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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01124
    작성자 : 테라코타맨
    추천 : 7
    조회수 : 2572
    IP : 72.83.***.206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20/02/11 12: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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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 공동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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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 공동묘지




    죽음의 국유화. 사적인 죽음, 특히 개인적인 장례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지만 남편 리준범이 따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죽기 일주일 전에 벌써 아내는 국가 소유로 넘어갔다. 천문학적인 병원비와 장례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개인은 없었다. 설혹 능력이 된다고 해도 법이 허락하지 않았다. 완전자동화되어 물샐 틈 없이 돌아가는 국가와 정부는 법을 집행하는 데에 있어서 예외도 우회도 없었다. 법대로 직진하고 바로 핵심, 법의 정신으로 파고 들 뿐이었다.


    "아내의 장례식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치르고 싶습니다. 그 비용은 물론 제가 부담합니다."

    "..."

    "화장과 그 이후 절차는 법이 정한 대로 따르겠습니다."

    "화면에 아무 것도 뜨지 않습니다. 안 됩니다."


    정부 시스템에 접속된 화면을 들여다 보던 병원 직원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가시적인 행동이나 조치가 필요한 대정부 질문이 입력되었을 때 그 답이 부정적일 경우 정부 시스템은 한 줄, 한 단어가 아니라 단 한 글자의 문자도 출력하지 않았다. 국가와 정부의 극단적인 효율성 중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마도 정부를 자동화한 플랫폼인 리눅스와 파이쏜의 무미건조하고 효율적인 철학이 그대로 이식된 듯했다.


    정부는 아예 무인 시스템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부는 그와 같이 컴퓨터를 통한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대해 정부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부정하지도 않았고 긍정하지도 않았다. 정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어떻게 운영되는지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다만, 완전자동화되어 있는 만큼 인간 정치인이나 관료,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무능력과 비효율과 주먹구구,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법과 탈법, 너무나 인간적인 법의 왜곡을 원천적으로 피할 수 있으리란 믿음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상위 책임자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그런 건 없습니다. 정부 시스템과 제 모니터 사이에는 아무 것도 그리고 아무도 없습니다. 정부 시스템 화면을 직접 보여드릴까요?"


    혼수상태에 빠져 체온, 맥박, 호흡, 혈압 등 활력징후가 미약 상태에 빠지자마자 그는 일방적이지만 작별인사를 하고 아내를 떠나 보낼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저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내를 둔 채 병원을 나와야 했다.


    일주일 뒤, 그는 아내가 죽었고 장례를 마쳤다는 통보를 받았다. 국가보훈처 산하 국민기록보관소 명의였다. 추모 여행 초대장도 함께였다. 허깨비처럼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느낌 속에서 지냈던 일주일이었는데 그 간단한 통보를 받고 나서야 그의 두 발바닥은 마침내 땅을 단단히 밟고 서는 느낌이 들었다.


    폐광촌을 재개발한 죽음의 도시는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모여든 추모객들로 바글거렸다. 일주일 동안 죽는 사람들은 평균 1만여 명.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온 첫 추모객들은 5만여 명. 일반 추모객들까지 더하면 일주일에 죽음의 도시를 찾는 살아 있는 사람들은 줄잡아 10만 명 정도였다. 그 많은 방문객들을 건사하기 위한 상주 인구까지 합친다면 죽음의 도시는 중소 도시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리준범은 금요일 밤에 죽음의 도시에 도착하여 작은 여관에 묵었다. 거기에도 화려한 고급 호텔과 왁자거리는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첫 추모객들이 그러하듯 그도 조용하고 그늘진 장소를 찾게 되었던 터였다. 늦은 저녁에 국밥을 먹으면서도 그는 울컥했고 수시로 저리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문질러야 했다.


    죽음의 도시는 물론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의 도시였지만, 동시에 사람의 도시라기 보다는 시설의 도시처럼 보였다. 전국의 병원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시신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들이 도시 건물의 절반을 넘는다고 했다. 온라인으로만 존재하는 비밀스러운 정부답게 그 모든 과정들 역시 비밀에 휩싸여 있었다. 과거의 화장로는 쓰이지 않는다는 것, 그 대신 고효율과 친환경을 극대화하는 모종의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순수 유기물과 무기물로 분해한다는 것, 그 순수 유기물과 무기물은 대자연 속으로 순환된다는 것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비밀주의는 완벽주의와 만나,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민들로부터도 '혐오'라는 소리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게 하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


    "고인들의 유골을 모시겠습니다."


    리준범은 또렷한 그 소리를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는 속귀로 듣고 있었지만 그의 겉귀로는 원형경기장 모양의 스타디움을 채운 8만 명이 내는 잡음들 이외에는 아무 것도 들을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엄숙한 분위기가 되었다.


    커다란 독수리 크기의 검은 드론이 천정에서 날아 내릴 때에도 침묵은 이어졌다. 콜로세움으로 형상화된 스타디움의 관람석으로 둘러싸인 경기장 중앙 십여 미터 상공에 멈춘 드론이 정지비행 모드로 들어가자 관람석 뒤쪽으로 둥글게 배치된 여덟 개의 대형 화면에 드론이 아래쪽에 달고 나온 화물이 크게 잡혔다.


    "~"


    리준범은 자신도 모르게 한 손으로 입을 막았다. 관람석 전역에서 비통에 젖은 낮은 한숨 소리들이 일렁였다. 흐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화면에 비친 것은 작은 모래시계였다. 위와 아래를 연결하는 좁은 목부분이 막혀 있는지 모래알들은 위쪽 깔대기에 모여 있었다. 그 양은 정말 한 줌이 안 될 것 같았다. 1만여 개의 모래알. 죽은 사람 하나에 모래알 하나. 모래알 한 알은 지름이 1.0 밀리미터라고 했다. 경기장에 깔려 있는 모래밭 속 모래알들의 일부와 같은 좋류였다.


    국토 전역에 점점이 박혀 있던 묘지들은 그런 식으로 이장되었다. 묘 한 기에 모래 한 알로. 인구가 일억인 통일 고려국의 정부가 그토록 넓은 땅을 차지하는 묘지를 그대로 두고 볼 리가 없었던 것이다. 묘지를 발굴하여 안에 남아있는 유전자와 부장품 정보를 수집하는 로봇이 동분서주한 결과였다.


    모래알 묘지에는 고인의 인적 정보, 유전자 정보 등이 기본으로 들어갔다. 고인의 시신에서 나온 물질을 주재료로 해서 만든 태양전지, 다이아몬드 반도체에 그 모든 정보를 실어 놓고 밖에서 읽어낼 수 있는 반능동형 무선주파수 인식 소자로 만든 것이다. 다만 모래알 묘지 자체, 그 세부 구조, 그 안에 담긴 내용 등은 비밀로 분류되는 동시에 국가의 재산으로 귀속되어 있었다. 묘지와 같은 물리적인 흔적 남기기 않기, 정보로만 남기기, 그리고 타인을 물론이고 유족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죽음과 장례의 국유화였다.


    "우우웅~"


    허공에 떠있던 검은 드론이 갑자기 회전날개 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스타디움에 모인 추모객들이 모두 자신들의 언어로 내용으로 개별화된 추모의 시간을 가진 다음, 마지막 순서가 시작된 것이다. 드론은 관람석 상공으로 낮게 천천히 그리고 한참 동안 그렇게 비행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 위로 스치듯 낮게 비행하는 드론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을 흔들어 작별을 고하는 것인지, 하나같이 임종을 하지 못한 가족들이 드론이라도 손으로 만져보려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리준범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벌떡 일어서서 두 손을 한껏 뻗어올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관람석을 몇 바퀴 돈 드론은 중앙에 있는 경기장 상공으로 날아가서 다시 맴돌이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때쯤 대형화면에 다시 드론이 잡혔다. 드론에 매달려 있는 유리 모래시계의 중앙 목 부분과 밑면이 열리며 모래알들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모래알들은 아래에 있는 경기장 모래밭 어딘가에 떨어져 사라졌다.


    "가지 마."


    리준범은 눈물을 삼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전 국민 공동묘지인 콜로세움에 아내를 묻는 순간이었다.


    아내를 묻고 돌아온 리준범은 몇 날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웠다. 고열에 시달리면서 헛것을 보는 지경이었다. 그는 실마리를 헛것에서 찾아내고야 말았다.


    "불법입니다. 이미 장사 지낸 고인은 그냥 그대로 보내드리세요."


    열병에서 일어나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찾아간 국민기록보관소는 완강했다. 작은 회의실에 마주 앉은 직원은 역시 정부 시스템을 연결한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어느 시점부터는 숫제 그를 볼 생각도 안 하고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정부 시스템 화면을 들여다 보는 인간들은 어디를 가나 똑같은 표정, 똑같은 태도였다. 인간미 실종이었다.


    "정보공개를 거부하겠다면 국민기록보관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기관이란 말입니까? 죽으면 끝인데 죽어버린 자들의 기록은 뭐하러 보관하는 겁니까?"

    "국민기록보관소인 것은 맞는데 법적으로 고인의 정보를 유출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도 아니고 죽은 내 아내의 정보를 달라는 게 그렇게도 이상한 요구입니까?"

    "살아있는 사람도 많아 주체할 수 없는 지경 아닙니까."


    열병을 앓으면서 그가 찾아낸 기억은 아내가 국유화되기 전날 인터넷에서 보았던 가상현실 연구 뉴스였다. 아내의 죽음이란 절박한 상황,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였을까. 죽음과 영생을 열쇳말로 정처없는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접한 소식이었다. 정부 국책 연구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했으니 막연한 추측이나 얼토당토 않은 헛소리일 리는 없었다.


    망자의 생전 기록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상현실 속에 구현되는 환생체의 완성도는 높아진다고 했다. 처음에 그의 뇌리를 친 망자의 생전 기록은 자기 자신의 기억이었다. 뇌에 새겨진 기억뿐 아니라 자신의 감성, 오감을 통해 받아들여져서 축적되어 있는 아내의 정보는 그의 오감을 속일 수 있을 만큼 정교한 아내의 가상현실 속 화신을 만들어 내기는 충분할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자신과 같은 생체 기억 장치의 유연함 혹은 엉성함에 생각이 미치자 구름까지 솟아올랐던 기분은 다음 순간 땅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다시 찾은 가능성이 바로 국민기록보관소였다. 콜로세움에서 열렸던 집단 장례식에서 모래알 묘지에 담긴 정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들었던 것이다. 아내가 묻힌 최신 모래알 묘지에는 기본적인 인적 정보와 완전한 유전자 정보 이외에도 정부가 보유한 아내의 평생 정보가 다 들어 있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세상에 깔린 무수한 카메라가 아내를 그의 평생 동안 찍은 입체영상 데이터는 물론이고 태어나기 전부터 찍은 초음파 영상에서 일생 동안 찍은 컴퓨터 단층촬영 영상까지 총망라되어 있었다. 인터넷 가상현실 속에서 아내의 아바타의 반응 데이터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모래알 묘지에 모든 정보를 쏟아부음으로써 정부는 국민의 사적 정보 수집과 독점에 쏟아질 법적 도덕적 비판을 회피하려는, 누그려뜨리려 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리가 그 정보를 본인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게 말할 심산일 수도 있었다.


    하여튼 그가 기억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과 합친다면, 그러니까 정부가 모은 아내의 온갖 객관적인 데이터 뼈대 위에 자신의 온몸에 새겨진 주관적인 데이터로 살을 입힌다면, 정부의 슈퍼컴퓨터 또는 그것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뇌가 만들어내는 가상현실 속에서나마 아내를 환생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 잠깐만요!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을 거의 나설 때쯤, 국민기록보관소 직원이 그를 다시 불러세웠다. 시선은 여전히 그 보배같은 화면에 박혀 있는 직원의 표정은 기묘했다.


    리준범은 그 다음날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죽음의 도시로 이사했다. 그리고 콜로세움에 칼 출근하고 칼 퇴근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국민 공동묘지 개장 시간 내내 그는 콜로세움 중앙에 펼쳐져 그 넓은 모래밭을 조직적으로 파헤쳐 나갔다.


    한 알의 모래알 묘지는 막대한 용량의 저장장치와 기본적인 중앙처리장치를 가진 작은 컴퓨터였지만 기본적으로는 무선주파수 인식 소자였다. 각 모래알 묘지에 부여되어 있는 고유 인터넷 주소로 주파수 변조한 무선 신호를 조사함으로써 그 넓은 모래밭에서 특정 모래알 묘지 한 알을 찾아낼 수 있는 장비 하나가 그에게 허용된 모든 것이었다.


    그는 첫날부터 전국적인 뉴스가 되었다. 국민 공동묘지 사막에서 아내의 묘지 모래알을 찾는 순애보의 주인공. 전문 방송 채널이 하나 생겨났다.


    한 평의 넓이 한 자 깊이의 모래를 통에 담는다.. 모래 한 삽을 무선주파수 인식 소자 판독기 상자에 넣는다.. 그 안에 아내의 모래알 묘지 인터넷 주소로 주파수 변조한 무선 신호에 반응하는 모래알이 있는지 꼼꼼히 스캔한다.. 그 한 삽의 모래를 다시 원래의 모래밭에 쏟아낸다.. 통의 모래가 없어질 때까지 반복한다..


    한 평을 스캔하고 나면 하루 해가 저물었다. 문제는 콜로세움 모래밭의 넓이가 5만 평이란 사실, 그 많은 모래를 다 스캔하려면 15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10. 국민 공동묘지 사막에서 사금 캐는 도인.


    20. 에우리디케 찾아 무덤 속에 들어간 오르페우스.


    30년이 지났다. 그때서야 머리카락도 수염도 깎지 않은 채 날마다 모래밭만 파헤치는 한 기인을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알아보게 되었다. 그때서야 피도 눈물도 없다는 정부가 움직였다. 로봇들의 집합체인 정부가 인간이 만든 법을 우회하는 데에 뭇 사람들의 지지를 필요로 했고, 리준범의 순애보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바로 그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란 풍문이 나돌았다. 그 소문의 진실 여부는 물론 국민기록보관소 직원의 화면, 커서가 홀로 깜빡이는 컴퓨터 화면은 알려주지 않았다.


    채널 '리준범'이 백 퍼센트에 가까운 시청율을 기록하는 동안, 무선주파수 인식 소자 스캐너를 장착한 일천 대의 드론이 콜로세움에 풀려나갔다. 그리고 드론 스캔이 시작된 지, 온 국민이 집중할 수 있는 최장 시간이자 방송 최적 시간인 1시간만에 드론 한 대가 클로즈업되어 그에게 곧장 날아갔다.


    그리고 때가 낀 그의 손바닥 위에 모래알 한 알이 놓였다.


    드론의 조명을 받은 아내의 모래알 묘지가 이슬처럼 반짝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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