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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1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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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앞으로 제우씨가 관리 할 세상이에요. 원래 살던 곳이었으니 잘 할 수 있죠?”
천사는 제우를 책상에 앉히고 모니터에 보이는 버튼들의 역할 대해 쉴 새 없이 설명했다. 제우는 이해는 커녕 그저 멍때린 얼굴로 천사의 손가락 끝을 바라보며 네 네 하느라 바빴다.
“그럼 간단한 설명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직접 조작해가면서 익히세요. 아, 절대로 큰 사회현상은 일으키지 마세요. 전임자가 실수로 흑사병을 일으켰다가 인간이 전멸 할 뻔 했다구요.”
천사가 떠나자 제우는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천국은 죽기 전에 기대했던거랑 많이 다른걸.”
조상님을 잘 만나면 복이 온다고 했던가, 제우는 조상 운이 아주 좋은 편이었다. 이름도 모르던 증조할아버지가 천국의 고위 관료일 줄이야. 덕분에 후손인 제우도 죽자마자 편하게 우주의 행성 관리직, 그것도 우리 지구 관리직을 얻을 수 있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일반 사망자는 원래 60번쯤 윤회하고 환생하며 덕을 쌓고 천국에 남을 수 있다고 한다.
제우는 긴장하며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화면엔 전 세계의 지도가 떠 있었다.
‘내가 살던 나라를 클릭하고.. 여기를 눌러보면..?’
세계 지도는 순식간에 확대되더니 곧 제우가 죽기 직전까지 일하던 직장이 나왔다.
“앗! 이 부장새끼!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데! 에잇 에잇”
제우는 화면 옆의 콘솔 조작 창에서 불행 버튼을 마구 눌렀다. 부장의 상태창에서 +13이라고 써있던 행운 부분이 금새 -100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화면 속의 부장은 곧 불행해졌다. 잘 되던 컴퓨터는 갑자기 에러가 나고 책상에 커피를 엎지르지 않나, 옷이 책상 모서리에 걸려 찢어지고, 지갑을 잃어버리고.. 계속 안 좋은 일만 일어났다.
“크하하핫 꼴 좋구나.”
제우는 실컷 웃고 만족하며 세계 다른 곳을 돌아다녔다. 각종 버튼을 누르고 다녔다. 큰 일은 일으키지 않고 작은 헤프닝만 일어나는 선에서 세상을 조종 할 수 있었다. 마치 신이 된 것처럼 재밌었다.
“제우씨 지금 무슨 짓을 하신 거에요!”
한참 재밌게 놀고 있는데 천사가 다급히 뛰어왔다. 그리고 제우의 모니터를 뺐어서 화면을 다급히 전환했다. 아까 실컷 불행하게 만들어 준 부장의 모습이 나왔는데.. 어라?
상황이 심각해져 있었다. 건물에 화재가 났는데 지진도 나서 건물이 무너지고 있었고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며 그 빌딩으로 미사일을 쏘고 있었다. 지구를 석기시대로 되돌릴만한 운석도 그곳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천사는 그 장면을 보며 머리를 쥐어짰다.”
“오 맙소사. 그러니까 큰 사회현상만은 일으키지 말라고 그랬는데! 불행이 이정도로 높으면 전 세계가 위험해진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