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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해열수구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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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2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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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973260
    작성자 : 심해열수구
    추천 : 2
    조회수 : 2161
    IP : 182.226.***.70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22/12/18 20:10:25
    http://todayhumor.com/?humordata_1973260 모바일
    단편소설 남자와 여자
    옵션
    • 창작글
    인적이 드문 한산한 골목길에 있는 어느 모텔에서 나온 두 남녀.

     

    점심 때라 허기를 느낀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식당을 검색한다.

     

    뭔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한 여자는 못마땅한 듯 팔짱을 낀 채 그런 남자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다 이내 한 소리를 내뱉는다.

     

    "오빠는 그거 하려고 나 만나는 거야?"

     

    비상사태를 감지한 남자가 곤혼스럽다는 듯 재빨리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허공을 응시하다 

     

    길게 한숨을 내뱉곤 냉정하고 차분한 어조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변명하진 않겠어, 널 만나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일테니.

     

    하지만, 한 가지 네가 간과한 것이 있어 우리가 함께한 수많은 시간 중에 

     

    너라는 존재와 사랑을 나누었을 때야 말로 내겐 무엇보다 고귀하며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온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갛게 홍조를 띤 볼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여자는 발을 동동 구르더니 어쩔 줄 몰라하며 부끄러워 하였다

     

    "아이 몰라~ 오빠~"

     

    그러한 반응을 예상한 듯 흐뭇한 미소를 보인 남자는 박력있게 여자를 끌어안고는 

     

    귓가에 대고 달콤한 목소리로 또 한번 애간장을 녹여

     

    버렸다.

     

    "점심 먹고 우리 한번 더 사랑을 나누어 볼까?"

     

    안고 있는 남자의 가슴팍으로 얼굴을 파묻은 여자가 교태롭게 속삭였다

     

    "하앙~ 벌써부터 흥분돼.. 오빠 나 참기 힘들어..하아.."

     

    남자는 달아오른 여자를 보고 욕정이 불끈 솟구치며 밥 먹을 생각을 잊어버렸다

     

    "후훗~ 나란 남자란.. 좋아 밥 대신 다른 걸 먹어볼까나"

     

    "오빠 하앙.."

     

     

    두 남녀 엉겨붙은 채 나왔던 모텔로 재입성.

     

     

    두어 시간이 흐르고 초췌해진 몰골로 모텔을 빠져나온 남자.

     

    기력이 다 했는지 수명이 얼마남지 않아 보인다.

     

    그에 반해 얼굴에서 광이 나는 여자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하..힘들다.. 어.. 우리 애기.. 오빠가 일단 일이 생겨서 집에 들어가봐야 할 거 같네"

     

    "오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오늘 하루종일 나랑 있겠다며?" 


    "어어 갑자기 회사에서 연락이 왔네 너 아까 화장실 있을 때 급한 용무가 있다고

     

    김대리한테 전화가 왔지 뭐야 하 참~"

     

    "오빠 집으로 들어간다며 김대리면 회사 동료라는 거잖아 그 사람을 오빠 집에서 본다고?"

     

    "아 그게 아니고 집에 들렀다가 회사 들어간다고~ 자자 오빠가 미안해 택시비 줄 테니까 오늘은 이만 들어가"

     

    "아니 오빠 갑자기 너무 뜬금없잖아 그리고 뭐가 미안한데 나한테 이래도 되는거야 정말?"

     

    "미안해 원래 나도 우리 애기랑 같이 있을려고 했지 근데 일이 생겼는데 어쩌겠어 응?"

     

    "아니 그러니까 뭐가 미안하냐고 나한테 미안한 감정이 있긴 있는 거야?"

     

    "아 또 시작이네..아니 미안.. 그러니까 우리 애기 오빠가 지금 바쁘니깐 다음에 만나면 안될까 어?"

     

    "뭐라고! 오빠!! 나 만나는 이유가 대체 뭐야!! 정말 그거만 하려고 만나는 거였어?"

     

    감정이 격해진 여자는 별안간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대성통곡 하였다

     

    "하..씨.. 아니 우리 애기 미안해 오빠가 정말 미안해 울지마 알았어 뚝"

     

    소리내어 우는 여자를 껴안지만 여자가 완강히 거부하며 밀쳐냈다

     

    "흐엉어엉~ 오빠한테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돼! 흐엉흐엉엉~"

     

    계속해서 달래려고 시도하지만 여자는 울음을 그칠 줄 모른다

     

    기어이 남자의 손을 뿌리친 여자는 뒤돌아서며 울면서 가버린다

     

    뒷머리를 세차게 박박 문지르며 인상을 찌푸린 남자는 고개를 떨군 채 자그마한 소리로 욕설을 내뱉곤

     

    멀어져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고민하던 남자는 결심하곤 재빨리 여자에게 달려가 뒤에서 꽉 껴안았다

     

    여자는 놓으라며 울면서 소리치지만 남자는 작정한 듯 장렬한 독백을 쏟아내었다

     

    "여기서 널 이대로 보내버리면 오빠는 널 붙잡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한평생 식음을 전폐하고 죽음까지도 불사할 수 있단다!

     

    그만큼 널 사랑하는 이 오빠의 마음이 어떤지는 말 안 해도 잘 알 거라 생각한다 

     

    부디 널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이 오빠를 용서해다오"

     

    그 순간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친 여자는 거부하던 남자의 손길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또 다시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더니 

     

    그의 뜨거운 고백에 대한 답을 들려주었다

     

    "아니야 오빠 내가 잘못했어 내가 미안해 오빠의 진심을 내가 오해했어 정말 미안해 내가 나쁜년이야"

     

    말을 마친 여자의 눈가엔 샘솟듯이 눈물이 고이더니 또 한번 눈물바다가 펼쳐졌다

     

    남자는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입을 맞추었고 둘은 한동안 진한 키스의 정을 나누었다

     

    "배고픈데 우리 안에 들어가서 뭐라도 시켜먹을까"

     

    "아니야 아니야 오빠 바쁘니깐 가봐야하잖아"

     

    "우리 애기 오빠 때문에 눈에서 수분이 많이 빠져나왔는데 뭐 좀 먹어야지 오빠가 안심이 될 거 같아 얼른 들어가자"

     

    "오빠..정말 너무 고마워.. 날 그렇게 생각해주다니.."

     

    남자는 스윗하게 윙크를 날림과 동시에 간지나는 말로 여자를 또 한번 무장 해제 시켜버렸다

     

    "후훗~ 이 오빠의 관심사항 첫번째 항목엔 언제나 우리 애기가 들어가 있단다"

     

    잠시 후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며 흥분한 여자가 말을 이었다

     

    "하아~ 하아~ 오빠 나 쌀 거 같아~"

     

    "이런 그새 또~~ 별 수 없군 우리 애기 너무 왕성한 거 아니야 후훗~"

     

    "오빠하고 함께라면 나도 죽을 수 있어 오빠 하앙~~"

     

    "어허~ 우리 애기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그거는 이 오빠가 용납 못해요 알았어요 우리 애기?"

     

    "하아~ 오빠도 그런 말 하지마 괜히 나 때문에 내가 미안하잖아"

     

    "이 오빤 우리 애기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

     

    "하앙.. 오빠 정말 사랑해~"

     

    "후훗~ 우리 애기.. 이 오빠도 정말 널 사랑한단다 자 얼른 들어가자 그럼 배달 음식 시켜먹고 오늘 하루종일 사랑을 나누어볼까"

     

    "하아 하아~~ 오빠~~ 좋아"

     

    "좋아! 후훗~ 그러자꾸나!"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한 초저녁 무렵 두 남녀가 모텔 밖 골목길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완연히 지친 기색을 보이는 남자의 눈밑엔 진한 다크서클이 자리잡았고 볼살이 움푹 들어간 모습에선  

     

    마치 산 송장같은 오싹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말할 기운도 없는 듯 초점을 잃은 두 눈으로 해가 지는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 노을에 시선을 두고 길게 심호흡을 하는 남자.

     

    마치 황혼기에 접어든 채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는 듯한 모든 수컷들의 소리없는 절규가 연상되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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