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꿈 아니야</b></div> <div><br></div> <div>대학교 1학년 여름 쯤이었다.</div> <div>당시 나는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했다.</div> <div>고등학생 때는 동생과 같이 방을 썼지만</div> <div>대학생이 되었으니 내 방을 갖고 싶다고 해서 빈 방 하나를 차지했다.</div> <div>우리 집은 예전에 여관을 했기 때문에 3층에 조금 낡은 객실이 세 개 정도 비어 있었다.</div> <div><br></div> <div>세 방 중 하나를 내가 차지하고 내 방으로 삼았다.</div> <div>함석 지붕 바로 아래에 있는 방이었고, 낮에 빛을 너무 쬐여서인지</div> <div>그날 밤도 푹푹 쪄서 자기 힘들었다.</div> <div><br></div> <div>너무 더웠던 탓일까, 동이 틀 무렵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div> <div>그런데 베개맡에서 기척이 났다.</div> <div>뭐지 싶어서 봤더니, 내 베개를 향해 긴 머리의 처음 보는 여자가 자고 있었다.</div> <div>이 여자는 뭐지?</div> <div>그때는 이미 여관을 접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가끔 묵고 싶다는 손님이 있으면</div> <div>일 년에 몇 번 정도 손님을 받기도 했기 때문에</div> <div>방을 잘못 찾아 들어왔다고 생각하고</div> <div>"저기요.. 방 잘못 찾아오신 것 같은데요" 하고 멍청한 말을 내뱉았다.</div> <div>냉정히 생각해보면 상당히 이상하다.</div> <div>왜냐하면 나 혼자 지내던 방이라서 이불도 한 채만 깔아두었다.</div> <div>그리고 방을 잘못 찾은 사람이 일부러 이불을 깔고 잘까?</div> <div>아니, 결단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div> <div>게다가 자기가 모르는 사람이 자고 있던 방이다.</div> <div>자다 일어나서 멍한 상태였던 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고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뱉았다.</div> <div>그러자 그 여자는 갑자기 "와하하하하하"하고 미친 듯이 웃어 제꼈다.</div> <div>헉하고 숨이 넘어가는 순간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div> <div>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div> <div>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div> <div><br></div> <div>무,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div> <div>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도 그 여자의 웃음 소리가 이어졌다.</div> <div>아! 그래! 이건 꿈이야. 꿈이 틀림 없어.</div> <div><br></div> <div>나는 꿈 속에서 이건 꿈이라고 인식하는 루시드 드림을 몇 번 꾼 적이 있어서</div> <div>냉정을 되찾으려고 이런 생각을 했다.</div> <div>그러자 갑자기 그 미친 여자가 웃음을 그쳤다.</div> <div>왜 저러지 하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내 눈 앞에 그 여자 얼굴이 거꾸로 보였다.</div> <div>그리고 그 여자는 붉은 입술을 꽉 물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div> <div><br></div> <div>"아니야. 이거 꿈 아니야"</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