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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1838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26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5/17 17:57:20
    http://todayhumor.com/?lovestory_91838 모바일
    [BGM]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신현림,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그해 책이 가득 든 가방이 있었고

    낙서판 같은 탁자마다 술이 넘쳐 흘렀네

    괜찮은 사내며 계집이며

    가까울수록 잃을까 불안한 심정이며

    시대가 혼란스럽고 취직이 힘들수록

    쟁기처럼 단단해져야 할 마음이며

    ‘아침이슬’과 미칠 듯이 파고드는 러시아 민요

    ‘검은 눈동자’를 들으며 몸 저리게 서러웠네

    세월의 징검돌을 밟고

    그들은 내 곁을 스쳐 갔네

    다시 칠 년 다시

    소독약보다 지독한 시간이여

    청춘의 횃불이 꺼져 간다

    괴로워야 할 치욕도 상처의 저수지도 잊어 가고

    우리의 숙명인 열정도 식어 간다

    근근이 살아가는 고달픔이란

    너는 허기져 삽살개를 찹쌀개로 헛발음하고

    시계 사준다는 말이 시체 사준다는 말로 들리고

    혼자가 싫어 드라큐라라도 함께 있고픈 주말

    사나운 날씨를 못 견뎌 헤매는 오후 네 시

    울지 않으려고 웃으면서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2.jpg

     

    이하석, 연탄재들




    인제 부근 산골 부대 쓰레기 하치장

    마분지 조각 쇠 조각 껌종이 서류 같은 것들

    불에 그을어, 연탄재 더미 사이로 몸을 숨긴다

    하치장 부근의 오리나무도 불에

    그을어, 어깨가 처진 채로 가지 하나를

    힘겹게 하늘로 밀어올린다

    민들레꽃이 황토 비탈에서 잠깐 피었다 진 후

    병사들은 다시 주위의 풀들을 뽑아버렸다

    깊은 밤 먼 논의 개구리 울음 소리에

    연탄이 하나 허물어져 내린다

    뼈들은 바람에 실리어 가고

    마음은 흙에 묻히며

     

     

     

     

     

     

    3.jpg

     

    박남수, 봄의 환각




    복사꽃 피면 복사꽃 내음새가 발갛게 일렁이는 시굴에서

    하품을 하다가 놋방울이 흔들리면 꼬리 한번 치고

    황소는 취할 듯이 꽃잎을 먹고 육자배기 한가락 음메–얼굴을 쳐들면

    들녘이 온통 흔들리는 아지랑이

    꽃 아지랑이 붉은 저편에

    시커먼 자동차가 뽀오 지나가는 봄이 있었다

     

     

     

     

     

     

    4.jpg

     

    함민복, 그림자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뜻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5.jpg

     

    유치환, 바다 가운데서




    지금 나를 에워 있는 이 호막한 것

    나즉이 마주 닿은 한 잔 수천(水天)이며

    수천(水天) 끝 아슴히 엿보이는 먼 뭍 그리매며

    그 속을 쉼없이 오가는 바람결의 읊조림이여


    아아 이것이로구나


    그 검은 눈매 속 만리(萬里)인 양 깃들었던 것이

    그의 온통 향기로이 피어나던 것이


    무한으로 무한으로 나를 이끌어 가던 것

    잠재우듯 황홀히 매료하던 것


    오직 하나 애석한 목숨이 열리는 길

    마침내 영원한 보좌에로 이르는 길


    알았노라 이제야

    사랑이여 네 안에 천지가 감춰져 있고

    천지 안에 네가 참례하여 있음을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1/05/17 18:24:24  183.103.***.68  갓작남  259040
    [2] 2021/05/17 20:19:10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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