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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0664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60
    IP : 175.213.***.18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10/05 10:39:20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664 모바일
    [BGM] 고개를 처박을 따름이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가림, 황토에 내리는 비




    동풍이 목 놓아 소리치는 날

    빈 창자를 쓰리게 하는 소주 마시며

    호남선에 매달려 간다 차창 밖 바라보면

    달려와 마중하는 누우런 안개

    호롱불의 얼굴들은 왜 떠나지 않는가

    언제나 버려져 있는 고향땅

    단 한번 무쇠낫이 빛났을 때에도

    모든 목숨들은 언문(諺文)으로 울었을 뿐이다

    논두렁 밭두렁에

    장삼이사의 아우성처럼 내리는 비

    캄캄한 들녘 어디선가

    녹두장군의 발자국 소리 들려온다

    하늘에게 직소(直訴)하듯 치켜든

    말없이 젖어 있는 풀들의 머리

     

     


     

     

     

    2.jpg

     

    복효근, 연어의 나이테




    잘라놓은 연어의 살 속엔

    나이테 무늬가 있다

    연하디 연한 연어의 살결에

    나무처럼 단단한 한 시절이 있었다는 뜻이리라

    중력을 거부하고 하늘로 솟구치던 나무를

    눈바람이 주저앉히려 할 때마다

    제 근육에 새겨 넣은 굴렁쇠 같이 단단한 것이

    나무의 나이테이듯이

    한사코 아래로만 흐르려는 물길을 거슬러

    폭포수를 뛰어넘는 연어를

    사나운 물살이 저 바닥으로 내동댕이칠 때마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솟구쳐

    여린 살 속에 쓰라린 햇살이 짱짱한 나이테로 쌓였으리라

    켜놓은 원목의 나이테가

    제가 맞은 눈바람을 순한 향기로 뿜어 내놓듯이

    그래서

    연어의 살결에선 강물냄새가 나는 것이다

    죽은 어미 연어의 나이테를 먹은 치어가

    폭포수를 뛰어넘어

    다시 그 강에 회귀하는 것은 다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3.jpg

     

    박노해, 그리움




    공장 뜨락에

    다사론 봄볕 내리면

    휴일이라 생기 도는 아이들 얼굴 위로

    개나리 꽃눈이 춤추며 난다

    하늘하늘 그리움으로

    노오란 작은 손

    꽃바람 자락에 날려 보내도

    더 그리워 그리워서

    온몸 흔들다

    한 방울 눈물로 떨어진다

    바람 드세도

    모락모락 아지랑이로 피어나

    온 가슴을 적셔오는 그리움이여

    스물다섯 청춘 위로

    미싱 바늘처럼 꼭꼭 찍혀 오는

    가난에 울며 떠나던

    아프도록 그리운 사람아

     

     

     

     

     

     

    4.jpg

     

    이성부, 술집에서




    아름다운 말씀 한 마디

    다시 찾을 길 없고

    더운 가슴들 모였으나

    저를 보여주지 않는다

    밀리고 밀려나서

    남아버린 얼굴들이

    저마다 드글드글 들끓기는 하지만

    귀익은 소리에

    생각들 스스로 쥐어뜯기도 하지만

    불 당겨 불을 당겨

    저를 사루라고 하지만

    끝내 문 열고 나서기를 어려워한다

    마음에 안들어도

    들어선 문턱 하나가

    이처럼 사람들을 얽어 붙잡고

    더 쫒겨갈 다른 집을

    멀리 감춘다

    그저 주저앉아 슬픔만 섬기면서

    오도가도 못한 채

    고개를 처박을 따름이다

     

     

     

     

     

     

    5.jpg

     

    최두석, 다시 경포에서




    안개비 속에

    뿌옇게 흐린

    경포 호수를 바라보며

    문득 생각한다

    고여 거울이 되지 못하는 물은

    썩게 마련이라고

    출렁이는 마음속

    뿌연 거울을 들여다보며

    새삼 생각한다

    불혹이란

    자기 몫의 외로움을 겸허하게

    견디는 일이라고

    무리를 잃고

    뻘흙 위 갈숲에서

    병을 다스리는 새여

    네가 물을 차고 솟구치는 날

    숭어가 고니로 변해 날아올랐다는

    전설이 완성되리라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10/05 18:35:11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2] 2020/10/11 01:43:19  175.123.***.79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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