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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184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56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5/19 16:18:47
    http://todayhumor.com/?lovestory_91849 모바일
    [BGM] 나는 비로소 너를 겪는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박정만, 죽음을 위하여




    간(肝)이 점점 무거워 온다

    검푸른 저녁 연기 사라진 하늘 끝으로

    오늘은 저승새가 날아와서

    하루 내내 울음을 대신 울다 갔다


    오랜 만에 일어나 냉수를 마시고

    한 생각을 잊기 위해 뜻없이 책을 읽고

    일없이 고향에 돌아갈 꿈을 꾸고

    그러다가 가슴의 통증을 잊기 위해

    요 위에 배를 깔고 주검처럼 납작 엎드리었다


    여봅시오, 여봅시오

    하늘 위의 하늘의 목소리로

    누군가 문 밖에서 자꾸만 날 부르는 소리

    혼곤한 잠의 머리맡에

    또 저승새가 내려와 우는가보다


    나 죽으면 슬픈 꿈을 하나 가지리

    저기 저 끝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애간장 다 녹아나서

    흐르고 흘러도 언제가 은빛 기러기가 되는 곳

    그곳에서 반짝이는 홍역 같은 사랑을


    아픔이 너무 깊어 또 눈을 뜬다

    아무도 없는 방에

    누군지 알 수 없는 흰 이마가 떠오르고

    돌멩이 같은 것이 자꾸 가라앉는다


    어서 오렴, 나의 사랑아

    신열 복숭아 꽃잎처럼 온몸에 피어올라

    밤새 헛소리에 시달릴 때도

    오동잎 그늘 아래

    찬 기러기 꽃등처럼 떠날 때에도

    분홍빛 너의 베개 끌어안듯 기다리었다


    한세상 살다보니 병(病)도 흩적삼 같다

     

     

     

     

     

     

    2.jpg

     

    김달진, 샘물




    숲 속의 샘물을 들여다보다

    물속에 구름이 있고 흰 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

    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

    동그란 지구의 섬 우에 앉았다

     

     

     

     

     

     

    3.jpg

     

    채호기, 너




    머릿속에 들어 뇌신경을 또각또각 밟고 다니는 것.

    밥 먹고 세수하고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음악을 들을 때, 거리를 걸을 때

    너는 언제나 꿀렁거리며 나에게 부딪치고, 흘러넘쳐 머리카락이 이마에 닿고

    혀를 휘두르듯 내밀어 융털을 쓸거나, 주먹으로 가슴을 파들어오고

    피부처럼 붙어서 벗을 수 없는 것

    항상 물렁물렁하고 구불구불하고 찐득찐득하고 튀어나오고

    빨아들일 듯 패인 깊이 뿐

    사랑이란 걸죽한 액체 속에 너란 건 항상 나와 뒤섞여 있는 것

    어떤 느낌이 감각의 힘줄을 거슬러 뇌의 가닥을 지그시 잡듯이

    너에게서, 네가 있는 몸에서 꿰뚫고 솟아나는 내 몸에서 뚝뚝 흐르는 것

    녹아 흘러내리는 것이라는 걸. 내 손이, 네 몸이 알고 있는 너

    나는 비로소 너를 겪는다

    시각이나 촉각이 아닌 살 속에서 꿈틀거리는 힘의 감각

    목적도 없이 방향도 없이, 살아 뜀뛰고 있는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운동에 의해

     

     

     

     

     

     

    4.jpg

     

    문덕수, 생각하는 나무




    나무는 어딘지 먼 길을 가고 있다

    가다가 가만히 머뭇거리며 고독을 느낀다

    가지를 흔든다. 무엇인가 골똘히 사유한다

    보이지 않는 지맥(地脈)에까지 어쩔 수 없는 몸부림을 전한다

    안으로 지닌 생명의 그지없는 중량을 가뜩히 느껴 본다

    받들고 숨 쉬는 하늘과 구름과 산새의 무게를 균형해 본다

    먼 불안의 방황에서 돌아오듯

    이제 숨 막히는 긴장을 푼다

    한 잎 두 잎 목숨을 떨어뜨린다

    가볍고 서운한 안으로 충만해 오는 희열이 있다

    가지를 휘감아 울리는 비상(飛翔)의 흐느낌이 있다

    발가벗은 채

    나무는 귀를 기울여 본다

     

     

     

     

     

     

    5.jpg

     

    김기태, 가뭄




    울음은 뜨거워지기만 할 뿐

    눈물이 되어 나올 줄 모른다

    힘차게 목젖을 밀어 올리지만

    아직도 가슴속에서만 타고 있다

    매운 혀 붉은 입을 감추고

    더 뜨거워질 때까지 더 뜨거워질 때까지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1/05/19 18:49:29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2] 2021/05/19 22:42:07  14.36.***.25  볼빵빵고양이  5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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