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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코타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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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01279
    작성자 : 테라코타맨
    추천 : 1
    조회수 : 711
    IP : 72.83.***.20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20/04/11 10: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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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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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르


    ㅁㅁㅁ


    인류조화위원회 적정기술 연구소가 개인용 거주 공간 '내게르'를 개발했다.


    만물의 영장은 개뿔.. 지난 삼천 세기 동안 흔들리지 않았던 무법의 법칙, 약육강식이 여전히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온 세상의 선한 기운이 모여 만든 인류조화위원회는 이리 떼 같은 각국 정부들의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연맹이니 연합이니 하는 늑대들의 합종연횡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이 초국적인 기구는 하늘 높고 땅 두터운 줄 알고 우정과 선의를 믿고 실천하는 개인과 단체들에게 인류를 포함하는 모든 지구 생명체의 복지를 위한 활동 공간과 망과 틀이 되어 주었다.


    그 산하에 있는 적정기술 연구소는 자본을 위한 기술이나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온 지구 생명과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인 지구를 살리는 기술을 개발하여 지속가능한 실사구시와 지적유희를 추구하는 선한 과학기술자들의 공동체망이었다. 마법과 마술의 경지에 이른 과학기술을 오직 생물은 살리고 무생물은 생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응용하기를 목표로 했다. 인류의 지적 성취의 공유를 추구하는 카피레프트와 역특허는 기본.


    하나의 점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함으로써 말발굽을 무수히 찍어 만든 선으로 온갖 작은 경계를 돌파하고 온 지면을 덮어 마침내 거대한 공간과 장대한 시간에 만유했던 몽골 유목민들의 주거 천막, 게르.


    내게르. 나의 게르. 나무 골격 대신 초경량 형상기억금속, 양털 펠트 대신 고분자 나노섬유를 쓰고 가구, 부엌, 화장실이 내장되어 있는 내게르는 종이접기식 인형의 집이나 변신로봇처럼 완전히 접으면 모서리가 일 미터 남짓, 펼치면 이 미터 쯤 되는 정육면체 또는 회전타원체 모양의 몽골식 천막이 되었다.


    "유목민들의 우마차 또는 신유목민의 자동차로 실어나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손수레에 실을 수도 있고 심지어 혼자서 맨손으로 옮길 수도 있을 정도로 가볍고요. 자가발전, 빗물저장, 무선 인터넷 등의 기능은 기본으로 내장되어 있습니다. 가격도 무지하게 쌉니다. 마술 같은 과학기술이 마법 같은 성능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듣고도 믿을 수 없는 마법 같은 가격을 가능하게 만든 거죠. 인류의 주거 문제는 이제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해도 좋겠습니다."


    나라 밖 온 세계로 방영된 인터넷 방송 인터뷰에서 책임 연구원 황박사가 자신만만하게 한 말이었다.


    "지금과 같이 주택용 부동산 시장이 초고공 행진을 하며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에서는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 말씀인데요."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사회자가 무척 회의적인 표정을 지으며 황박사에게 물었다.


    "부동산의 역사는 내게르 개발 전과 후로 나뉘게 될 것입니다."


    황박사는 사회자를 똑바로 쳐다보고 또박또박 말했다. 적정기술 연구소의 최고의 스타 과학자다운 자신감이었다.


    ㅁㅁㅁ


    브라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십대의 사내는 보통의 노숙자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당당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내게르 연구개발 과정에서 황박사가 만나온 다른 백여 명과는 확실히 달랐다. 개발 최종 단계.. 철학적으로 접근한 내게르의 문제점 파악과 개선에 딱 맞는 면담 후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에게는 특별한 날, 딱 그렇게 보내고 싶었기에 그는 구태여 브라운을 그날 만나자고 했다.


    "무엇보다도 돈벌이가 시원치 않거나 불안정하거나 아예 없는 우리 신유목민들도 살 수 있을 만큼 값싸야 합니다. 그리고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거리에서 조달하는 종이상자와 신문지, 비닐 조각을 주재료로 하는 일종의 대도시 토속 문화를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최신 과학과 기술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되겠네요."


    "거대한 회색곰이나 그 흉폭함에 있어 그에 버금 가는 사람으로부터 안전한 내부, 정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깔끔하고 멋진 외부, 펼치면 내부 공간 극대화를 위해 커지고 접으면 이동성 극대화를 위해 작아지는 구조.. 또 가볍고 강인한 재질로 제작되어야 합니다. 도시란 공간은 밀림과 사막의 기묘한 혼종 환경이기 때문이지요."


    "붙박이 부동산을 소유한 정주민들과는 달리 끊임없이 이동하는 우리 신유목민도 서로 서로, 그리고 주변 세상과 실시간 접속되어 있어야 합니다. 내게르가 아무리 훌륭한 개인용 이동 성채 같다고 해도 각자가 그 딱딱한 개개의 껍데기 속에 갇혀버리거나 모래알처럼 산산히 흩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 옛날 구유목민도 엄청난 기동성에 긴밀한 접속성을 접목하여 대제국을 이룬 예가 많고,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발달한 과학기술이 널린 지금, 내게르에 인터넷, 홈네트웍, 유비쿼터스 환경은 필수적으로 장착되어야 합니다."


    "크기 조절, 확장, 다른 내게르와 합체 가능한 구조, 상하수 처리를 위한 내부장치는 물론이고, 도시의 상하수 처리 기반시설에 연결하는 접속장치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고대 신전을 재현한 듯 고색창연하고 화려한 어느 종교 건물 한 켠, 밤낮으로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번화가에서 건물 지하로 통하는 문과 그리로 내려가는 계단, 그리고 그 양 옆에서 안쪽으로 움푹 패인 작은 공간에 걸쳐 도회적인 토속 재료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브라운의 ''. 그 안에서 이루어진 대화의 내용이었다. 겉은 얼룩덜룩한 넝마조각으로 만든 모자이크 형상이었지만 안은 깨끗했고 노숙자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았다.


    "헬스클럽 회원권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내게르 안에 좁더라도 목욕 시설도 장착되면 금상첨화겠습니다. 신유목민이 꼭 정주민의 헬스클럽 회원권을 갖고 있으란 법은 없을 테니까요."


    황박사가 무례를 무릅쓰고 그에게 묻자 브라운이 대답한 말이었다.


    10시가 넘어가자 번화가는 자동차와 사람의 물결이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황박사는 종이상자와 비닐 조각으로 만든 이글루 같기도 하고 언뜻 보면 쓰레기 더미 같기도 한 브라운의 집을 나와 몇 걸음 걷다가 되돌아 선 채, 그 심란하고 기묘하고 아름답고 슬픈 21세기의 최신 건축물을 한참이나 바라다 보았다.


    집 없이 떠도는 사람들은 온 세계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였고 그 비율은 높아가는 중이었다. 땅바닥에 붙어 있는 집들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서민들이 자기 집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 대의 자동차가 방향을 틀며 헤드라이트 불빛 기둥으로 그가 서 있는 방향을 훑고 지나갔다. 브라운의 누더기 이글루 꼭대기가 순간적으로 각광을 받은 꼴이 되었다.


    그 반짝이는 이글루 꼭대기가 그를 형언할 수 없는 기분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리움 같기도 하고 슬픔 같기도 한 그런 느낌이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거대한 몽둥이가 되어 그의 고개 숙인 머리와 처진 어깨 위에 사정없이 떨어지며 부서져 나갔다.


    ㅁㅁㅁ


    천문대에 조금 못 미쳐 산 기슭에 숨어 있는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황박사는 자신의 자동차 헤드라이트 앞에서 좌우로 흔들리는 풍경을 멍한 눈으로 보고만 있었다. 운전은 온전히 그의 무의식과 반사신경의 몫이었다. 노숙자 브라운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법 쌀쌀한 밤 공기 속에서도 그의 집은 창마다 황금빛 불빛을 내뿜고 있어 쳐다보기만 해도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브라운의 이글루를 보며 산산이 부서졌던 그의 마음이 자동 퍼즐 맞추기 끝에 도자기 표면의 잔금 같은 이음매조차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온전히 회복되었다.


    열 시가 넘은 시각. 밤이 깊어가고 있었지만 아내는 애들과 놀아주고 있었다. 그가 들어서자 온전해진 가족의 열기와 활기에 창을 통해 차가운 밤공기로 새어나가던 불빛이 한층 더 밝아졌다. 현관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한꺼번에 안는 황박사의 두 팔에 평소보다 더 힘이 들어갔다.


    "여보~"

    "아빠~"

    "아빠~~"


    한 차례의 즐거운 전쟁과 폭풍 끝에 아이들을 재우고 부부가 침대에 누웠을 때, 아내가 그를 가만히 안아 주었다. 그의 마음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좀 어때? 기분은 괜찮아? 오늘 하루 잘 모시고 다녔어?"


    ".."


    그는 아내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그의 눈꼬리에서 눈물이 한 방을 떨어져 내렸다. 아내의 부드러운 손길에 그는 금방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의 꿈을 꾸었다. 하루종일 그의 의식 정중앙에 박혀 있던 아버지가 느슨해진 의식에서 빠져나와 무의식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늙은 아버지와 어린 자기자신은 여전히 거리에서 떠돌고 있었다. 도시의 차가운 길바닥에 생겨난, 춥고 행복하고 따뜻했던 작은 빛의 공간, 이글루. 어둠 속에서 명멸하며 느린 속도로 지나가는 화면 같은 거리에서의 일상. 날벼락 같았던 아버지의 죽음. 그 이후에 찾아왔던 무수한 주림과 고통과 노력과 그리움의 나날들..


    아버지의 기일은 그렇게 한 자락 꿈이 되어 지나갔다.


    ㅁㅁㅁ


    황박사는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게르 연구를 시작했다. 토지 공유의 단계까지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고 멀었기에.


    처음에는 캡슐형 대규모 모텔이나 누에고치형 개인용 캡슐과 같은 기존 장치와 방법에서 해답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상업용 기술과 지적재산권으로 똘똘 뭉친 그 값비싼 해답은 정답이 될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적정기술과 적정재질로 제작된 값싼 정답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었다.


    땅에 박혀 고정된 기초 위에 붙박이로 지은 집.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것이 부동산이라면 탐욕스러운 그들로 하여금 그 모든 부동산을 다 차지하도록 그냥 그대로 두자. 대신 그들이 세상의 모든 부동산을 다 차지한다 하더라도 그의 자식들은 내게르에서 살고 싶어하도록, 부모의 붙박이 부동산을 족쇄로 감옥으로 느끼도록 만들자. 바로 그런 생각이었다.


    "한 곳에 붙박여 살기는 지구의 생태계에서 식물만으로 족하다. 동물이 어찌 식물 흉내를 낸단 말인가."

    "값비싼 진화의 과정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얻은 두 눈과 두 다리라는 보물을 사장시키고 천변만화의 광활한 지표면 생활공간을 낭비하는 꼴이 아닌가?"


    생물학자들은 노숙자를 인간사회의 낙오자로 보는 시각을 간단하게 부정했다. 인류가 망각한 동물성을 각성시키려는 조기경보 유전자의 발현이라고 보았다. 유사시에 들고 뛸 수도 없는 집과 부동산에 점점 더 많은 경제적 가치와 정신적인 가치를 고정시키는 것은 차포 떼고 장기판에 오르고 제 손으로 제 발 묶고 뜀박질하겠다고 나선 꼴이라는 거였다.


    "역사상 정주민과 유목민의 싸움은 늘 엎치락뒤치락했지만, 다른 조건들이 동등하다면 아무래도 싸움때와 싸움터를 고를 수 있고 도망칠 수도 있는 유목민이 일방적으로 더 유리하지 않을까."


    역사학자들과 전쟁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폭등에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과연 그럴 것 같았다. 인류 역사의 발전 방향은 뚜렷했고 인간의 주거 형태의 미래는 내게르라고 그는 확신했다.


    어떻게 하면 노숙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유행, 돌이킬 수 없는 거주공간의 혁명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만 고민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는 디자인이 핵심이란 결론이 나왔다. 어떤 측면에서는 기능보다도 더 중요한 게 디자인이고 도안이었다.


    "달팽이 같은 미물도 제 집 다 갖고 다니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내가 뭐가 부족해서? ?"


    황박사가 인터넷 방송에서 나가 외친 '내게르' 선언은 인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집 없는 사람들을 일깨웠다. 분노와 희망이 그들을 각성시켰다.


    ㅁㅁㅁ


    내게르가 완성되었다.

    적정기술 연구소가 모든 역량을 동원한 결과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내게르는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완제품 대량생산 체제가 구축되지는 않았지만 적정기술 연구소답게 마지막 조립 단계는 사용자의 몫으로 남겨 놓았기에 공급 속도에는 문제가 없었다.


    노숙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다.


    노숙자들에게 보급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 내게르의 인기는 2차 폭발을 일으켰다. 도심 아무 데나 지저분한 천막과 누더기 텐트를 치고 살던 노숙자들이 외계에서 막 내려앉은 우주선 같은 내게르에서 나오는 장면은 대중매체를 도배하며 장악하다시피 했었다. 그 고고한 모습이 세상 근심 걱정 없는 철학자 디오게네스 같다고도 했다. 순식간에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노숙자는 자유인과 등치되었다.


    그 다음 순서는 남의 집이나 아파트를 임대해서 사는 사람들이었다. 임대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하지만 그 썰물 따라 함께 움직일 수 없었던 부동산의 가격은 순식간에 폭락했다.


    달걀 같기도 하고 호빵 같기도 한 반짝이는 개인용 '우주선'으로 갈아타고 입주 '외계인'들이 떠난 일가구 주택, 다세대 주택, 벌집 같기도 하고 개미굴 같기도 한 아파트와 각종 텔, 대단위 아파트 단지들은 빛의 속도로 비어가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텅 빈 부동산과 함께 뒤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성골, 진골 정주민들의 당혹스러움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개인 공간을 갈망하는 그들의 청소년 자녀들이 속속 일인용 '우주선'에 탑승하여 부모를 떠나는 대탈주극 곧 현대판 엑소더스를 연출했던 것이다.


    개인용 우주선, 내게르는 원래 두 사람이 살도록 설계된 공간이었다. 하지만, 적정기술이 가능케 한 마술 같은 '적정가격'으로 노숙자는 물론이고 전월세 거주자들도 쉽게 살 수 있어서, 발매되자마자 내게르는 그저 일인용 주거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만약 어떤 두 사람이 내게르 하나를 공유하고 있다면 그 즉시 금슬 좋은 한 쌍으로 간주될 정도였다.


    그런 마당에 온 세상의 부와 돈을 부동산으로 쓸어담았던 성골 진골 정주민의 자녀라면 왼쪽 호주머니에 든 돈만으로도 진정한 의미의 내게르, '자신만의 게르'를 살 수 있음은, 그들의 부모에게는 불행하게도, 지극히 당연한 노릇이었다. 그리하여 부동산 재벌들의 자녀들은 하나같이 부모 눈 앞에서 노숙자가 되고 말았다.


    결국 내게르는 '프라이버시'라는 거추장스러운 낱말을 대체하게 되었다. 나의 내게르는 어떤 상황에서도 깨지지 않는 알이며 해방구가 되었다. 나의 내게르도 남의 내게르도 치외법권 지역, 신성불가침 공간으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신속하게 자리매김되었다.


    "마침내 절대자와 맞설 수 있는 단독자가 완성된 건가?"

    어떤 이들은 그렇게 군더더기 의미를 부여했다.


    진실은, 한 줌밖에 안되는 성골 진골 정주민들이 안정된 주거를 향한 인간 유전자의 지상명령을 극도로 핍박하는 상황, 그리고 모든 것들이 쉴 새 없이 이동하는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의식주 가운데 모바일이 기본인 ''''에 이어 ''까지 모바일로 재탄생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이동의 시대에 부동()은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땅에 심은 전봇대에서 뻗어나온 전력선과 전화선으로 꽁꽁 묶였던 유선 전화기가 무선 이동 전화기로 해방된 것처럼..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땅에 단단히 쳐박히고 고압 전력선과 상하수도관으로 포박되었던 집 또한 모바일이 대세가 된 거였다.


    "동물인 인간의 의식주 역시 철저하게 모바일이어야 더 효율적인 거 아닌가?"


    역사상 처음으로 동물학자와 이동통신업자 사이에 이루어진 공감대였다.


    ㅁㅁㅁ


    황박사는 식구 수대로 내게르를 구입했다.


    "애들에게 하나씩 준다고 쳐도, 나머지 두 개는 어쩌자는 거임?"


    아내의 싸늘한 추궁에 황박사는 흠칫했지만 준비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사용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번화가 거리에 갖다놓고 야전 연구실로 쓸 생각이야. 제품에 대한 불만사항을 현장에서 바로바로 수집할 수도 있고.. 제품 성능 검사도 하고.."


    그는 한 순간도 머뭇거리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약간은 심드렁하게 말하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게르 하나가 우리게르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는 야전 연구실용 내게르를 노숙자 브라운의 누더기 이글루가 있던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설치했다. 형상기억금속 뼈대가 알아서 펴지고 내부 가구와 장비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동안 그는 브라운의 내게르 앞에 섰다.


    연락도 없이 다짜고짜 문을 두드리는 것은 점잖은, 문명의 최첨단을 달리는 신유목민, 신혈거인이 할 짓은 아니었기에 혹시나 브라운이 먼저 그를 창으로 내다보고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한 채..


    때마침 석양이 온 거리를 은은한 황금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햇살이 호빵처럼 생긴 내게르의 지붕 한 가운데에 솟아 있는 안테나 끝에 떨어졌다.


    그는 천사의 도시 바로 그곳에 아버지 없는 거리의 천사로 홀로 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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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4/12 07:53:24  77.119.***.215  오지리  770642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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