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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4610
    작성자 : gerrard
    추천 : 19
    조회수 : 3114
    IP : 219.255.***.20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11/20 11:50:16
    http://todayhumor.com/?panic_84610 모바일
    재업] 저주받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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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집은 겉으로나 안으로나 그저 평범해 보이기만 한 집이었습니다.

    어디 외딴 집도 아니고 도시 한 복판에 있는 큰 주택가로 이루어진 동네에 위치한 집이라 슈퍼도 버스 정류장도 가깝고 밤이 늦어도 다니는 사람들도 꽤 되는 한마디로 평범하기 그지 없는 주택가에 있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집이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지는데 집으로 가는 버스도 많고 집이 버스정류장에서 별로 멀지도 않아 저는 그저 좋기만 했습니다. 

    더구나 전에 살던 집보다 방도 두 개나 더 있어 할머니를 모셔와 같이 살게 되는 신나는 일도 생기고....

    집 부근에는 작은 공원도 있어 집에 어른들은 아침 일찍 멀리 안 나가셔도 운동할 곳이 있으시다고 좋아하셨던 것도 기억 납니다.

    하지만 그 집에서의 경험들이 그렇게 평범하기만 했다면 제가 오늘 여기에 글을 올릴 이유가 없었겠죠.

    항상 다른 분들 글만 읽다가 어쩐지 오랫동안 덮어 두고 싶던, 다시 떠올리기 싫던 제 경험이 담긴 얘기를 올리게 되는군요. 아마도 그 사이 시간이 많이 지나 제 기억들이 더 이상은 저를 괴롭히지 않는 이유도 있구요, 

    설마 그런 흔치 않은 경험을 또 겪을까 싶은 배짱이 커진 것도 있습니다. 

    전에는 그 집에 관한 얘기들을 꺼낸다는 것 조차 너무나 심란하고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왠지 공게에서 글을 읽다보니 여기 오셔서 무서운 경험담이나 얘기들을 즐겨 읽으시는 분들께 살짝 털어 놓고 싶은 맘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 방에는 미닫이 두 쪽 창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창문에는 다른 집들과 비슷하게 우유빛 유리가 달린 창문도 있어 그 걸 열지 않고는 밖을 볼 수가 없었죠. 

    다만 빛이나 실루엣정도는 볼 수 있는 창문 말입니다.

    창문이라고 열어 봤자 팔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시멘트 담장이 있어서 방은 그다지 밝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밖에서 보면 제 창문이 있는 벽이랑 우리집? 옆집을 가르던 담장 사이로 한 50센티미터 정도의 공간만이 있어 사람 하나가 겨우 다니기에 딱 맞는 좁은 길이 나 있죠. 하지만 길이라고 해 봤자 우리집 담 안이니 다니는 사람도 없고 거기엔 안 쓰는 사다리랑 고무 호스 말아 놓은 것 ..그런 잡동사니들만 쌓여가던 공간이었죠. 

    그 좁은 길은 부엌에 나 있는 뒷 문으로 가는 길이기도 해서 아주 가끔씩 낮에 어머니께서 그리로 다니시긴 했지만 

    ....................하여간 사람이 거의 안 다니는 공간이 제 창문 앞쪽에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창 밖에서 벌레 소리가 들렸습니다.

    매미소리 비슷한... 벌레들의 날개 비벼대는 소리인지....겨울철인데 무슨 벌레 소릴까 궁금은 했지만 창문을 열기에는 춥기도 하고 잡동사니만 가득 차 있는 그 공간에 벌레가 생겨도 생겼겠지 하는 맘도 들기도 했고...

    사실..... 겁이 좁 나더라구요. 

    불 빛 하나 없는 바깥을 머리 쑥 내밀어서 확인 해본다는 자체가요. 

    그 후로 그런 날이 종종 생기더군요. 아침이 돼서 창문을 열어보면 아무것도 없더군요. 

    사실 그 추운 겨울에 여름철에나 있는 매미 같은 벌레가 보이는게 더 이상했겠죠. 

    그러던 어느 날 밤, 12시가 거의 다 되서 자리에 누웠고 .......

    막 잠이 드는 순간에 벌레 소리들이 다시 들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날따라 벌레 소리가 정말 컸습니다. 

    완전히 떼거리로 몰려와 제 창문 앞에서 울어대는 느낌이었습니다.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커지는 소리에 정신마저 멍 해지면서 온 몸에 힘이 쫙 빠지는게 방문을 열고 뛰쳐나갈 기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위 눌리는 건 아닌데 그냥 온 몸에 기운이 확 빠지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 하는데 10분은 족히 걸리는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온 몸이 무거워 지고, 몸이 침대 속으로 가라앉는 기분마저 들더군요. 


    그러면 그럴수록 청각이 예민해져서 귀가 아플 정도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벌레 소리들은 여전히 나고 있었지만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잘 되 있는 영화관 같은 데서 들리는 소리처럼 소리 하나하나가 뚜렷했고 슬리퍼 끄는 소리도 날카로울 정도로 확실하더군요. 낮에도 아무도 안 다니는 공간에 그 늦은 밤에 누가 슬리퍼를 끌고 그 좁은 길을 왔다 갔다 하는지 도둑이라도 무섭고 귀신이라도 무섭고....

    하지만 주책맞은 제 눈은 창문에 고정이 되더군요. 

    눈을 감고 안 보면 될텐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눈은 창문에 고정되서 그 컴컴하고 네모난 창문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창문에는 그 우유빛 유리창마저 있어 밖에 뭐가 있다 해도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 점이 은근히 다행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저 뿐만 아니라 밖에 있는 그 무엇도 방안을 제대로 볼수 있는 처지가 아닐테니 적어도 그 무엇인가와 눈이 마주 치는 일은 없을 꺼 아닙니까. 

    슬리퍼 끄는 소리를 들으면서 숨을 죽이고 창문을 바라보고 있자니 눈이 좀 익숙해 지는지 창 밖이 방안 보다는 살짝 더 밝더군요. 그걸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슬리퍼 끄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더니 정말 밖에 검고 사람 키 만한 실루엣이 천천히 지나갑니다. 

    슬리퍼 끄는 소리도 그 실루엣 지나가는 데로 따라가며 들리구요.

    분명히 밖에는 쌓인 잡동사니 때문에 그걸 건너 뛰며 뒤뚱거리지 않고서는 그렇게 천천히 자연스럽게 걸어다닐 공간이 없는데도 그 검은 실루엣은 아무것도 없는 땅 위를 걸어가는듯 천천히 지나가고 또 다시 반대쪽으로 갔다가 되돌아 지나가고...

    완전 정신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벌레소리도 여전히 크고 온 몸에 기운은 하나도 없는데 창문 바로 앞에 뭔가가 왔다갔다....

    식은 땀이 삐질삐질 나는것도 느껴지더군요. 너무 겁에 질려서 인지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 그랬는지 목소리도 안 나오더군요. 그렇게 날이 밝기만 기다리다가........ 눈을 떠보니 창 밖이 환한 아침이었습니다.

    기절을 해버렸던 건지, 잠이 들었던 건지..어떻게 그런 상황에 잠이 들었는지.....

    일어나자 마자 미친 듯이 방을 나와 소리를 질러 댔습니다. 창문을 열어 보는 건.... 생각도 안 나더군요. 났다 해도 절대 못 했을 겁니다.

    부모님들께서 놀라셔서 방에서 나오시고 할머니도 나오시고....

    아버지가 제 방으로 들어가시더군요. 분명히 창문부터 열어 확인하실 테지만 저는 도저히 따라 들어 갈 기분이 아니더군요. 그저 할머니 품에 안겨서 끄억끄억 울기만 했습니다. 

    벌레 소리가 가끔식 났다는 건 벌써 다들 들으신 터라 이번엔 뭔가 확실히 해 두겠다는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가신 아버지가 창문을 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한 30초 정도간 조용하더군요. 어머니가 따라 들어가시는데 아버지가 나오시면서 곧장 현관으로 가셔서 신발을 신으십니다. 어머니도 제 방으로 들어가시다 말고 아버지를 따라 밖으로 나가시더군요. 그때서야 저도 엉거주춤 신발을 신고 따라 나갔습니다.

    할머니도 따라 나오셨습니다 

    제 방으로 들어가서 창문 밖으로 확인 하면 될터지만 저 혼자서 방안에 들어가는것도 엄두가 안 났고 부모님이 집 밖으로 해서 집 옆 쪽에 난 제 창문까지 그 좁은 통로로 오시는 시간을 계산해봐도 그 사이 저 혼자 어제 밤의 사건 현장을 보고 있는다는 건 ...못할 일이었죠.

    어정쩡하게 신발을 구겨 신고 어머니 뒤를 따라가니 집 옆으로 해서 담장 아래로 이어지는 그 좁은 통로가 시작하는 곳에 아버지가 서 계시더군요. 

    제 방 창문 앞까지 가려면 그래도 한 4~5미터는 더 들어가야 되는데도 더 이상 안 들어가시고 통로가 시작되는 그 곳에 서서 뒷짐을 지신 채 제 창문 쪽으로 난 길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물론 저도 어머니 손을 잡고 같이 뒤 따라가서 아버지 뒤에 서서 빼꼼히 고게를 들이 밀어 그 통로를 바라보는 순간, 

    다리에 힘이 쫙 풀리더군요. 어머니도 잠시나마 휘청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할머니도 " 아이고.... " 하시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으셨구요.

    그 사람 하나 지나가기 힘든 통로에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미 같은 벌레가 죽어서 길을 덮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 희한한 건 눈 위를 걸어간 발자국처럼 그 죽은 벌레들 위로 누가 걸어 갔는지 발자국이 나 있더군요.

    발 자국이 난 자리에는 시멘트 바닥이 보였고 제가 들은 그 슬리퍼 끄는 소리처럼 발을 끌며 걸어간 발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딸 아들 시집 장가 다 보낸 노부부만 사시는 옆집서는 벌레소리나 슬리퍼 소리를 들은 적도 없다 하시고 .....사실 그 담은 사람이 넘어 들어오기에는 한참이나 높았고, (옆집이 저희 집 보다 훨씬 더 낮아서 그 집에서 우리 집 담은 훨 씬 더 높았습니다.)

    누가 넘어 들어 온다 해도 옆집을 통해 우리집으로 넘어 와야 하는 건데 물건을 훔치려고 한 도둑이었다면 다른 쪽에 더 낮고 넘기 쉬운 담들을 놔두고 왜 옆집을 통해서 들어 왔으며,

    제 방 창문이나 부엌 뒷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 올 생각은 안하고 들키는 것도 걱정 안 하듯 슬리퍼 소리를 크게 내 가면서 왔다 갔다 하기만 했을까요?

    발자국도 두 방향으로만 나서 어디 담에서 뛰어내린 자국도 없었고 벌레들이 쌓인 곳을 지나 집 앞쪽 방향으로 나오듯 계속 된 것도 아니라서 걸어서 나간 흔적도 없이 그렇게 나 있더군요.

    제 기억으로는 그 실루엣이 열 번도 넘게 제 방 앞을 왔다갔다 했는데도 발자국은 그 좁은 통로를 딱 한 번만 왔다 갔다 한 것처럼 선명하고 뚜렷하게 오간 두 방향의 발자국 뿐이었습니다.

    그 날 아버지께서는 그 좁은 통로를 깨끗하게 청소하셨고 바로 그 다음 날엔 제 방 창문에 창살이 달렸고 그 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던 부엌문도 막아졌습니다. 


    그걸로 그 날 아침 제가 일으켰던 소란은 시간과 함께 묻히더군요. 아직도 그건 온가족에게 의문으로 남은 사건이었지만 더 이상은 그 날에 대해 얘기 하는 가족들이 아무도 없을만큼 옛날 얘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방을 옮기게 되었는데.......거기서는 또 더 무서운 일을 겪었고 급기야 집을 팔게 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알고보니 모두 다 연관된 사건들이었죠.





    2.

    첫 번째 편에서 말씀드린 적 있는 제철도 아닌 매미떼들의 죽음과 의문의 그림자 사건 이후로 전 거의 노이로제가 걸려서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겁이 났습니다.

    그런 뒤숭숭한 일 이후로 부모님께는 든든한 아들이 되어 드려야 할 판인데 그 놈의 노이로제 덕분에 그 방에서 혼자 앉아 공부를 한다던지, 불 안 키고 들어 가서 뭘 가져 온다던지 하는 일은 상상도 못 하겠고 더구나 불을 끄고 잠을 청한다는 건 더 이상 기대조차 못 하겠더군요. 

    아버지께서는 " 사나이 자식이... " (경상도 분이신 저희 아버지, 사내자식...이라고 안 하시고 사나이 자식....이라고 항상 하십니다.)  ..........하시면서 못 마땅해 하셨고 저 또한 그딴 벌레들의 떼죽음이나 잡도둑일 수도 있던 그림자 사건 하나로 이렇게 오금을 저려하면서 제 방 자체를 피한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꽤나 상하게 하더군요. 하지만 그 일이 벌레와 잡도둑이었다 치더라도 왠지 설명할 수 없는, 부모님도 이해 못 하실, 겪어본 저만이 느낀 그 날 방안의 이상한 기운은 부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창문이 없는 방으로 제 방을 옮기는 걸로 일단락을 짓기로 가족들이 모의를 하시더군요. 

    놀란 가슴 진정시킨다는 한약 한 봉다리 안 지어 주시더구만요.. 흠흠.....

    당시에 그 집으로 이사와서 여유 방이 생긴 관계로 할머니도 와 계셨지만 때맞게 집이랑 통학 하기엔 아주 먼 대학에 입학하게 된 누나 방에는 황홀(?!) 하게도 창문이 없었습니다. 

    안 그래도 통학 관계로 피곤이 쌓여 투덜대던 누나는 그 기회에 짐을 싸서 친구랑 자취를 한다는 명목으로 그 방을 선심쓰듯 물려 주겠다더군요. 

    안 그래도 누나의 자취문제를 조심스럽게 의논하시던 부모님도 이제서야 별 쓴소리 안 하시고 누나한테 자취를 허락하셨구요. 물론 누나는 신이 나서 그 다음 날로 가방 두 개를 질질 끌고 사라지더군요.

    뒤도 한 번 안 돌아 보고 말입니다. 저야 뭐 누나는 시집갈 때가 되면 어쨋던 나갈 꺼라고 생각 하던 차에 그게 좀 일러졌다는 거 뿐이고 솔직히 여전히 노이로제 상태에서 창문 없는 튼실한(?!) 방을 얻는 거에 온 정신이 쏠려, 누나의 자취를 섭섭해 하시고 걱정하시던 부모님 맘을 위로해 드릴 기운도 없었습니다.

    단 하나 저번의 사건을 연상되게 하는 요소는 누나방 방문이 제 방 창문처럼 우유빛 유리로 된 미닫이 문이란 거.. 하지만 그거야 거실과 방사이에 있는 문일 뿐이니 저번처럼 밖에서 낯선 그 무언가가 서성댈 일은 없을 꺼라고 생각되더군요. 갑자기 집안에서 벌레들이 떨어져 죽을 일도 없을 듯 하구요.

    그런 일이 생긴다 해도 그건 저만이 아닌 옆방에 할머니도 건너편에 있는 부모님 방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는 일일테니 전처럼 저만 겁먹어 " 사나이 " 자존심을 뭉게트릴 일도 없을꺼란 계산도 했구요.

    그래서 누나방을 쓰기로 했죠.

    누나의 방엔 여전히 누나가 고딩 때 쓰던 책상이랑 침대, 책장 그리고 옷장으로 쓰던 제 눈 높이에 오는 두 짝 문짜리 옷장 하나가 있었고 누나의 잡동사니들이 가득했습니다.

    빈 방 치고는 누나의 잡동사니 덕분에 휑한 기분 없이, 누나가 자취방으로 신나게 떠난 그 날로 전 그 방을 쓰게 됐습니다. 

    문제는 그 날 당장 일어나더군요.

    한참 잠에 들려는 찰나에 뭔가 중얼대는 소리를 얼핏 들었습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적어도 셋은 될 듯한 각각 다른 애들의 목소리...... 무슨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한참을 조잘조잘....

    첨엔 옆집에 사시는 노부부댁 손주들이 놀러와서 이 늦은 밤까지 떠들어대나 하면서 잠에 빠져들듯 말듯 몽롱대고 있는데 갑자기 정신이 확 들 정도의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온 몸에 소름을 쫘악 끼얹더군요.

    얼마나 선명한 소리던지... 분명히 같은 방 안에서 나는 소리라는 걸 확인하고는 솔직히 기절할 뻔 했습니다.

    저희 집에 그것도 온 친척들을 다 통 털어도 그런 목소리를 낼 나이의 애들도 없으려니와 이 오밤중에 제 방에서 놀고 떠들 아이들이 어디 있으며 이 아이들이 언제 제 방으로 들어왔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찔찔 나더군요.  한번도 아니고 두 번째로 겪게 된 이 기이한 일을 이제는 어떻게 아버지께 설명드리며 공포 영화에 보면 온 가족이 다 험한 일을 당하게 되는 그 날까지 아무도 주인공을 안 믿지 않습니까...

    그 와중에도 그런 걸 생각하니 이젠 그냥 아주 죽을 각오를 하고 이불을 확 걷고 이 방에서 나가는 길밖에 없다 싶더군요. 나중에야 어찌되었던 일단은 이 상황을 피해야 된다는 생각 뿐이더군요. 

    그 사이에도 두런두런 애들이 얘기하는 소리는 낮게, 그러나 선명하게 들리고 간간히 웃음소리까지 났습니다.

    지금 당장 방을 뛰쳐나가면 제 방 바로 옆 방이 할머니가 쓰시는 방이니 급한데로 할머니 방으로 가서 숨을 돌리면 될 것 같아 제 딴에는 어금니를 꽉 물고 이불을 확 걷어 제끼고 미닫이 문을 확 열고 할머니 방으로 단 몇 걸음에 날라(?) 갔습니다.

    항상 잠귀 밝으신 할머니는 제가 할머니 방에 들어오는 순간 벌써 엉거주춤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읹으시려 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누나방 미닫이문을 사납게 열어제끼는 통에 그거에 깨셨다고 하시더군요.

    이왕 할머니 잠을 설치게 한 이 못난 놈이 그 자리에 푹 주저 앉아서 방금 일어난 일을 말씀드렸더니

    우리 할머니께서는 저를 완전 말려죽이실 방도를 제시하셨습니다.


    " 지금 당장 다시 방으로 가가꼬 암꺼도 안 듣기는 척 하고 편케 누워 자거래이. 그라마 된다... "



    이런......




    할머니 방에서 하룻밤이라도 재워주셔도 도움이 될까 말까 한 판에 다시 그 방으로 가서 아무것도 안 듣기는 척 까지 하면서 잠을 자다니요. 제가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는 간땡이의 소유자라면 이렇게 미친듯 산발을 해서 눈물에 식은 땀에 쩔어 할머니 방으로 내달려 올 일도 없었을텐데.. 우리 할머니 야속하기도 하고, 뭔가 아시는 듯 해서 겁도 나고....

    그래도 일단 매달릴 곳은 할머니 뿐이었습니다. 건너방에 계시는 부모님들을 깨워봤자 아버지께 또 사내 자존심 빠게지는 " 사나이 자식이 그딴 일로... " 로 시작하는 강연을 오밤중에 하실테고 결국은 아무 지원군 없이 그 방으로 몰려나 불까지 끄고 자는 시늉을 해야 할테고....

    누나방에 문 자체가 유리이니 안에서 제가 누웠는지 안 누웠는지는 확실히 못 보신다 해도 불을 껐는지 안 껐는지야 부모님 방에서 문만 열어도 보이실테고......

    그래서 부모님을 깨우는 일은 도리어 저를 그 지옥에 다시 쳐넣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테니 할머니 무릎에 제 산발한 머리를 부비대면서 " 할머니.....할머니... " 만 외쳤습니다.

    물론... 부끄러운 일입니다만은 눈물까지 흘려가면서요. 조금이라도 더 애절해 보여야 하는 수 없이 할머니 등이라도 바라보며 잘 수 있는 기회가 생길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연기하고 말 겨를도 없이 진정으로 겁에 쩔어서 눈물이 나더군요.

    그리고 정말 죽으면 죽었지 뭔지도 모를 그 소리를 내는 것들이 하나도 아니고 여럿 있는 누나 방에는 다시 들어갈 생각도 용기도 없었습니다.

    제 애절함이 통했는지 우리 할머니 입을 여시더군요. 

    " 정 그카면 말이데이....... (정 그러면 말이다..) "

    라며 말문을 여시더니,


    " 내캉 같이 가서 누버 자자 " ...............



    ...........................................뜨아...................................................


    정말 엎친 데 덮친다고, 그 소름 끼치는 방은 10대 후반의, 철근이라도 씹어먹을 저도 감당을 못하겠는데 나이드신 할머니까지 같이 가서 무슨 봉변을 어떻게 당할지 제가 어떻게 그 감당을 합니까. 

    그 주절대는 이상한 소리가 할머니 혈압이나 심장에 무슨 일이라도 내면 전 우리 아버지께 동사무소 끌려가서 호적 파내지는 건 시간 문제고, 누나야 신나서 자취나갔지만 전 신발도 못 챙기고 내쳐질 게 분명했거든요.

    안 그래도 매미 사건으로 온 가족들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고 제 잘못 아닌 잘못을 지어 죄인처럼 꾹 죽어 살던 판에 말입니다. 

    그런 생각이 오가는데 우리 할머니..... 베개 하나랑 홑이불 하나를 말아 드시고 방문을 열고 나가시는 겁니다.

    저는 아주 경끼를 보일 판이었지만 아무리 할머니 방이라도 혼자 있을 맘은 이제 사라진지 오래고 제 방을 거쳐 누나방까지 따라온 기분나쁜 기운과 일들이 할머니 방이라고 안 따라오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할머니가 다시 누나방으로 가시든 말든 전 할머니 뒤를 따라가야만 하는 시추에이션이 생기더군요.

    누나 방으로 들어가시는 할머니는 제가 자던 누나 침대 바로 옆에 베개와 홑이불을 휙 던지시고 그 위에 누우셨고 저 보고는 침대 위에 누우라는 손짓을 하셨습니다. 침대를 토닥토닥 하시면서요. 

    저는 거의 멍...해져서 비실비실 침대로 가는데 할머니께서는 문까지 닫으라고 하시더군요.

    암담했습니다. 

    전 문을 닫는 동시에 방에 불을 켰습니다. 

    할머니가 갑자기 켜진 불빛에 눈이 부시시는지, 손바닥으로 눈을 슬쩍가리시며 다시 앉으시면서 

    " 책상 밑에 함 봐 봐레이. " 하시더군요.

    제 눈이 책상 아래를 따라 내려가다 저는 침대에 털석....주저앉았습니다.

    누나가 쓰던 책상 아래에는 누나가 어릴 때부터 가지고 놀던 크고 작은 인형들이 층층이 벽을 등지고 앉아 있었습니다. 저야 누나가 있을 때는 누나 방에 들어갈 일이 별로 없어서 거기에 인형들이 있었는지, 아님 누나가 자취 나가면서 인형을 그리로 몰아 두고 정리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좀 큰 인형 한 다섯이 책상 아래에 제일 아랫줄에 앉았고 그 머리와 어깨에 다른 조금 더 작은 인형들이 꽉 껴가면서 앉아 있고, 그 윗줄에는 누나가 아주 어릴 때 가지고 논 것 같은 머리 길고 슴가 나오고 키크고 목 빠지는 그 뭐라 그러더라??? 플라스틱이나 고무로 된 한 20센티 되는 키의 인형들이 한 셋이 누운 자세로 그 아래 앉은 인형 머리들 위에 널부러져 있더군요. 

    한 밤중에 왜 갑자기 할머니께서는 그걸 보라고 하시는지도 모르겠고, 제가 들은 그 소리들과 저 인형들하고는 무슨 상관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인형을 보고 있자니 아까 그 이상한 소리들이 날 때 들던 나쁜 기분이 들고 소름이 다시 돋더군요.

    할머니께서는 아마도 주절대던 것들이 저 인형들일 꺼고 모른 척하고 안 들리는 척 하면 지들도 더이상 사람 골탕먹이는 짓거리를 안 할꺼라나요? 

    할머니만 아니셨다 해도 " 웬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 " 하고 대꾸했겠지만 감히 그 소리는 못 드리겠고

    그냥 입 벌리고 멍..하게 앉아서 머리만 끄덕끄덕 하면서 할머니 얘기를 들었습니다.

    인형이 얘기를 하다니요. 무슨 전설의 고향입니까???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 적어도 몇 백 가구는 빽빽하게 들어선 우리 동네가 여우가 재주 넘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동네도 아니고 말입니다.......

    인형이 미쳐서 얘기를 한다고 칩시다. 그거랑 매미떼랑 제가 본 그 시커먼 그림자하고는 뭔 상관입니까?

    아주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더군요. 

    물론 아무도 답해 줄사람도 없겠지만요.


    그러는 와중 할머니는 다시 일어나셔서 불까지 끄시고 자리에 누우시고 저는 벽에다 등을 붙이고 누나 책상 쪽을 향해 누워서 눈을 꼭 감았습니다.

    그러고는 한 30분이 지났을까요? 갑자기 조용하던 방에 또다시 뭔가 조잘조잘대는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이번에는 아주 두 셋이 아닌 그 인형 수대로 모두가 떠드는지 섬뜩하기 그지 없이 속닥속닥이기도 하고 요상하게 웃기도 하고 소리도 질렀다가......

    방은 창도 없이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그러고 보니 정말 소리는 책상 아래에서 나오는 것 같더군요.

    그나저나 그 책상이랑 한 50센티 밖에 안 떨어진 곳에 누워계실 할머니가 걱정이 되기 시작해서 전 나직하게. " 할머니.... " 하고 불러봤습니다. 제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가 주무시지도 않으셨는지 

    " 등 돌리고 자거래이.. " 하시더군요. 

    분명히 할머니도 그 소릴 들으신 겁니다. 아니면 제가 그저 할머니... 하고 불렀을 뿐인데 등을 돌리고 자라는 소리를 갑자기 하시다니요.

    등을 돌리면 그 인형들이 다 튀어나와서 제 등짝에 갖다 붙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할머니가 중간에 계시니 설마... 하는 맘에 슬그머니 등을 돌려 벽을 보고 돌아 누웠습니다. 

    근데... 그랬더니 말입니다. 갑자기 그 조잘대던 소리가, 제가 " 할머니.. " 하고 부를 때도 끊이지 않고 조잘대던 소리가 딱. 끊기는 겁니다. 

    물론 등짝은 허전하기 그지 없이 썰렁해졌지만 그 요상한 소리는 전혀 안 나고 그저 조용한 밤.... 그 자체더군요.


    잠을 거의 못 자고 아침이 왔고 거실 창문에서 누나 방문을 통해 아침 해가 뜬 걸 느끼자마자 저는 쥐가 나서 더이상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제 팔 한쪽을 부여 잡고 바로 누워 팔에 피 통하기만 기다렸습니다.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팔이 저리다가, 아프다가 피가 안 통해서 아무것도 안 느껴질 때까지 꼼짝을 못한 채로 누워 있었던 거였습니다.

    팔에 피가 오르는지 그 쥐난 게 풀리는 찌릿찌릿한 느낌부터 시작해서 밤새도록 눌려있던 팔이 욱신거릴 정도로 고통이 느껴지더군요. 팔 뿐 아니라 그 쪽 어깨까지 해서 아주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깟 고통이야 그 요상한 주절주절.. 인형들이 내던 소리의 공포감에 비하면 새발에 피였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잠을 주무신 건지 안 주무신 건지 벌써 자리를 정리하시고 책상 아래 쪽을 보고 앉아 계시다가 제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자, 할머니는 덮으시던 홑이불 위에 그 인형들을 하나하나 꺼내 쌓으시고는 홑이불을 말아서 밖으로 들고 나가셨습니다. 저도 무슨 사건 현장을 투명인간이 되서 남들 모르게 목격이라도 하고 있는 듯 슬그머니 할머니 뒤를 따라 나섰고 할머니는 거실에서 아버지가 쓰시는 성냥이랑 신문을 몇 장 말아 드시고 그 인형이 말린 홑이불을 들고 마당으로 나가시더군요.

    아직 아침이라서 공기가 시리도록 차가웠지만 밤새도록 공포에 지친 제 숨통이 탁 트이는 것 같은 신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당 한 구석에 구부려 앉으신 할머니는 가지고 나오신 성냥을 그어서 말려 있는 신문지에 불을 붙이시고 인형이 말려 있는 홑이불 위에 불 붙은 신문지를 놓으시더군요.

    겨울의 건조한 날씨 덕분인지 할머니의 홑이불에 금방 불이 확 붙고 타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인형들이 보였습니다. 불에 붙어 녹아 내리는 누나의 인형들.... 그 끔찍한 몰골은 어젯밤의 그 목소리들을 떠올리게 했고 지금까지 그 녹아내리는 인형의 얼굴과 눈은 제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밤새 무슨 결정을 하신 건지 할머니는 아침 식사를 하시고 아버지가 출근하시자마자 무슨 보살인가를 찾아가신다고  (아무래도 점쟁이를 지칭하는 듯...) 엄마랑 집을 나서셨습니다.

    저도 구질구질해진 몰골로 가방을 메고 학교로 갔구요.

    그리고 그 다음 날인 토요일 오후에 무슨 보살이라는 중년의 아줌마가 집으로 찾아 왔더군요....





    3.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서 찾아갔다는 그 보살은 서울 근교 어느 산 자락에 자그마한 사당인가를 운영(?!) 한다는 분이었는데, --나중에 세월이 흘러 들은 얘기로는-- 그 분은 어렸을 적에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밥술이라도 덜자고 보리밥이라도 하루 세 끼는 먹는다는 집에 전쟁통에 다리 하나가 불구가 된 남자한테 시집을 갔고, 그래서 연을 맺은 시댁에는 항상 시름시름 아픈, 병간호 할 일이 태산인 시어머니가 계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 집 며느리가 된 거, 며느리로서 그걸 어떻게 해보자고 무당을 불러다 열은 굿판에서 시어머니 되시는 분은 그 날로 신내림을 받게 되어 뜬금없이 무당이 돼버리는 바람에 한 마디로 평생 무당 시어머니 시중을 드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던 아주머니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제야 사람 답게 사나 보다 했는데, 무슨 업보의 장난인지 그 아주머니한테 갑자기 시어머니 신이 내려 시어머니 돌아가시고도 그 분을 신으로 모셔야 하는 몸이 되었다고 합니다. 한동안은 반항도 해 보고 죽을 맘도 먹어 보고 했지만 남편도 자식도 다 잃고 결국은 지금의 용하다는 보살이 되어 우리집과 연이 닿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 보살이라는 분을 만나고 온 다음 날은 토요일이었는지 제가 학교 갔다 일찍 와 있는데 그 보살이 저희 집으로 왔더군요. 겉으로 보기에는 50대에서 60대 사이에 보통 아주머니 얼굴이었지만 눈에 띄게 새까만 생머리를 쪽을 지어 광대뼈가 더 불거져 보이는 인상이었습니다.

    얼떨결에 문을 연 저를 보시더니 저한테는 아무 말을 안하시고 뭐라고 혼자 중얼중얼 하시면서 ㅉㅉㅉ 혀를 차시더군요. 영문도 모르는 저는 할머니와 어머니를 번갈아 부르며 집 현관으로 뛰어 들어 갔고, 조용히 뒤따라 온 그 보살은 현관에 서서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할머니가 나오시고 빨래를 하셨는지 어머니가 고무장갑을 벗으시며 나오시더군요. 할머니와 어머니한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 그 보살 아주머니는 고개를 들기가 무섭게 거실 천장을 째려보시는 거였습니다. 

    아직 환한 대낮이지만 갑자기 나타난 머리 쪽진 아줌마가 우리집 천장을 뭐 이상한거라도 보이는 것처럼 째려보는 모습이 기분 나쁘게 소름 끼쳤습니다. 하지만 그 보살이라는 사람이 우리집에 온 이유가 제가 겪은 이상한 일들 때문이라는 걸 아는 저로서는 그저 그 아주머니의 눈빛만 살필 뿐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그 보살이라는 아주머니는 우리집의 이방 저방 문을 열고 닫으며 집구경 아닌 집구경을 했고,

    이틀 전까지 제 방으로 쓰던 그 매미소리 들리던 방의 방문을 열고 들어 갔습니다. 저는 차마 따라 들어가진 못하고 문 바로 밖에서 그 아주머니를 지켜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그 아주머니는 창문을 확 열어 제껴 밖에 담장을 바라보면서 아주 낮지만 분명하게 


    " 아주 씨를 말려죽일려고 작정을 했구만..... " 


    라 하셨습니다.

    어리둥절해 있는 저한테 그런 밑도 끝도 없는 한 마디는 저를 아주 멍하게 만들더군요.

    제 방을 나온 그 보살은 할머니와 함께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시고 어머니는 차와 과일이라도 내신다면서 부엌으로 가셨습니다. 그러면서 저보고는 부엌으로 따라 오라는 눈짓을 하셨습니다.

    물을 끓이시면서 저희 어머니께서,

    " 나도 이런거 믿고 의지하고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게 좋다고....
     혹시라도 피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피하고 싶은 맘에서 할머니가 내신 의견을 따르기로 한 거니 너도 그렇게 알고 아무소리 말아라. 
     할머니는 다 너를 위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시더라. " ....................


    어머니가 차를 끓이신 후 그 사이 깎은 과일을 담은 접시를 작은 쟁반에 올려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시고 ...

    그러고는 30분이 넘도록 안 나오셨습니다. 

    저는 거실에 앉아서 혹시라도 뭔 소리라도 주워 들을까 싶어 귀를 세우고 있었지만 얼마나 조용조용 말씀들을 나누시는지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는...... 긴장되고 걱정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거의 한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할머니 방문이 열리면서 그 보살이라는 분이 먼저 나오시고, 할머니 뒤를 따라 어머니가 나오시는데 어머니는 울으셨는지 코도 눈도 벌겋게 되셨더라구요.

    그 보살 아주머니는 방을 나오시면서 거실 구석을 무섭게 노려보셨습니다. 그 분을 배웅나가신 할머니와 어머니가 들어 오신 후 제가 앉아 있는 거실 소파에 저를 마주보고 앉으셔서 그 보살이라는 아주머니가 한 소름끼치는 애기를 해 주셨습니다. 

    요약하자면.... 이 집은 쉽게 말해 도깨비 터위에 세워진 집이고 도깨비인지 요물인지 이 터의 주인되는 요망한 것들은 욕심이 대단해서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재물을 모아 이 집에 물어 왔었다는군요. 이 집에 사는 저희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저축해 놓듯이 이 집으로 물고 오는거라더군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런 집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든 일이 잘 풀리고 하는 모든 게 성공을 하는 등 그 요물들이 물어다온 " 재물 " 의 덕을 자연스럽게 본다고 합니다. 그렇게만 끝나면 좋은 일이지만....

    갑자기 요물들이 자기들이 물어와 쌓아다 놓은 "재물" 들을 찾기 시작했을 때는 거기 사는 사람들이 그 덕을 미리 봐버려서 요물들이 찾아낼 게 하나도 없어지고 그것에 화가난 요물들은 거기 사는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해꼬지를 하는데 약한 경우에는 집에 사는 사람들이 자주 아프다거나 하지만,

    그 요물들의 화가 크다면 그 재앙도 커서 그 집사람이 죽는다던지 대단하게 불행한 일들이 이어진다는 거였습니다. 

    저희 집은... 여기 이사 오고 나서 얼마 안 되어 아버지가 회사에서 승진까지 하시고.. 아버지 연세에 명퇴하시는 분들이 많은 시대여서 자리를 지키시는 것만도 다행일텐데 승진까지 하시구요... 누나가 재수할 각오로 자존심만 세우며 지망한.... 누나 성적으로는 많이 힘들 것 같던 대학에 덜커덕 합격해버리고...

    그러고 보니 그런 큰일부터 시작해서 작은 여러 일들이 잘 풀렸던 게 기억이 나는 겁니다. 

    저는 무슨 도깨비 방망이 얘기라도 듣는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듣기는 했지만 그럼 저희 집은 도대체 어느 쪽에 속하는 건지, 가족 중 누가 아프고 말 정도인지, 누가 죽게 되는 크게 화가 난 정도인지를 몰라 겁이 바짝 났습니다. 

    그동안 제가 겪은 두 번의 그 이상한 일들도 그 요물들이 화가나서 해꼬지를 막 시작한 증거라고 그 보살이 그랬다는군요.

    보살이 말하기를 이번 경우는 아주 재수 없는 경우로 이 요물들의 기가 너무나 세고 그래서 그 화도 불 같아 아예 이 집의 자손대를 끊어버리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군요. 그 보살이 우리집에 들어오자마자 그 아주머니의 눈에는 우리 집안에는 보통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는 큰 기둥들이 몇 개 있는데 거기마다 시퍼렇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 요물들이 매달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답니다. 거기다 그 아주머니가 제 방으로 가실 때 제가 뒤를 따라가 문 밖에 서 있으니 그 모든 요물들이 저 있는 쪽으로 목을 길게 빼고는 저를 노려보고 있었답니다. 

    이 집에서 더 오래 살면 저는 아마 미쳐 죽게 만들 거고, 아버지 또한 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집에 대를 이을 남자들 목숨이 위태하다는 거였습니다.

    어머니는 그 보살에게 앞으로 어떡하냐고... 우리 아들 좀 살려달라고 우셨다는군요. 그러자 그 보살이 굿을 한 판 열어서 그 요물들을 달래고 당장 이 집을 팔고 나가라고 하셨답니다. 절대로 남한테 공짜로 주면 안 돼고 헐값으로라도 값을 쳐서 팔아야 그 나쁜 요물들과의 인연이 멀어질 기회라도 생긴다는군요. 

    하지만 저희 집 다음으로 이사 올 사람들의 운명이야 그 보살이 알수 없는 거라고 했다는군요. 그저 그걸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지만 그거야 그 다음 사람들의 운명에 달린 거라는......



    그 보살이 다녀가고부터 저는 완전히 폐인이 되다시피 살이 빠지고 눈이 쾡해지는 등 잠도 못자고 밥도 먹는 둥 마는 둥......그러고 겁에 질려 한 달을 보냈습니다. 집안에 그 눈을 시퍼렇게 부라린 요물들이 제가 가는 데마다 목을 길게 빼고 감시를 한다는데 그걸 들은 이상은 도저히 밥맛도 살맛도 안 나더군요.

    이 집을 나와서 누나랑 살아 볼까 싶은 맘도 있었지만 그런 집에 할머니와 부모님을 두고 저만 살자고 집을 나온다면.... 그래서 아버지한테 저 대신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저는 그 죄책감에 목숨을 스스로 끊게 되던지 미치던지..... 아무래도 여기 이 집에 이렇게 사나 집을 나가나, 미쳐 죽는 결과는 똑 같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 당시 거의 매일 밤마다 가위를 눌리게 되고 헛것도 보이고......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어머니는 결심끝에 생전 첨으로 굿 판을 벌리시더군요. 굿 판이 벌어지던 날..... 온 동네가 저희집 얘길 하기 시작했고, 귀신들린 집 아들 지나간다고 하는 동네 분들 목소리를 뒤로 하고 골목을 빠져 나오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굿 덕분인지... 한동안은 가위도 안 눌리고 잠 자는 것도 훨 나아지더군요.

    부모님은 몇 번의 큰 부부싸움 끝에 (아버지가 그런 걸 전혀 믿지 않으려 하셨고 그래서 아들 하나 살려보려고 안 하던 짓을 다 하게 되는 걸 이해 못 해 준다고 어머니는 섭섭해 하시면서 싸우셨던 거 같습니다.) ...집을 내 놓게 되었습니다. 물론 동네 사람들한테는 귀신 들린 집이라고 낙인이 찍혀버렸지만, 동네 집값 내려가는 게 걱정인지 부동산 하는 사람들이 저희 집을 방문한다고 큰길까지 나가 부동산 하는 분들을 안내해 집에 데리고 오는 길엔 그 누구도 저한테 "귀신들린 집 아들 지나간다.." 라고 하는 사람들이 없더군요........

    그 때 느낀 인간들의 이기심... 지금 생각하면 저희집에 있었다는 요물들의 사악한 맘과 뭐 그리 다를까 싶을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을 내 놓은지 3일만에 어디서 어떻게 아셨는지 어머니의 먼 친척 동생 뻘 되는.. 제가 이모라고 부르는 분이 어머니를 찾아 오셨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은 무남 독녀셔서 제가 이모나 외삼촌이라고 부를 분들이 안 계신 관계로 먼 친척이기는 하나 그리 멀지 않게 일년에 세 네 번은 보고 사는 그 분을 저는 어릴 때부터 이모라고 불렀습니다. 

    집을 그렇게 좋은 가격에 내어 놓으면서 자기 사정 힘든거 다 알고 이런 동네 이런 집에 살아 보는 게 소원인지 알면서 왜 그런 기회를 남한테 주냐고... 화를 내시더군요. 

    " 언니두 참 너무 한다... 내 사정 뻔히 다 알면서..... 살만큼 사는 언니가 이렇게 좋은 가격에 집을 팔면서 나한테는 어떻게 한 마디 귀뜸
     을 안 하고 남만 좋은 일을 시키려고 하는지 언니 속을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

    라고 하시더군요.

    저희 어머니야 속에 억장이 터지셨겠죠.... 이 집을 차마 제 값을 다 받고 팔았다가는 나중에라도 도깨비 터라는 게 알려지면 멱살을 잡혀도 아무 소리 못할 일이기에, 거의 절반 정도 되는 가격에 내 놓는 남의 속도 모르고 어머니의 사정을 묻기에 앞서 자기 사정 알면서 남 좋은 일만 시킨다니....... 저도 속이 상했습니다.

    근데도 어머니는 아무 중요한 얘긴 안 하시고... " 니네 큰 애가 벌써 고 3 인데.... 고 3때 전학가기도 그렇고.. 멀리 학교 보내기도 그렇잖아.... " 하시면서 그 당시 저보다 한살 많던 그 이모 아들, 제 친척 형 얘기로 얼버무리시더군요. 

    그 날로 이모는 우리집에 삼일간을 출근을 하다시피 해서 우리 어머니를 들들 볶아댔습니다, 어머니가 얼버무리면 얼버무릴수록, 

    " 언니 정말 속도 못됐다.. 내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언니가 내 놓은 가격에서 한푼을 빼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나 한테는 안 팔려고 하
     는 거야? 언니는 아무래도 내가 이런 동네에 살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 하는 거 아냐? 나 같은 못 배우고 못 사는 친척이 있다
     는 게 동네 사람들한테 부끄러운 거야??
     언니는 안 그런 줄 알았더니 언니도 별 수 없구나? 그렇지? " 

    ...고등학생 아들까지 둔 그리 젊지도 않은 어른이... 나중에는 막가는지 별의 별 소리를 다 하더군요. 


    그것 때문에 어느 날 저녁에 가족 회의가 열렸습니다. 물론..

    이모는 빼고 말입니다.





    4.(完)

    이모는 삼 일 동안 정도를 저희집에 출근하다시피 들락 거리면서 어머니를 볶아댔고, 저희집 식구들의 속 사정도 모른 채 원망만 늘어놓는 이모를 보다 못한 저희는 가족회의 비슷한 걸 열었습니다.

    이모가 없는 자리에서 저는 부모님께 이 집을 그냥 이모한테 팔고 말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보살 아주머니 말대로라면 우리집에 이사오게 될 사람들은 자기 운명대로 살고 죽고가 결정 날 뿐이라니, 우리가 미리 말을 해 준들 안 해 준들 뭐를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사실 여기서 모두 다 표현 할수 없을 정도로 심한 말들을 이모가 어머니한테 하는 걸 며칠동안 보아온 저로서는 그저 이모가 나중에 무슨 일을 당하던 말던.... 솔직히 무슨 일을 당하기를 바라는 맘이 들 정도록 이모가 미워서.... 이 집 이모한테 팔고 말자 했습니다.

    어머니 평생동안 그 이모와 쌓아온 정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사람 무시해서 자기한테는 한 마디도 없이 남 좋은 꼴만 시킨다던 이모가 정말 야속하더군요. 일부러라도 이모한테 아무 말 안하고 이 집을 이모한테 팔았으면 좋겠더라구요.... 참 벌 받을 생각이었죠...... 하지만 그 때는 그런 생각 밖에 안 들더군요.

    하지만 그건 제 발악이었고.... 가족 계획의 결론은 이렇게 났습니다.

    이모한테 이때까지 모든 일들을 다 얘기 해주자... 그러고 난 뒤의 결정은 이모한테 맏기자구요.

    그렇게 되면 이모도 이 집에 대한 맘을 접지 않겠느냐구요.




    사실 저희 가족들이 그 이야기를 이모한테 숨길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수선하게 집을 내 놓고 이 집을 사게 될 사람만 찾다보니 왠지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가 되더군요. 물론 동네 사람들이야 어느정도는 다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동네 사람들마저도 동네의 집값을 우려한 나머지 저희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나 부동산 사람들한테는 아무 일 없는 척 하고 있던 때였거든요. 어머니께서는, "입 다물고 그냥 조용하게 이사나 빨리 나가라" 는 그런 소리를 반장 아주머니한테 들었다더군요. 

    그런 와중에 별로 자주 만나지도 않는 이모한테까지 연락해서 우리가 겪고 있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얘길 할 필요도 없었던 거고.... 집이라도 팔리고 나면 새 집 주소도 전할 겸 해서 연락이나 할려고 했던 게 어머니 마음이셨던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이모가 이렇게 집 파는 얘기랑 가격을 터무니 없이 싸게 내 놓은 얘기를 듣게 될 꺼라고는 그 아무도 몰랐던 겁니다... 세상 참 좁더군요...... 어떻게 그런 소식이 그렇게 빨리 전해지는지 말입니다. 그런 소식까지는 전해지면서 이 집이 도깨비 터이고 가족들한테 큰 일이 닥치기 전 도망치듯 이사가는 그런 사실은 하나도 전해지지 않았던 것도 신기하더군요.

    일단.... 결정난대로 이모한테 모든 걸 말하면 이모도 다시는 우리집 들어오는 것도 꺼리게 될 것 같은 생각에 그 날 밤은 그나마 속이 좀 편했습니다.



    다음 날, 이모는 또 저희 집엘 이른 낮부터 오셨는지.... 학교 갔다오니 이모가 와 계셨고, 이상하게 이모는 연신 싱글 벙글....

    영문을 모르겠더군요. 

    이모가 가시고 어머니께서는 이모가 이 집을 사기로 했다고 하시더군요.

    이때까지 제 방과 누나방에서의 그 요상한 일들과 보살 아줌마 얘기랑, 굿 판까지 벌인 얘기까지 했는데도 이모는 이 집을 사겠다고 했답니다. 도리어 그런 말도 안되는 얘기를 아주 심각하게 말하는 엄마가 웃긴다면서 배를 잡고 웃더랍니다. 자기는 그 따위 케케묵은 옛날 얘기 같은 거에 신경쓸만큼 좋은 신세도 아니라 그저 좋은 동네, 좋은 집을 헐값에 사는 것만으로도 복 터진 운세라고 좋아하셨다는군요.

    어머니도 지치셨는지 " 나도 해줄 말 다 해 줬고 자기를 위해서 그렇게 말렸는데도 기어이 이 집을 사겠다니 더 이상 이걸로 그 애랑 감정 싸움 하고 싶지 않아서....... 좋을대로 하라고 했다.. " 하셨습니다. 

    어쩌면 이런 거 믿지 않고 코방귀나 치는 애한테는 정말 요물이고 뭐고... 아무 일 안 일어나고 멀쩡하게 살 수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가 괜히 겁을 내니까 이것들이 더 신이나서 해꼬지를 해대는 건지도 모른다시면서....

    어린애도 아닌데 무작정 이모를 위한다고 말릴 수만은 없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희집은 그 동네와는 아주 먼 데로 이사를 갔고 이사간지 두 주 정도 후에 이모가 그 집에 이사를 끝냈다고 전화가 오셨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겪은 그 무서운 일들이 그저 나쁜 경험 정도로 기억되고 말려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더군요. 저도 점점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이모댁도 별일 없는 것 같고...



    그러고는 한 3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였습니다.

    한밤 중에 요란스럽게 전화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으신 아버지는 몇 마디 짧게 대답만 하시고 수화기를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같이 좀 가야 할 곳이 있다고 하시면서 어리둥절해 하시는 어머니를 데리고 나가셨습니다. 나가시면서 할머니께 뭐라고 말씀을 드리는 걸 봤지만 저는 자취하는 누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미리 짐작하고 이럴 때는 꼴에 장남인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 누나는 교통사고라도 당했는지... 많이 다쳤는지... 아님... 그저 친구들끼리 술먹고 놀다가 깽판이라도 쳐서 경찰서에서 온 연락인지.... 그래 누나 괄괄한 성격에는 그러고도 남지... 교통사고 같은 건 아닐 꺼야... 그 집에서 이사 나온지가 언젠데....... 그래... 그런 걸 꺼야. 지 성질 못 이겨 이번에 버릇 고치는 일이 생긴 거 뿐일 꺼야.... 근데.... 왜 아버지는 그게 뭐 그리 심각한 일이라고 한 마디도 말씀 안 해주시고 .............

    머릿속에 소용돌이가 칠 정도로 생각에 의문에, 그러면서 저한테 스스로 별일 아닐 꺼라고 위안까지 해가면서.. 앉아 있는데 갑자기 할머니께서...

    " 내 그 칼줄 알아따. 그래 뜯어 말리는데도 지를 위하는 사람 말을 안 듣디만... "

    전 대번에 "할머니, 누가요? 누나 맞죠? 누나한테 뭔 일 생긴 거죠?" 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 누나? 너거 누나???? 아이다...야가 무슨 소리 해쌌노... 지금 사돈집에 초상이 나뿌따 아이가.... 너거 이모라는 여자... 고집도 쎄구
     로 그렇게 말려꾸만 결국 지 서방 말아자시고 이 일을 우짜노..... 너거 엄마 맘이 이젠 살아도 죽은 거 같을끼도........ 아이구..... "



    그랬습니다... 모든 게 안정된 것도 아니었고, 눈을 시퍼렇게 부라리고 기둥을 감고 있었다는 그 요물들이 굿 한 판에 얼씨구나 맘이 풀려 분을 푼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집에 사는 가족들이 바뀐 것도 상관없이 한 번 오른 독을 뿜어대기 시작한 그것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악을 쓰면서 결국은 이모부를 돌아가시게 했던 거였습니다.

    이모부의 장례식 바로 전 날까지 전 이모부가 등산가셨다가 낭떠러지 같은 데서 발을 잘못 디뎌 사고가 난 걸로 알았습니다. 어른들이 " 낙사했다는구만... ", " 추락사라는군.... " 하시는 소리를 들었던지라 등산을 자주 가시는 걸로 알고 있는 이모부가 등산하시다 변을 당하신 걸로 저도 모르게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장례식 날 이모부 쪽 가족되시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제가 살던 집 동네 공원에서 이모부 시신을 발견했고, 시신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사고를 당한 흔적이라 새벽에 나와 운동하던 동네 사람들이 알아 볼만한 상태가 아니었는데..... 다행히 이모부 주머니 속 지갑 안 신분증으로 사고 난 후 거의 하루 반 만에 가족들한테 연락이 갔다는군요. 

    그 사이 이모는 이모부가 바람 좀 쐬러 간다고 나가신 후 그 날 밤 늦게까지 안 들어오셔서 다음 날까지 기다려 보고 실종신고를 하려고 하셨다는 거였습니다. 이모부가 산을 좋아하셔서 답답한 일이라도 있으면 꼭 지척에 다녀오시듯 바람 좀 쐬고 온다고 나가셔서 반나절 후나 그 다음 날 새벽에 " 경기도 어디 산에 왔다 " 라고 전화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닌지라... 이번에도 그런 것 같다 하면서도 연락이 올 때가 지난 걸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는 건 나중에 어머니께 들어 알게 되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모부가 추락사로 돌아가신 건 맞는데.... 산이나 낭떠러지도 아닌 이모부 동네 공원에 있는 어른키 정도 되는 돌다리에서 추락하신듯 했다고요...

    원래 그 돌다리는 작은 연못 같은 거 위로 지나가는 다리 모양인데 공원에 연못을 내려다가 어쩐 이유로 내지 않고, 대신 꽃밭을 동그랗게 만들어서 그 위로 돌 다리가 휘어 지나가게끔 해 놓은, 즉... 보기 좋으라고 만든 나지막한 다리여서 동네에 초딩짜리 아이들도 일부러 다리 위에서 꽃밭으로 뛰어내리는 장난을 칠 정도의 만만한 높이였던 걸로 아는데... 거기서 떨어지신 이모부의 시신이 얼굴도 몸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되었단 게.... 요물들의 해꼬지가 아니고서는 이해가 안 된다는 할머니의 말씀도 계셨구요.. 

    세월이 많이 지난 후에는, 이모부가 돌아가실 당시 사실 이모부가 갑자기 우울증 증세를 보이면서 이상한 행동들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모는 그런 사실을 할머니께나 저희 어머니께는 말씀 안 드린 거죠.

    그래봤자 그 집 때문에 그렇다는... 당시 이모가 믿지도 않고 웃어 넘기던 " 케케묵은 옛날 얘기 " 만 다시 들으실 게 뻔했을 거니까요. 

    그 사건 후에도 이모는 그 집에서 계속 사시면서 어머니께서 걱정하시는 모든 일들을 여전히 고려하는 기색이 없으셨더랬습니다.

    물론 이모부는 그저 단순한 사고로 잃으신 걸로 생각하셨겠죠. 그렇게 믿고 싶으셨을테구요.

    하지만 이모가 거기서 사시면서 병치레도 자주 하시고....가끔 만날 때마다 더 말라가고 얼굴색도 안 좋고 ....

    예전에 저희집을 사게 되었다고 싱글벙글하던 그 인상은 온데 간데 없어졌죠....

    그 뿐 아니라... 그 집 큰 형.. 저보다 한 살 많던 형도 건널목 거의 다 건너다 오토바이에 치어서 다리를 절고 일년을 넘게 술에 쩔어 살았구요... 지금은 그 형 수술을 두 세 번 더 받고 다리가 멀쩡해졌지만은.....

    이모는 그 형이 사고나고 일년 후 쯤에 상가와 주택을 같이 해서 한 건물을 짓는다는 사람이 그 동네 땅에 관심있어 한다는 소리를 듣고 그 집을 내 놓으셨습니다. 남편을 잃고도 그런 거 안 믿는 척 하다가 자식까지 크게 다쳐 오래 고생을 하니 드디어 겁이 났던 건지, 아니면.. 그냥 나쁜 기억들만 생긴 집이 싫었는지..... 이모도 결국은 저번에 저희 집처럼 그 동네랑은 아주 먼 데로 이사를 가셨더군요. 


    이상했던 그 집이 모퉁이 집이었는데....

    지금 거기는 별로 볼품은 없지만 3층으로 된 건물이 서 있죠. 상가와 주택이 들어간 건물은 아니고... 원룸을 몇 개 만들어서 월세를 받는 건물 같아 보였습니다. 골목도 전보다 더 좁아진듯 했구요.....

    전 솔직히.... 아직도 그 모든 도깨비 터니 요물이니 하는 걸 다 믿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당해 놓고도 그러냐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공게에 와서 글을 읽으면서도 어떤 분들의 글은 정말 등꼴 시리게 무섭지만.... 어떤 글은... " 에이..설마... " 하고 넘어가거나....

    " 지가 강태공이야? 아무 데나 낚싯줄을 드리대네..... " 하고 넘어 갈 때도 있더군요.



    하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제 방과 누나방에서 나쁜 일을 겪었을 때 느낀 이상한 기운...

    그리고 보살이라는 그 아주머니가 집안을 째려보던 눈빛.... 


    특히나 그 이상한 기운이란 거는 온도가 다른 거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뭔가...아주 무겁고, 그러면서도 막막하고 소름 돋게 기분 나쁜 음산한 기운... 그걸 느낀 거는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이모부가 돌아가신 것도 물론 아직 미스테리지만 분명 이모부도 그 날 제가 느낀 그 기운을 느끼셨을 꺼라고 생각하구요....














    출처 웃대 깻잎머리 님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name&sk=%B2%A2%C0%D9%B8%D3%B8%AE&searchday=all&pg=0&number=15764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name&sk=%B2%A2%C0%D9%B8%D3%B8%AE&searchday=all&pg=0&number=15967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name&sk=%B2%A2%C0%D9%B8%D3%B8%AE&searchday=all&pg=0&number=16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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