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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4 21: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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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의 꽃말이 뭔지 알아?”
그녀는 항상 나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나리는 2학년이 시작될 때 전학 온 아이였다. 언제나 밝고 활발해서 금방 모든 학생과 친해졌고 어울렸다. 무엇을 하든 열정이 대단했는데 내일은 세상이 멸망할것처럼 오늘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안에 끝낼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모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주기에 남학생들은 은근히 나리를 좋아했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나리의 꽃말이 뭔지 알아?”
“순결, 깨끗한 마음, 진실”
하도 지긋지긋하게 듣자 결국 인터넷을 검색해서 알아낸 답을 말해주었다.
나리는 한참을 웃더니 말했다.
“땡! 설마 그렇게 쉬운 답일리가 없잖아!”
무슨 대답을 원하는걸까? 자기 이름이니까 자기와 어울리는 특별한 이야기라도 있는 걸까?
언젠가 밤 새도록 인터넷에서 나리에 대해 찾아서 답해보기도 했었지만 답을 맞춘 적은 없었다.
나리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리를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더 커져갔고 결국 용기 내어 고백했다.
하지만 나리는 기쁜건지 슬픈건지 모를 복잡한 표정을 짓더니 거절했다. 나는 좌절했지만 우리는 좋은 친구로 남았다.
“나리의 꽃말이 뭔지 알아?”
“그만 좀 해!”
며칠 뒤에 그녀는 같은 질문을 던졌고 나는 화를 내고 말았다.
화를 내려던 건 아니었다. 고백을 거절당했는데도 놀리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울컥 하는 마음이 튀어나왔다.
“어.. 미안해.”
나리는 얼굴을 홱 돌리고 떠났다. 사과해야 했지만 얼굴을 돌릴 때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아서 쫓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사과해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뒤로 나리를 볼 수 없었다. 다른 곳으로 전학 갔다고 했다. 마지막에 안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게 아쉬었다.
한 달 후 작은 편지가 왔다. 나리에게서 온 편지였다.
안녕 ㅇㅇㅇ.
아무 말 없이 사라져서 미안해.
그 날 상태가 안좋아져서 병원에 다시 입원해야 했거든.
나 사실 병이 있어. 치료할 수 없는 병이래.
의사선생님이 앞으로 1년 정도밖에 못 산대. 그래서 마지막 한가지 소원으로 학교 생활을 다시 즐겨보고 싶었어.
학교 생활은 생각보다 재밌었지만 가장 좋았던 건 너와 이야기를 나누던 거였어.
나는 나리의 꽃말이 뭔지 계속 물어봤었지. 사실 꽃말은 상관 없었어.
나리의 꽃말이 뭔지 생각하는 동안 나를 떠올려줬으면 했기 때문이야.
부끄럽게 직접 말할 수는 없잖아(웃음)
사실 고백 받았을 때는 정말 날아갈듯이 기뻤어. 하지만 나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잖아. 미안해.
역시 죽는건 무서워.
그치만 기쁜 소식이 있어. 미국에서 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됬대.
내 상태가 안좋아서 성공률은 30%정도라지만 시도해 봐야지.
수술 받으러 가기 전에 이 편지를 쓰고 있어.
꼭 성공해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한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