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한산한 골목길에 있는 어느 모텔에서 나온 두 남녀. <p> </p> <p>점심 때라 허기를 느낀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식당을 검색한다.</p> <p> </p> <p>뭔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한 여자는 못마땅한 듯 팔짱을 낀 채 그런 남자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다 이내 한 소리를 내뱉는다.</p> <p> </p> <p>"오빠는 그거 하려고 나 만나는 거야?"</p> <p> </p> <p>비상사태를 감지한 남자가 곤혼스럽다는 듯 재빨리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허공을 응시하다 </p> <p> </p> <p>길게 한숨을 내뱉곤 냉정하고 차분한 어조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p> <p> </p> <p>"변명하진 않겠어, 널 만나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일테니.</p> <p> </p> <p>하지만, 한 가지 네가 간과한 것이 있어 우리가 함께한 수많은 시간 중에 </p> <p> </p> <p>너라는 존재와 사랑을 나누었을 때야 말로 내겐 무엇보다 고귀하며</p> <p> </p> <p>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온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p> <p> </p> <p>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갛게 홍조를 띤 볼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여자는 발을 동동 구르더니 어쩔 줄 몰라하며 부끄러워 하였다</p> <p> </p> <p>"아이 몰라~ 오빠~"</p> <p> </p> <p>그러한 반응을 예상한 듯 흐뭇한 미소를 보인 남자는 박력있게 여자를 끌어안고는 </p> <p> </p> <p>귓가에 대고 달콤한 목소리로 또 한번 애간장을 녹여</p> <p> </p> <p>버렸다.</p> <p> </p> <p>"점심 먹고 우리 한번 더 사랑을 나누어 볼까?"</p> <p> </p> <p>안고 있는 남자의 가슴팍으로 얼굴을 파묻은 여자가 교태롭게 속삭였다</p> <p> </p> <p>"하앙~ 벌써부터 흥분돼.. 오빠 나 참기 힘들어..하아.."</p> <p> </p> <p>남자는 달아오른 여자를 보고 욕정이 불끈 솟구치며 밥 먹을 생각을 잊어버렸다</p> <p> </p> <p>"후훗~ 나란 남자란.. 좋아 밥 대신 다른 걸 먹어볼까나"</p> <p> </p> <p>"오빠 하앙.."</p> <p> </p> <p> </p> <p>두 남녀 엉겨붙은 채 나왔던 모텔로 재입성.</p> <p> </p> <p> </p> <p>두어 시간이 흐르고 초췌해진 몰골로 모텔을 빠져나온 남자.</p> <p> </p> <p>기력이 다 했는지 수명이 얼마남지 않아 보인다.</p> <p> </p> <p>그에 반해 얼굴에서 광이 나는 여자는 연신 싱글벙글이다.</p> <p> </p> <p>"하..힘들다.. 어.. 우리 애기.. 오빠가 일단 일이 생겨서 집에 들어가봐야 할 거 같네"</p> <p> </p> <p>"오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오늘 하루종일 나랑 있겠다며?" </p> <p> <br></p> <p>"어어 갑자기 회사에서 연락이 왔네 너 아까 화장실 있을 때 급한 용무가 있다고</p> <p> </p> <p>김대리한테 전화가 왔지 뭐야 하 참~"</p> <p> </p> <p>"오빠 집으로 들어간다며 김대리면 회사 동료라는 거잖아 그 사람을 오빠 집에서 본다고?"</p> <p> </p> <p>"아 그게 아니고 집에 들렀다가 회사 들어간다고~ 자자 오빠가 미안해 택시비 줄 테니까 오늘은 이만 들어가"</p> <p> </p> <p>"아니 오빠 갑자기 너무 뜬금없잖아 그리고 뭐가 미안한데 나한테 이래도 되는거야 정말?"</p> <p> </p> <p>"미안해 원래 나도 우리 애기랑 같이 있을려고 했지 근데 일이 생겼는데 어쩌겠어 응?"</p> <p> </p> <p>"아니 그러니까 뭐가 미안하냐고 나한테 미안한 감정이 있긴 있는 거야?"</p> <p> </p> <p>"아 또 시작이네..아니 미안.. 그러니까 우리 애기 오빠가 지금 바쁘니깐 다음에 만나면 안될까 어?"</p> <p> </p> <p>"뭐라고! 오빠!! 나 만나는 이유가 대체 뭐야!! 정말 그거만 하려고 만나는 거였어?"</p> <p> </p> <p>감정이 격해진 여자는 별안간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대성통곡 하였다</p> <p> </p> <p>"하..씨.. 아니 우리 애기 미안해 오빠가 정말 미안해 울지마 알았어 뚝"</p> <p> </p> <p>소리내어 우는 여자를 껴안지만 여자가 완강히 거부하며 밀쳐냈다</p> <p> </p> <p>"흐엉어엉~ 오빠한테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돼! 흐엉흐엉엉~"</p> <p> </p> <p>계속해서 달래려고 시도하지만 여자는 울음을 그칠 줄 모른다</p> <p> </p> <p>기어이 남자의 손을 뿌리친 여자는 뒤돌아서며 울면서 가버린다</p> <p> </p> <p>뒷머리를 세차게 박박 문지르며 인상을 찌푸린 남자는 고개를 떨군 채 자그마한 소리로 욕설을 내뱉곤</p> <p> </p> <p>멀어져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p> <p> </p> <p>고민하던 남자는 결심하곤 재빨리 여자에게 달려가 뒤에서 꽉 껴안았다</p> <p> </p> <p>여자는 놓으라며 울면서 소리치지만 남자는 작정한 듯 장렬한 독백을 쏟아내었다</p> <p> </p> <p>"여기서 널 이대로 보내버리면 오빠는 널 붙잡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p> <p> </p> <p>한평생 식음을 전폐하고 죽음까지도 불사할 수 있단다!</p> <p> </p> <p>그만큼 널 사랑하는 이 오빠의 마음이 어떤지는 말 안 해도 잘 알 거라 생각한다 </p> <p> </p> <p>부디 널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이 오빠를 용서해다오"</p> <p> </p> <p>그 순간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친 여자는 거부하던 남자의 손길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또 다시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더니 </p> <p> </p> <p>그의 뜨거운 고백에 대한 답을 들려주었다</p> <p> </p> <p>"아니야 오빠 내가 잘못했어 내가 미안해 오빠의 진심을 내가 오해했어 정말 미안해 내가 나쁜년이야"</p> <p> </p> <p>말을 마친 여자의 눈가엔 샘솟듯이 눈물이 고이더니 또 한번 눈물바다가 펼쳐졌다</p> <p> </p> <p>남자는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입을 맞추었고 둘은 한동안 진한 키스의 정을 나누었다</p> <p> </p> <p>"배고픈데 우리 안에 들어가서 뭐라도 시켜먹을까"</p> <p> </p> <p>"아니야 아니야 오빠 바쁘니깐 가봐야하잖아"</p> <p> </p> <p>"우리 애기 오빠 때문에 눈에서 수분이 많이 빠져나왔는데 뭐 좀 먹어야지 오빠가 안심이 될 거 같아 얼른 들어가자"</p> <p> </p> <p>"오빠..정말 너무 고마워.. 날 그렇게 생각해주다니.."</p> <p> </p> <p>남자는 스윗하게 윙크를 날림과 동시에 간지나는 말로 여자를 또 한번 무장 해제 시켜버렸다</p> <p> </p> <p>"후훗~ 이 오빠의 관심사항 첫번째 항목엔 언제나 우리 애기가 들어가 있단다"</p> <p> </p> <p>잠시 후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며 흥분한 여자가 말을 이었다</p> <p> </p> <p>"하아~ 하아~ 오빠 나 쌀 거 같아~"</p> <p> </p> <p>"이런 그새 또~~ 별 수 없군 우리 애기 너무 왕성한 거 아니야 후훗~"</p> <p> </p> <p>"오빠하고 함께라면 나도 죽을 수 있어 오빠 하앙~~"</p> <p> </p> <p>"어허~ 우리 애기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그거는 이 오빠가 용납 못해요 알았어요 우리 애기?"</p> <p> </p> <p>"하아~ 오빠도 그런 말 하지마 괜히 나 때문에 내가 미안하잖아"</p> <p> </p> <p>"이 오빤 우리 애기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p> <p> </p> <p>"하앙.. 오빠 정말 사랑해~"</p> <p> </p> <p>"후훗~ 우리 애기.. 이 오빠도 정말 널 사랑한단다 자 얼른 들어가자 그럼 배달 음식 시켜먹고 오늘 하루종일 사랑을 나누어볼까"</p> <p> </p> <p>"하아 하아~~ 오빠~~ 좋아"</p> <p> </p> <p>"좋아! 후훗~ 그러자꾸나!"</p> <p> </p> <p> </p> <p>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한 초저녁 무렵 두 남녀가 모텔 밖 골목길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p> <p> </p> <p>완연히 지친 기색을 보이는 남자의 눈밑엔 진한 다크서클이 자리잡았고 볼살이 움푹 들어간 모습에선 </p> <p> </p> <p>마치 산 송장같은 오싹한 기운마저 감돌았다</p> <p> </p> <p>말할 기운도 없는 듯 초점을 잃은 두 눈으로 해가 지는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 노을에 시선을 두고 길게 심호흡을 하는 남자.</p> <p> </p> <p>마치 황혼기에 접어든 채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는 듯한 모든 수컷들의 소리없는 절규가 연상되었다</p> <p> </p> <p> - 끝 -</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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