한참 지나서 저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눈이 떠졌습니다.</div> <div>화장실로 가는데, 방이 어두워서 벽에 부딪히면서도</div> <div>어떻게든 불을 켜고 볼 일을 봤습니다.</div> <div>자다 일어나서 머리가 멍해서 한참 변기 위에 앉아서 화장실 문을 멍하니 쳐다봤습니다.</div> <div><br></div> <div>대체 지금 몇 시지…</div> <div><br></div> <div>"……줘…"</div> <div><br></div> <div>응???</div> <div><br></div> <div>"열어 줘…"</div> <div><br></div> <div>당장이라고 꺼질 것 같은 얇은 목소리였지만 똑똑히 들렸습니다.</div> <div>분명 문 너머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div> <div><br></div> <div>"열어…줘"</div> <div><br></div> <div>뭐지?</div> <div>저는 지금 상황이 대체 어떤 상황인지 인식되지 않았고, 패닉에 빠질 것 같았습니다.</div> <div><br></div> <div>누구지?!?? 어떻게?!??</div> <div><br></div> <div>필사적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절대 있을 수 없어!!</div> <div>저는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았지만 상상 가능한 가능성을 모두 상상했습니다.</div> <div><br></div> <div>문득 떠오른 일이…</div> <div>아… 책 읽다가 잤는데 불이 꺼져 있었어… 난 불 끈 적 없는데…</div> <div>그렇게 생각한 순간</div> <div><br></div> <div>"열어!!!"</div> <div>아까 그 여자라고 생각되지 않는 목소리였는데 필사적인, 그런 목소리였습니다.</div> <div>그 순간 덜컹덜컹하고 문손잡이를 억지로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div> <div>저는 이상한 목소리로 울면서 필사적으로 손잡이를 잡고 눌렀습니다.</div> <div>열리면 큰일 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div> <div><br></div> <div>책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눈이 떠졌습니다.</div> <div>아… 살았다… 꿈이었구나.</div> <div>그런 생각이 든 것도 순간 뿐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세상에. 방의 불이 꺼져 있었고 대신 화장실 문 틈으로 빛이 새어나왔습니다.</div> <div>저는 무서워서 화장실 안을 보지도 못 하고 날이 밝기만 기다렸습니다.</div> <div><br></div> <div>그 후 들은 이야기로는 예전에 그 방에서 살던 여자 분이</div> <div>튀김 요리를 하다가 실수로 팬이 뒤집혀서 온 몸에 식용유를 뒤집어 써서 불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그녀는 어떻게든 욕조에서 샤워하려고 했지만, 한 발 늦었다고 합니다.</div> <div>아파트가 이상하리만치 깨끗했던 이유도 화재로 탄 흔적을 숨기려고 했던 겁니다.</div> <div>당연히 저는 그 이야기를 들은 날,</div> <div>부모님께 사정을 설명드리고 다른 아파트로 옮겼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