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p> <p> 어둠이 짙게 깔린 어느 깊은 산 속. </p> <p><br></p> <p>달빛에 의지한 채 홀로 지나가는 이가 있었다. </p> <p><br></p> <p>바람이 잔잔하여 고요한 중에</p> <p><br></p> <p>불현듯 그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소리.</p> <p> </p> <p>얼른 뒤를 돌아본 그는 이내 소스라치게 놀랐다. </p> <p><br></p> <p>깜깜한 수풀 속에서 발광하는 두 개의 붉은 점이 </p> <p><br></p> <p>자신을 향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p> <p><br></p> <p>위협을 느낀 그가 벗어날려고 했으나 몸이 말을 안 들었다. </p> <p><br></p> <p>두려움에 심장이 요동치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기 때문이다. </p> <p><br></p> <p>늪에 빠져 가라앉는 형국이었다.</p> <p><br></p> <p>그렇게 그는 깊은 공포의 심연으로 빨려 들어갔다.</p> <p> </p> <p> </p> <p> 내면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 대던 그는 문득 </p> <p><br></p> <p>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는 악마의 모습과 마주하였다. </p> <p><br></p> <p>별안간 기이한 광경이 일어났다. </p> <p><br></p> <p>시간의 흐름이 점차 느려지며 흔들리던 초목의 잎들이 잦아들더니 </p> <p><br></p> <p>그림 속에 고정된 풍경으로 변했고, </p> <p><br></p> <p>잎사귀를 기어가던 무당벌레 또한 영원으로 직행하는 </p> <p> </p> <p>시간의 소용돌이를 피하지 못하고 </p> <p><br></p> <p>어떠한 미동도 생기도 없는 그림 속에 껍데기로 전락해 버렸다.</p> <p><br></p> <p>이 산에 분포하는 갖가지 동식물의 호흡과 하늘에 뜬 달의 맥박도 멎어버린 채.</p> <p><br></p> <p>이윽고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p> <p><br></p> <p>움직이지 않는 시간의 침묵에 휩싸인 이곳에 정적을 깨며 울려 퍼졌다. </p> <p><br></p> <p> 뚜벅 뚜벅.. </p> <p> </p> <p> 뚜벅 뚜벅..</p> <p><br></p> <p>늪에 갇힌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점차 울림은 커져만 갔다.</p> <p><br></p> <p>드디어 그의 앞에 멈춘 검은 형상이 신비한 힘으로 그를 늪에서 끌어내었다.</p> <p><br></p> <p>구원자였다. </p> <p> </p> <p> </p> <p> 한바탕 꿈을 꾼 듯 정신을 차린 그. </p> <p> </p> <p>깜깜한 산 속에서 무슨 변을 당할 지 몰라 얼른 그곳을 벗어나기로 했다.</p> <p> </p> <p>보름달이 산을 비추었고, 음산한 공기가 그의 머리칼을 곤두서게 했다.</p> <p><br></p> <p>혹 악마가 자기 뒤를 쫓아오진 않을까 불안했다.</p> <p><br></p> <p>갑자기 날아든 벌레로 인해 놀란 그는 낯빛이 핼쑥해졌다. </p> <p><br></p> <p>충분히 벗어났다고 생각하자 두려움은 사라졌다. </p> <p><br></p> <p>올빼미 울음소리로 산 속의 밤은 깊어가고 이제 자정을 넘긴 시각. </p> <p><br></p> <p>심신이 지친 그는 적당한 곳에서 쉬기로 했다.</p> <p><br></p> <p>주위를 둘러본 그는 몸을 숨길 만한 굴을 찾아보았다.</p> <p><br></p> <p>물 흐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고, </p> <p> </p> <p>마침 목이 말랐던 그는 물소리가 나는 쪽으로 갔다.</p> <p><br></p> <p>어느 절벽 아래를 내다보니 골짜기를 따라 물이 흐르는 게 보였다. </p> <p><br></p> <p>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진 그는 곧 무대를 감상하는 관객이 되었다.</p> <p><br></p> <p>골짜기 위에서 콸콸 쏟아지는 폭포수가 장엄한 바다를 만들었고, </p> <p><br></p> <p>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한 마리의 연어가 된 바닷물이 </p> <p> </p> <p>골짜기 밑을 흐르는 한줄기 강과 같은 냇물을 만났다. </p> <p><br></p> <p>졸졸대는 경쾌한 소리가 산골짜기라는 무대를 환하게 비추는 달빛과 </p> <p> </p> <p>오묘하게 어우러져 심금을 울리는 가락이 연주되고 있었다.</p> <p><br></p> <p>휘황찬란한 그림같은 무대가 펼쳐지자 물밀듯이 찾아온 감동으로 말미암아 </p> <p><br></p> <p>관객의 두 눈엔 어느새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더니 달빛을 받아 </p> <p><br></p> <p>영롱하게 빛을 내며 입가로 흘러내렸다. </p> <p><br></p> <p>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동을 일으켜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던 </p> <p><br></p> <p>아름다운 무대의 향연이 곧 이어지는 장면에선 돌연 예상치 못한 전개로 돌입하며</p> <p><br></p> <p>가슴 아픈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p> <p><br></p> <p>경쾌하게 연주되는 물의 흐름 위로 모습을 드러낸 달이 일렁거리며 춤을 췄고 </p> <p><br></p> <p>수면 위로 드러난 자갈과 바위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p> <p> </p> <p>물의 가락과 거세게 부딪치며 왜곡을 일으켰다. </p> <p><br></p> <p>이윽고 경쾌한 가락과 어우러져 한바탕 춤사위를 벌이던 </p> <p> </p> <p>밝은 아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p> <p><br></p> <p>오직 일그러진 창백한 표정의 음울한 노파만이 </p> <p> </p> <p>왜곡된 가락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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