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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0784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81
    IP : 175.213.***.189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20/10/27 12:09:15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784 모바일
    [BGM] 너를 기다리는 게 좋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이듬, 12월




    저녁이라 좋다

    거리에 서서

    초점을 잃어가는 사물들과

    각자의 외투 속으로 응집한 채 흔들려 가는 사람들

    목 없는 얼굴을 바라보는 게 좋다

    너를 기다리는 게 좋다

    오늘의 결심과 망신은 다 끝내지 못할 것이다

    미완성으로 끝내는 것이다

    포기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재능이 좋다

    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헐벗었고

    새 떼가 죽을 힘껏 퍼덕거리며 날아가는 반대로


    봄이 아니라 겨울이라 좋다

    신년이 아니고 연말, 흥청망청

    처음이 아니라서 좋다

    이제 곧 육신을 볼 수 없겠지

    움푹 파인 눈의 애인아 창백한 내 사랑아

    일어나라 내 방으로 가자

    그냥 여기서 고인 물을 마시겠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널 건드려도 괜찮지?

    숨넘어가겠니? 영혼아

    넌 내게 뭘 줄 수 있었니?

     

     

     

     

     

     

    2.jpg

     

    김경후, 문자




    다음 생애

    있어도

    없어도

    지금 다 지워져도

    나는

    너의 문자

    너의 모국어로 태어날 것이다

     

     

     

     

     

     

    3.jpg

     

    박용래, 막버스




    내리는 사람만 있고

    오르는 이 하나 없는

    보름 장날 막버스

    차창 밖 꽂히는 기러기떼

    기러기뗄 보아라

    아 어느 강마을

    잔광(殘光) 눈부신 그곳에

    떨어지는가

     

     

     

     

     

     

    4.jpg

     

    권혁웅, 수면




    작은 돌 하나로 잠든

    그의 수심을 짐작해보려 한 적이 있다

    그는 주름치마처럼 구겨졌으나

    금세 제 표정을 다림질했다

    팔매질 한 번에 수십 번 나이테가 그려졌으니

    그에게도 여러 세상이 지나갔던 거다

     

     

     

     

     

     

    5.jpg

     

    구석본, 사라짐을 위하여




    한 마리 짐승이 그 길로 사라진다

    슬픔과 기쁨이 만나 사라지고

    육체와 정신이 하나가 되어 사라진다

    길에는 안개가 풀리며

    사라진 것들의 울음이 풀리며

    해가 지고 바람 불어

    하늘이 흐린 날

    사라진 것이 새로 나타나는 것을

    그것이 울음인 채

    무수히 나타났다 거듭 사라져 가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는가

    바람은 끊임없이 한쪽으로만 불고

    길에서 서성이는 우리들

    사라져 가는 발자욱 소리를 들으며

    누운 것은 누운 채 흙은 흙인 채

    이쪽에서 저쪽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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