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p> <p>2024년 1월 1일</p> <p><br></p> <p>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 새해 첫 날.</p> <p><br></p> <p>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뇌가 고통이라 인식하는 감각을 느꼈다 </p> <p><br></p> <p>무심코 주방 쪽으로 걸어가다 의자 발에 발가락을 부딪힌 어떤 사람은 </p> <p><br></p> <p>아픈 발을 부여잡고는 손으로 비비며 온갖 비속어를 쏟아냈다 </p> <p><br></p> <p>아침을 먹다 혀를 깨문 사람은 '아아' 소리와 함께 손으로 한동안 입을 가리며 아픔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p> <p><br></p> <p>씻으로 들어간 욕실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은 사람은 인상을 찌푸리며 허리를 잡고 신음을 냈다 </p> <p><br></p> <p>그런데 잠시 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p> <p><br></p> <p>각각 저마다의 이유로 얼굴을 찡그리며 아파하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돌연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p> <p><br></p> <p>그리고 새해 첫 날부터 요란한 소리가 울리는 어느 가정집 </p> <p> </p> <p><br></p> <p> "츄릅"</p> <p> "할짝"</p> <p><br></p> <p> "뿌우웅~" </p> <p><br></p> <p> "윽..."</p> <p> <br></p> <p> "어머~ 미안.. 헤헤~"</p> <p><br></p> <p> "아씨~! 이건 아니잖아!"</p> <p><br></p> <p> "미안 자기야 나오는 걸 어떡해~"</p> <p> <br></p> <p> "참아야지!!"</p> <p><br></p> <p> "알았엉~ 미안 화풀엉~~"</p> <p> <br></p> <p> "복수다! 이리와!"</p> <p> <br></p> <p> "와하하하하하~ 하지마앙~~ 자기야~~"</p> <p> <br></p> <p> "맛 좀 봐라!"</p> <p> </p> <p> "쓱쓱~" </p> <p> </p> <p> "퍽퍽!" </p> <p><br></p> <p> "아야!! 거기 넣지마! 아퍼!!"</p> <p> </p> <p> "!?"</p> <p> </p> <p> "응? 뭐징?"</p> <p> </p> <p> "왜?"</p> <p> <br></p> <p> "자기야 방금 다시 해봐"</p> <p> </p> <p> "왜? 아프다며?"</p> <p><br></p> <p> "퍽퍽!" </p> <p> <br></p> <p> "오오오!!! 더 세게!!!"</p> <p> <br></p> <p> "어라? 미쳤냐? 뭐 원한다면.."</p> <p><br></p> <p> "퍽퍽퍽퍽" </p> <p> <br></p> <p> "퍽퍽"</p> <p><br></p> <p> "퍽퍽"</p> <p> <br></p> <p>어두운 주택가 골목에서 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p> <p><br></p> <p><br></p> <p> "아아.. 그..그만해.."</p> <p> <br></p> <p> "그러니깐 말 좀 잘 들어 쳐먹으라구! 이 새끼가 요새 봐주니깐 아놔"</p> <p> <br></p> <p><br></p> <p>얼굴에 멍이 든 소년이 힘겨워하며 말한다</p> <p> <br></p> <p> "아..알았어.. 제발.. 그..그만해.."</p> <p><br></p> <p> <br></p> <p>폭력을 지켜보는 일행 중에 담배를 피던 여자 하나가 끼어들며 말한다</p> <p> <br></p> <p> </p> <p> "쟤 못 믿어 더 밟아놔야 정신을 차리지~ 칵 퉤~"</p> <p> <br></p> <p> "윽~ 디러~ 왜 침을 뱉냐 저 새끼 면상 봐라"</p> <p> <br></p> <p> "미안 이건 좀 심했네~ 하하하하 근데 쟤 너무 불쌍해서 존나 웃기다" </p> <p><br></p> <p> <br></p> <p>얼굴에 묻은 가래침을 피묻은 손으로 닦아내는 소년</p> <p> <br></p> <p> </p> <p> "지..집에 가봐야 해 어..엄마가 곧 오시거든"</p> <p><br></p> <p><br></p> <p>그렇게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p> <p><br></p> <p>무리 중에 체구가 큰 사내가 소년에게 다가오더니 위협적인 말투로 말한다</p> <p> </p> <p><br></p> <p> "뭐라고? 다시 말해봐" </p> <p><br></p> <p> <br></p> <p>겁먹은 소년은 우물쭈물대며 사과한다</p> <p> <br></p> <p> </p> <p> "아..아..아니야 내가.. 자..잘못했어" </p> <p><br></p> <p> <br></p> <p>아까 소년을 때리던 남자가 어깨를 토닥이며 부드럽게 말한다</p> <p><br></p> <p> </p> <p> "괜찮아 괜찮으니깐 말해보라고 엄마가 어쩐다구?"</p> <p><br></p> <p> <br></p> <p>소년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한다</p> <p><br></p> <p><br></p> <p> "어..엄마가 새..새벽 장사 마치고..."</p> <p> <br></p> <p> "이 개세끼가!!"</p> <p><br></p> <p><br></p> <p>갑자기 체구가 큰 사내가 발로 소년의 복부를 가격했고 </p> <p><br></p> <p>소년의 몸이 뒤로 밀려나며 어두운 담장에서 벗어나 골목길에 넘어졌다 </p> <p><br></p> <p>마침 골목을 점점 밝혀오는 새해 첫 해가 누워있는 소년을 비추었다</p> <p> </p> <p> </p> <p> "깜빡이 좀 키고 들어와라 좀!!"</p> <p> <br></p> <p> "하하하하하 대박! 나가 떨어지는 거 존나 웃기네" </p> <p> <br></p> <p> "푸흡~ 근데 쟤 뒤진 건 아니겠지" </p> <p> </p> <p> "무섭게 왜 그러냐 히히~ 야 쇼하지 말고 빨랑 일어나"</p> <p><br></p> <p> <br></p> <p>죽은 듯이 누워있던 소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떠오른 해를 마주했다 </p> <p><br></p> <p>그 순간 붉은 태양이 소년의 동공에 맺혔다 </p> <p><br></p> <p>그러자 피로 얼룩진 소년의 얼굴엔 돌연 화색이 돌았고 웃음까지 띠며 무리를 의아하게 만들었다</p> <p><br></p> <p> </p> <p> "어라 이 새끼 웃는데?"</p> <p> <br></p> <p> "빨랑 일어나라 꼴깝떨지 말고" </p> <p> <br></p> <p> "하..하하..더..더 때려..줘.." </p> <p><br></p> <p><br></p> <p>양아치 무리 중 한 명이 다가와 때려달라며 웃고 있는 소년을 이상한듯 물끄러미 쳐다본다</p> <p><br></p> <p><br></p> <p> "............" </p> <p> <br></p> <p> "이 새끼 이거 맛이 갔네.. 오케이.. 원한다면야 야 밟아!!"</p> <p> <br></p> <p> "퍽퍽" </p> <p> </p> <p> "퍽퍽"</p> <p> <br></p> <p> "하..하..하하 기..분 좋아.." </p> <p> <br></p> <p> "퍽퍽"</p> <p><br></p> <p> "퍽퍽"</p> <p><br></p> <p><br></p> <p>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소년은 웃음을 그칠 줄 몰랐고 </p> <p><br></p> <p>따뜻한 햇빛만이 멍든 소년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p> <p> <br></p> <p>한편 점점 밝아오는 아침의 해가 어느 반지하집 창틀을 비추기 시작했다 </p> <p><br></p> <p>녹이 슨 방범창살 너머로 우장창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p> <p> <br></p> <p><br></p> <p> "이년!! 넌 맞아야 돼!!"</p> <p> </p> <p> "아아아악! 그만 좀 해 제발!"</p> <p><br></p> <p><br></p> <p>아이들은 서럽게 울며 아빠를 말린다</p> <p><br></p> <p><br></p> <p> "아빠 하지마 엉엉"</p> <p> <br></p> <p> "저리 안 가! 이 새끼들아!"</p> <p> <br></p> <p> "아아악! 애들한테 하지 말라고!!"</p> <p> <br></p> <p> "어디서 반항이야! 이 개년아 맛 좀 봐라!"</p> <p><br></p> <p> <br></p> <p>집기를 마구 집어 던진다</p> <p><br></p> <p><br></p> <p> "방에 들어가 있어!! 아악!!!"</p> <p> <br></p> <p> "엄마!! 하지마 아빠!!"</p> <p><br></p> <p><br></p> <p>보다못한 첫째가 아빠한테 뛰어들며 밀어낸다</p> <p><br></p> <p><br></p> <p> "하하~ 이 새끼가 아빠한테 개기기나 하구 집안 잘 돌아간다!" </p> <p><br></p> <p> <br></p> <p>아이한테 인정사정없이 발길질을 가한다</p> <p><br></p> <p> </p> <p> "이 새끼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p> <p> <br></p> <p> "애한테 뭐하는 거야!!!!!</p> <p><br></p> <p><br></p> <p>눈이 뒤집힌 아이 엄마가 주방에서 칼을 가져오더니 남편과 맞선다</p> <p><br></p> <p> </p> <p> "하하~ 이년이 드디어 미쳤네 남편을 칼로 찔러죽이겠다?"</p> <p><br></p> <p> <br></p> <p>울고 있는 아이 앞에 선 엄마는 칼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와중에도 </p> <p><br></p> <p>눈빛만은 이성을 잃지 않은 채 강경한 어조로 남편에게 말한다</p> <p> <br></p> <p><br></p> <p> "한번만 더 애 때리면 당신과 나 둘 중에 하나는 죽는 거야!"</p> <p><br></p> <p> <br></p> <p>남편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아내를 똑바로 응시하며 다가왔다</p> <p><br></p> <p><br></p> <p> "그래? 내가 원하는 바다 어디 해봐"</p> <p> <br></p> <p> "다..다가오지마!!"</p> <p><br></p> <p><br></p> <p>당황한 아내는 칼 쥔 두 손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p> <p><br></p> <p>남편은 그런 아내를 계속 도발하였다</p> <p><br></p> <p> <br></p> <p> "찔러 봐 찔러보라고" </p> <p><br></p> <p> <br></p> <p>몸을 떨며 조금씩 뒷걸음질치는 아내</p> <p><br></p> <p> </p> <p> "오..오지마"</p> <p> <br></p> <p> "하하~ 어서 찔러보라니깐" </p> <p><br></p> <p> <br></p> <p>뒤로 물러나는 아내를 도발하며 계속 다가간다</p> <p><br></p> <p>좁은 주방엔 더는 물러날 공간이 없었고 결국 아내는 울면서 남편에게 빈다</p> <p> </p> <p> <br></p> <p> "내..내가 잘못했어! 여..여보 제발!"</p> <p><br></p> <p> <br></p> <p>그런 아내를 보자 약이 오른 남편은 몹시 흥분하며 여자의 손목을 잽싸게 잡아채 칼을 빼앗으려 했다</p> <p> <br></p> <p> </p> <p> "니년이 못하겠다면 내가 찔러줄게!! 이 개같은년아 내놔!!"</p> <p> <br></p> <p> "제발 아악!! 여보!!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 아아악!!" </p> <p><br></p> <p> "내놔 이년아!! 어디 하늘같은 남편을 죽이겠다고 설쳐대!!!! 오늘 니년 제삿날이다!!"</p> <p><br></p> <p> <br></p> <p>사력을 다해 칼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여자의 애처로운 비명소리가 집안 너머 온 동네에 떠들썩하게 울리고 있었다</p> <p><br></p> <p>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울고만 있다 </p> <p> </p> <p>이제는 완연히 떠오른 아침의 해가 주방 창문을 통해 집안 내부를 비추었고 </p> <p><br></p> <p>주방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에게 햇빛이 쏟아졌다</p> <p><br></p> <p>남편에게 칼을 빼앗기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하던 여자가 갑자기 손에 힘을 풀어버렸고</p> <p><br></p> <p>엉겁결에 칼을 든 남편은 잠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비열한 웃음을 띠며 막말을 퍼부었다</p> <p><br></p> <p> </p> <p> "하하 니..니년이 드디어 사는 걸 포기했구나 개같은 년!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라!!"</p> <p> <br></p> <p><br></p> <p>그런데 그 순간 일그러져 있던 여자의 멍든 얼굴엔 웃음기가 돌았고 기세좋게 남편에게 말하였다</p> <p><br></p> <p> <br></p> <p> "찔러"</p> <p> <br></p> <p> "이게 왜..왜 이래.. 어..어디서 수작이야!"</p> <p><br></p> <p> </p> <p>이제는 여자가 남편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p> <p><br></p> <p> </p> <p> "찔러줘 여보 괜찮으니깐 찌르라고!"</p> <p><br></p> <p> <br></p> <p>달려들다 칼에 손이 베인 여자는 피가 흐르는 걸 보자 더욱 웃음을 띠었고 </p> <p><br></p> <p>이제는 남편이 들고 있는 칼에 일부러 손을 들이대고 스스로 찔리며 베였다</p> <p><br></p> <p> <br></p> <p> "오오오 여보!!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 우리 화목하게 지낼 수 있어!" </p> <p><br></p> <p> <br></p> <p>엄마의 모습을 본 아이들은 놀라 울음을 뚝 그쳤고</p> <p><br></p> <p>피가 철철 흐르는 손을 아랑곳 않고 칼에 들이대며 웃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p> <p><br></p> <p>벙찐 표정으로 바라보던 남편은 결국 들고 있던 칼을 놓아버렸다 </p> <p><br></p> <p>두려움에 안색이 변한 남편은 힘이 풀리며 주저앉았고 </p> <p><br></p> <p>떨어뜨린 칼을 주운 여자는 스스로 자해를 하였다 </p> <p><br></p> <p>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자신의 몸을 찌르던 여자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p> <p><br></p> <p>앞으로도 우리 행복하자는 말을 계속했고 </p> <p><br></p> <p>그렇게 여자는 결혼 후 처음으로 매우 행복한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했다</p> <p><br></p> <p> </p> <p>[서울 iSH 방송국]</p> <p><br></p> <p>♬띠띠띠리링~ iSH~ 시사주간~ </p> <p> </p> <p> </p> <p> "이상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한상 교수님 나오셨습니다"</p> <p></p> <p> </p> <p> "예 안녕하십니까"</p> <p> </p> <p> </p> <p> "네 어서오십시오 교수님 </p> <p><br></p> <p> 새해가 밝자마자 이상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p> <p><br></p> <p> 도대체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됩니까" </p> <p> </p> <p> </p> <p> "예 알 수 없는 어떤 현상이 원인으로 작용하여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p> <p><br></p> <p>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저도 뉴스를 통해 보았습니다</p> <p><br></p> <p> 어떤 까닭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는 지에 관해 아직 아무도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만 </p> <p> </p> <p> 현재까지 밝혀진 몇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p> <p><br></p> <p> 우선 사람의 몸이 사물과 접촉을 하면 닿은 부위에 촘촘하게 자리잡은 </p> <p><br></p> <p>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 뭔가를 느끼게 됩니다</p> <p><br></p> <p> 그것이 인체가 감각을 느끼는 과정인데 만약 인간에게 이런 감각 체계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p> <p><br></p> <p> 사람이 실수로 불에 데였거나 날카로운 흉기 같은 것에 찔려 출혈이 나는지도 모른다면 </p> <p><br></p> <p> 어떻게 될지는 말 안해도 알 거라 생각합니다</p> <p><br></p> <p> 따라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 되겠는데요 </p> <p><br></p> <p>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감각을 느끼는 정도가 세지면 우리가 고통이라고 부르는 아픔을 느끼게 되는데 </p> <p><br></p> <p>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p> <p><br></p> <p> 이 현상은 사람으로 하여금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쾌락이라는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p> <p><br></p> <p> 물론 여기엔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도 포함됩니다 </p> <p><br></p> <p> 오늘 우리 사회의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도 </p> <p> </p> <p> 역설적이게도 쾌락을 얻기 위해 인체가 죽음에 이르는 정도까지 </p> <p><br></p> <p> 고통스런 행위를 스스로 자초하는 사람들로 인해 발생한 것입니다</p> <p><br></p> <p>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햇빛에 노출된 사람에게만 이 증상이 나타난다는 말을 </p> <p><br></p> <p> 제가 방송국 오기 전에 지인을 통해 들었습니다만 물론..."</p> <p> <br></p> <p><br></p> <p>말을 자르는 사회자 </p> <p><br></p> <p><br></p> <p>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방금 교수님의 말씀은 확실한 근거가 밝혀지기 전까진 </p> <p><br></p> <p> 정부에서도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p> <p><br></p> <p> 현재 국민들께서 저희 방송국을 통해 많이 제보해 주시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p> <p><br></p> <p>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사람이 햇빛에 노출될 시 이 현상을 겪게 된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비롯해서 </p> <p><br></p> <p> 국민들께서 제보해 주시는 건에 대해선 정확히 사실로 규명되지 않은 추측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요 </p> <p><br></p> <p> 정부에서 어떤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지 않은 이상 언론에서도 보도하는 데 신중하다는 입장이라는 점 알아주셨으면 합니다</p> <p> </p> <p> 자 그럼 계속해서 인터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교수님 이건 제 개인적인 질문인데요</p> <p> </p> <p> 이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대체 얼마나 기분이 좋길래 자신의 생명까지도 앗아가는 행위를 쉽사리 한다는 말입니까</p> <p><br></p> <p> 어떻게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인데요 </p> <p><br></p> <p> 사람에겐 살고자 하는 생존 욕구가 있지 않습니까 </p> <p><br></p> <p> 흔히들 말하는 자연의 법칙에도 위배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p> <p><br></p> <p>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p> <p><br></p> <p> <br></p> <p>답은 하지 않고 도리어 질문하는 교수</p> <p><br></p> <p><br></p> <p> "그러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p> <p><br></p> <p> 앵커께선 인간과 로봇 또는 기계가 같다고 보십니까"</p> <p><br></p> <p> </p> <p> "글쎄요 쉬운 질문인 것 같으면서도 약간 심오한 느낌도 드는데요</p> <p> </p> <p> 당연히 같지 않겠죠? 교수님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습니다"</p> <p><br></p> <p> </p> <p> "그렇다면 그 차이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p> <p> </p> <p> 생물과 기계를 구분하는 차이가.."</p> <p> </p> <p> <br></p> <p>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사람은 감정, 의식, 자아 이런 걸 갖고 있지만 기계는 그렇지 않고요 </p> <p><br></p> <p> 또는 우리는 부모로부터 태어나지만 기계는 우리 손으로 만드니까요.. 이게 결정적인 차이 같은데요"</p> <p><br></p> <p><br></p> <p> <br></p> <p>즐거운 듯 웃음을 띠며 답변하는 교수</p> <p><br></p> <p><br></p> <p> "단언컨대 이 질문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은 방금 앵커께서 말씀하신 대로 답변할 것입니다</p> <p> </p> <p> 틀린 얘기는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여기서 더욱 깊게 들어가서 골치 아픈 문제와 부딪혀보겠습니다</p> <p> </p> <p> 일단 두뇌에서 발현되는 현상인 의식이나 자아는 차치하고 </p> <p> </p> <p> 만일 우리 손으로 만든 기계나 로봇이 인간처럼 대를 이어 자손을 번식할 수 있다면 </p> <p><br></p> <p> 그때도 생물이라 일컫는 인간이라는 종과 무생물의 기계 사이에 그어놓은 경계선이 </p> <p> </p> <p> 유지될 수 있을까요 </p> <p><br></p> <p> 물론 번식에 필수 요소인 DNA 같은 물질을 기계도 갖고 있다는 전제 하에 말씀드리는 겁니다</p> <p><br></p> <p> 이런 가정일 경우엔 번식이라는 특성이 인간을 비롯한 생물에게만 국한되는 속성이라는 건 </p> <p><br></p> <p> 불완전하며 모호하다는 결론이 논리적으로 도출됩니다</p> <p><br></p> <p> 그래서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은 번식도 자아도 아닌 크기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p> <p> </p> <p> 크기야말로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짓게 하는 근원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p> <p><br></p> <p> 근데 그 크기라는 게 우리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수준을 벗어난 </p> <p><br></p> <p> 인간의 눈으론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영역을 말합니다</p> <p><br></p> <p> 나노미터를 기본으로 원자 단위의 스케일까지 넘나드는</p> <p> </p> <p> 미시적 세계가 실제로 우리 인간의 몸에 구축되어 있습니다</p> <p><br></p> <p> 그것은 바로 세포라고 불리는 기관으로 우리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몸을 구성하며 </p> <p><br></p> <p> 이러한 세포들이 여러 개가 모여 거대한 집단을 형성할 때 </p> <p><br></p> <p> 비로소 생명이라는 우주에서 가장 신비로운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p> <p><br></p> <p> 세포는 하나의 정교한 기계라 할 수 있고 실제로도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p> <p><br></p> <p> 우리가 만든 기계들이 움직이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p> <p><br></p> <p> 다만 크기가 다를 뿐이죠</p> <p><br></p> <p> 흔히 인간을 가리켜 생물학적 기계라고 일컫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p> <p><br></p> <p> 세포는 우리 인간이 만든 어떠한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보다도 차원이 다른 수준의 기관으로 </p> <p><br></p> <p>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작고 복잡합니다</p> <p><br></p> <p> 세포 중앙엔 세포핵이 있고 가장 중요한 생명의 설계도인 DNA를 품고 있습니다 </p> <p><br></p> <p> DNA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재료들을 만드는데 필요한 정보가 들어있고 </p> <p><br></p> <p> 이중 나선 구조로 되어 있는 DNA에 매우 효율적으로 저장되어 있습니다</p> <p><br></p> <p> DNA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는 단언컨대 우주에서 가장 밀집되어 있는 정보일 것입니다</p> <p><br></p> <p> 인간이 만든 어떠한 정밀한 데이터 저장 장치라도 감히 명함을 못 내밀 수준이죠 </p> <p><br></p> <p> 또한..</p> <p> <br></p> <p><br></p> <p>사회자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자른다 </p> <p> <br></p> <p> </p> <p> "죄송합니다만 교수님 제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닌 것 같은데요</p> <p> </p> <p> 갑자기 생물학 강의를 듣는 것 같기도 해서 방송을 보고 계시는 시청자들이 당황할 것도 같습니다"</p> <p> </p> <p><br></p> <p> <br></p> <p>입가에 미소까지 띠며 신나게 떠들던 교수는 그제서야 정색하며 답을 한다</p> <p><br></p> <p><br></p> <p> "아 죄송합니다 인간의 생존을 향한 몸부림은 사실 극한의 쾌락 앞에 쉽게 무너진다고 보면 됩니다</p> <p><br></p> <p> 일례로 마약을 떠올려보시면 이해가 가실 텐데요 지금도 미국에선 펜타닐이란 마약성 진통제로 인해</p> <p> </p> <p> 연간 수십 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기도 합니다 </p> <p><br></p> <p> 마약의 무서움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쾌락에 있는데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포르노 중독도 같은 원리라 보면 됩니다</p> <p> </p> <p> 인간이 문명을 이룩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다름아닌 도파민이란 호르몬의 영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p> <p><br></p> <p> 이것은 인간이 어떤 일을 할 때에 보상으로 분비돼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며 </p> <p><br></p> <p> 따라서 도파민은 인간의 삶에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p> <p><br></p> <p> 도파민 뿐만 아니라 인체 내에서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으로 인해 </p> <p><br></p> <p> 인간은 사랑,분노,행복,우울,증오,좌절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데</p> <p><br></p> <p> 인간다움이란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들의 총체인 것입니다 </p> <p> </p> <p> 마약은 도파민을 비롯한 호르몬 체계를 무너뜨려 쾌락의 노예로 만들고 인간다움과 삶을 파괴하여 </p> <p><br></p> <p> 종국엔 사회 전체의 해악을 끼치는 절대 금해야 될 물질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p> <p> </p> <p><br></p> <p> "네 교수님 말씀은 인간의 생존 욕구보단 쾌락 또는 쾌감이 더 우위에 있다는 말로도 해석이 되는데요 </p> <p> </p> <p> 마약을 예로 든 교수님의 말을 들었을 때 얼른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p> <p><br></p> <p> 다음으론 상한대학교 사회학과 상이한 교수님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p> <p></p> <p> </p> <p> "안녕하세요"</p> <p> </p> <p> </p> <p> "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교수님은 이번 현상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을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p> <p> </p> <p><br></p> <p> "이번 현상에서 주목해야될 점은 사망자의 대다수가 주로 병들고 나약하고 가난한 </p> <p><br></p> <p> 소위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서민 계층이라는 거에요</p> <p><br></p> <p>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대개 즐거움, 행복이라는 긍정적인 감정보단 </p> <p><br></p> <p> 괴로움, 불행함이라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삶에 녹아들어 있을 거고요</p> <p><br></p> <p> 반면 부자들의 삶은 서민들과는 정반대일 거라는 건 아실 테니.. </p> <p><br></p> <p> 따라서 사망자가 대부분 서민층이라는 건 </p> <p><br></p> <p> 그들에게 놓인 고통스런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시사하는 대목이고요</p> <p><br></p> <p> 가뜩이나 양극화로 치닫는 사회가 이번 현상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p> <p> </p> <p> <br></p> <p> "교수님의 말씀은 지나친 이분법적인 해석이 아닐런지요</p> <p><br></p> <p>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요</p> <p><br></p> <p> 가난하더라도 행복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p> <p><br></p> <p> 부자라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거 아닙니까</p> <p><br></p> <p> 혹 누군가가 부자는 무조건 행복하고 서민은 무조건 불행한 것이냐 라며</p> <p><br></p> <p> 비판 섞인 말을 던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p> <p> </p> <p> <br></p> <p>한숨을 쉬며 답하는 교수</p> <p><br></p> <p><br></p> <p> "사회자님이 말씀하신 뭐 행복의 기준이 각자 다를 거라는 것은요 </p> <p><br></p> <p> 지난 세기동안 고착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아예 통용되지 않는 말이에요</p> <p><br></p> <p> 평등 평등 외치지만 자본주의 사회는요 재력으로 철저히 계급을 나눠 차별을 지향한단 말이에요</p> <p><br></p> <p> 확실한 건 돈으로 행복을 살 순 없지만 그렇다고 불행을 사지도 않아요 </p> <p> </p> <p> 그리고 어떤 사안에 대해 두 가지로 해석을 하면 꼭 이분법적 사고라고 비판을 가하는데</p> <p><br></p> <p> 원래 사회가 그렇게 생겨먹은 거에요 잘못된 게 아니고 인간의 본성이라고요 </p> <p><br></p> <p> 지금도 보수며 진보로 정당이 갈리고 어느 집단이든 내편 니편 거리고 </p> <p><br></p> <p> 개개인들은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p> <p><br></p> <p> 저는 둘로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습성이 오른팔과 왼팔 단지 두 개의 팔만 가지고 있는 </p> <p><br></p> <p> 사람의 신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p> <p><br></p> <p> 뭐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고요"</p> <p> </p> <p> <br></p> <p>옆에 앉아있던 생물학 교수가 사회학 교수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작은 소리로 물어본다</p> <p> </p> <p> </p> <p> "사람 팔이 세 개나 네 개 또는 셀 수 없이 많으면...." </p> <p><br></p> <p> <br></p> <p>코웃음을 치며 껄렁하게 대답하는 교수 </p> <p><br></p> <p> </p> <p> "그럼 뭐 보수 진보 중도 철새 미우새 씹새...." </p> <p> </p> <p> </p> <p>당황한 사회자 급히 말을 자르며 수습한다 </p> <p> </p> <p> </p> <p> "아아.. 네네.. 생방송 중입니다 교수님 방송을 보시는 시청자들이 불편하실 수 있으니 </p> <p><br></p> <p> 비속어는 쓰지 않길 부탁드립니다</p> <p> </p> <p> 자 그럼 계속해서 다음 질문으로 이어가겠..."</p> <p><br></p> <p> </p> <p>갑자기 PD가 그냥 끝내라고 급히 손짓을 한다</p> <p> <br></p> <p><br></p> <p> "아아.. 네 교수님 말씀 잘 들었고요 </p> <p><br></p> <p> 앞서 살펴본대로 왜 이 현상이 발생하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진 게 없습니다 </p> <p><br></p> <p> 다만 이 현상에 대해 확실하게 알려진 건 두 가지가 있는데요 </p> <p><br></p> <p> 그 첫번째는 오늘 2024년 1월 1일 새해부터 시작되었다는 것과</p> <p><br></p> <p> 두 번째로는 인간이 느끼는 아픔과 고통 이런 불쾌한 감정을 쾌락 즉 즐거움,기쁨 이런 긍정적인 느낌을 들게 하며 </p> <p> </p> <p> 극도의 행복감을 선사한다는 것 이 두 가지 말고는 알려진 게 없다는 사실입니다</p> <p> </p> <p> 그러나 시청하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들의 답답함을 최대한 풀어드리기 위해서라도 </p> <p><br></p> <p> 저희가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p> <p><br></p> <p> 그렇다면 이번 현상을 두고 종교계에선 어떤 반응을 내놓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p> <p><br></p> <p> 먼저 서울 이상한 교회에 나가 있는 한상이 기자 연결해보겠습니다"</p> <p> <br></p> <p><br></p> <p> "네 저는 지금 오늘 새해 아침부터 시작된 어떤 현상으로 </p> <p><br></p> <p> 두려움에 떠는 시민들이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고 있는 현장에 나와있는데요"</p> <p> </p> <p><br></p> <p> "네 한상이 기자 그곳 분위기 어떻습니까"</p> <p><br></p> <p><br></p> <p> "네 이 교회에 등록되지 않은 동네에 거주하는 주민들까지 예배에 참석하여 </p> <p><br></p> <p> 열심히 기도를 드리며 무서움을 달래려는 시민들로 교회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p> <p> </p> <p> 그럼 이상한 교회 담임목사인 상한이 목사님과 인터뷰를 나눠보겠습니다"</p> <p> </p> <p> </p> <p> - 2부에서 계속 -</p>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