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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0660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21
    IP : 175.213.***.18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10/04 22:17:34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660 모바일
    [BGM] 죽게 하소서, 그렇게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형영, 새벽달처럼




    밤하늘에 구멍처럼 박혔던

    달이 박힌 자리에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떠오르고 떠오르고 또 떠오르더니

    새벽달이 되어 서녘으로 사라져가듯

    점잖으신 걸음걸이로 사라져가듯

    죽게 하소서, 그렇게


     

     

     

     

     

    2.jpg

     

    양성우, 마음을 비울 수만 있다면




    나는 내가 아니고 내 삶은 내 삶이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내 마음을 비울 수만 있다면

    모든 순간마다 그림자도 없이 사라지는 나를 찾아서

    내가 쉬임없이 허덕일 까닭이 어디 있겠느냐

    보아라, 험하고 아득한 길 살아서 돌아온 내 얼굴은

    내 얼굴이 아니고 내 눈빛은 내 눈빛이 아니다

    내가 여기에서 티끌 하나 없이 온 넋을 씻고

    내 마음을 모조리 비울 수만 있다면

    모든 순간마다 그림자도 없이 사라지는 무수한 나를

    찾아서 내가 굳이 몸 던질 까닭이 어디 있겠느냐

    저 소리 없는 작은 바람 끝에도 은빛으로 반짝이는

    강물처럼

    내 마음의 바닥까지 맑고 밝을 수만 있다면

     

     

     

     

     

     

    3.jpg

     

    김원각, 그림을 그리다가




    붓 갈 데 안 갈 데를 분별조차 못 하면서

    마구 휘둘러 놓은 파지(破紙) 직전의 그림 한 폭

    내 마음

    펼쳐낸다면

    아 이런 형국 아닐는지


    먹물에 싸인 여백들이 더욱 희게 보이는 순간

    뼛속에 와 소리치는 깨우침 하나 있다

    물 안 든

    나머지 마음

    그거나마 잘 닦으라는

     

     

     

     

     

     

    4.jpg

     

    박남준, 학생부군과의 밥상




    녹두빈대떡을 참 좋아하셨지

    메밀묵도 만두국도

    일년에 한 두 어 번 명절상에 오르면

    손길이 잦았던 어느 것 하나

    차리지 못했네

    배추된장국과 김치와 동치미

    흰 쌀밥에 녹차 한 잔

    내 올해는 무슨 생각이 들어

    당신 돌아가신 정월 초사흘

    아침밥상 겸상을 보는가

    아들의 밥그릇 다 비워지도록

    아버지의 밥그릇 그대로 남네

    제가 좀 덜어 먹을게요

    얘야 한번은 정이 없단다

    한 술 두 술 세 숟가락

    학생부군 아버지의 밥그릇

    아들의 몸에 다 들어오네

    아들의 몸에 다 비우고 가시네

     

     

     

     

     

     

    5.jpg

     

    이해인, 민들레




    은밀히 감겨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차라리 입을 다문 노란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솜털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바람한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10/05 10:04:48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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