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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해열수구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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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983850
    작성자 : 심해열수구
    추천 : 1
    조회수 : 1014
    IP : 182.226.***.7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3/04/16 20:08:28
    http://todayhumor.com/?humordata_1983850 모바일
    소설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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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얼른 서둘러라, 늦지 말고." 


    엄마의 잔소리를 뒤로 한 채 집을 나선 민수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오늘 하루도 어제랑 다르지 않겠지 이런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밀려왔다.


    다른 게 있다면 며칠 동안 내렸던 비로 우중충한 잿빛을 띠던 하늘이 오늘은 어쩐 일인지 


    파란색을 보여 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웃집 문들이 따닥 따닥 붙어있는 아파트의 복도를 지나던 민수의 얼굴 위로 상쾌한 햇살이 비추었다. 


    학교 가는 일이 즐겁지 않던 민수에겐 그나마 좋은 날씨가 위안이 되고 있었다.


    민수는 이웃집 호수들을 중얼거리는 버릇이 있었고 오늘도 어김없이 중얼거리며 복도를 걸어갔다.


    "팔백 오호.. 팔백 육호.. 팔백 칠호..." 


    복도 끝엔 808호도 있었지만 전부터 왠지 모를 꺼림칙한 느낌을 받은 이후 호수 외기를 주저하는 민수였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앞에 멈춘 민수는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13층에 머물러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늦은 밤까지 한 컴퓨터 게임을 떠올렸다.


    짜릿한 승리를 거둘 때엔 입꼬리가 씰룩거렸고 가족을 향한 욕설이 난무한 누군가의 채팅을 떠올릴 땐 


    분노가 치밀며 씩씩거렸다.


    아직 13층에서 꿈쩍도 안 하는 엘리베이터.


    아마도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를 위해 이웃이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게 뻔했다.


    짜증이 난 민수는 어쩔 수 없이 계단을 이용했다. 


    8층이라 내려가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민수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완공된 지 수십 년 된 낡은 건물로 그 일대에서도 가장 오래된 단지들 중에 하나였고, 


    근래 들어 입주민들 간에 재건축 논의가 활발히 오고가고 있었다.


    단지 곳곳엔 재건축을 염원하는 글들이 적힌 현수막들이 빼곡히 걸려있었는데 


    무심코 어떤 현수막에 시선을 두며 걸어가던 민수는 자기도 모르는 새 어디선가 날아온 나비 한 마리가 


    어깨 위에 앉아 있는 걸 느꼈다. 순간 소름이 끼쳐 몸을 움찔했던 민수.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그런 나비를 곁눈질로 보던 민수는 날아가지 않고 얌전히 있는 


    나비가 신기한 듯 가만히 서서 고개를 돌려 지켜보았다. 


    잠깐 구름에 가려져 있던 햇빛이 민수 어깨 위에 나비를 비추었고


    순간 아름다운 빛깔에 휩싸인 나비가 민수 동공에 맺혔다. 


    그때 갑자기 빠앙 울리는 경적 소리에 화들짝 놀란 민수는 그제야 자신이

     

    차도 쪽으로 내려와 있는 걸 깨닫곤 머쓱해하며 운전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소동에 나비는 어디론가 날아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쳇 망할 차 때문에.." 

     

    중얼거리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민수.


    그런데 몇 발자국 떼기도 전 불현듯 예전에도 이 장면을 본 것 같은 기시감을 느낀 민수였고, 


    살면서 종종 겪어본 이 데자뷰 현상에 대해 갑자기 강한 호기심과 더불어 의문을 품었다.


     (실제로 전부터 벌어졌던 일이고 계속해서 반복되어 온 일이 아닐까..)


    공상에 사로잡힌 민수는 어느새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시내 한복판 인도를 걷고 있었다.


    아침에 등교하려는 학생들로 길거리는 붐비고 있었고 급우들과 떠드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그럼에도 민수는 아까부터 든 생각에만 꽂혀 주변 소리엔 안중에도 없었다.  


    드디어 학교 앞을 목전에 둔 민수는 건널목에 멈춰 신호를 기다렸다. 


    그러나 여전히 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시뮬레이션이 아닐 확률이 10억분의 1이라고 했는데... 일론 머스크가..)


       "야!"


     (다중 우주가 시뮬레이션을 여러 개 돌리는 거라면..뭐 때문이지..)


       "야야!"


     (어쩌면.. 나 말곤 전부 허상일 수도 있지 않을까..)


       "김민수!!"


    고개가 아래로 향한 채 생각에 잠겨 있던 민수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 다음 편에서 -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3/04/16 23:57:11  175.197.***.203  게썅마이웨이  744345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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