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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3 22:30:59
3
‘대-박!’
연우는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소원을 이뤄준다는 오래된 원숭이 왕의 손. 이름만 들어봤던 전설의 도구가 지나가다 우연히 들른 동네 벼룩시장에 나와 있었다. 그것도 단 돈 만원에.
연우는 흥분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집어들었다. 완전히 말라 비틀어져 흉측하게 쪼그라든 팔. 색이 바라고 많이 빠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훌륭한 빛깔의 황금빛 털, 팔목에 걸려있는 은빛 팔찌에 새겨진 문앙, 손가락을 보니 아직 발견된 적이 없다는 왼팔이 분명했다. 손가락은 3개가 부러져 있었는데(소원을 이루어 줄 때마다 한개씩 부러진다) 아직 2개나 남아 있었다. 연우는 오랜 트레저 헌터의 감으로 이것이 진품임을 확신했다.
연우는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살게요! 만원이죠?”
“안 팔아.”
주인 아줌마는 연우가 콧김을 뿜어대며 원숭이 손을 쳐다보는 동안 연우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 팔쪼가리가 무엇인지는 몰랐고 단순히 집에 있던 잡동사니를 긁어 모아 내놨을 뿐인데 이 청년의 반응을 보니 꽤나 귀한 물건이라는걸 눈치챘다. 그래서 만원에 팔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팔지 않기로 결심했다.
연우는 더 흥분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건 당장 구해야 했다.
“아니 왜요? 그럼 십만원 드릴게요!”
아줌마는 연우를 물끄러미 보더니 들고 있는 원숭이 손을 빼앗고 거절했다.
그럼 백만원! 하고 곧바로 말하려 했던 연우는 멈추고 고민했다. 저 물건의 가치는 무슨 소원도 이뤄준다는 점에서 천만금을 줘도 아깝지 않은 물건이었지만 이대로는 얼마를 불러도 수상하게 여겨서 더더욱 의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연우는 말을 돌렸다.
“그런데 아주머니께서는 이걸 어떻게 구하신 건가요?”
“나도 몰라~ 남편이 이상한걸 잘 갖고오는데 언젠가 이 쓰레기를 보물이라고 갖고오더라구.”
역시 아줌마는 이게 무엇인지 아무것도 몰랐다. 연우는 살짝 더 떠봤다.
“그럼 혹시 이후에 남편분에게 좋거나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았나요?”
그 말에 아줌마는 한숨을 폭 쉬었다.
“죽었어. 갑자기 비싼 요트를 공짜로 얻었다고 좋아하더니 바다에 빠져버렸어.”
연우의 눈이 반짝 빛났다. 이것으로 이 손이 진품임이 증명되었다. 원숭이 왕의 손은 붙잡고 소원을 빌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한다. 그래서 값비싼 소원을 빌면 그만큼 무서운 대가가 따라오기 때문에 소원을 비는 사람은 감당할 수 있는 대가를 계산해서 빌어야 한다.
연우는 아줌마에게 괜한 것을 물었다고 사과했다.
“괜찮아~ 이미 오래전 일인걸. 자식놈도 다 컸고 남편도 지 멋대로 잘 놀다가 죽었으니까. 아휴 근데 오늘은 참 덥구만. 비라도 내렸으면 좋겠네.”
아줌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원숭이의 4번째 손가락이 똑 부러졌고 동시에 구름 하나 없는 맑은 하늘에서 소나기가 무섭게 내리기 시작했다. 연우는 아줌마가 들고 있는 손을 보고 당황했고 아줌마를 포함한 벼룩시장의 사람들은 당장 판을 접고 들어갈 준비를 했다.
“잠깐만요, 아주머니! 사실 그거 귀신 붙은 손이에요. 갖고 있으면 안좋은 일만 일어난다고요.”
그 말에 아줌마는 다시 한번 손을 보았다. 원래 흉측했지만 귀신 붙었다고 하니 왠지 더 불길해 보였다. 갑자기 비도 와서 불쾌해진 아줌마는 원숭이 손을 연우에게 던졌다.
“그럼 총각이 가져! 사실 이거 팔릴거라 기대도 안해서 버리려고 했어.”
연우는 날아오는 원숭이 손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았다. 이 위대하고 위험한 물건을 갖게 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연우는 감격하며 조심스럽게 종이에 싸 가방에 넣었다.
사람들이 허둥지둥 좌판을 접으며 들어가는 동안 비는 그쳤다. 이게 대가였다. 비가 와서 시원해졌지만 본인도 홀딱 젖게 되는 것. 연우는 다시 오싹한 마법을 실감했다.
연우는 집으로 달려갔다. 마지막 하나 남은 소원은 이미 정해 놨었다. 이미 멸종해서 더이상 먹을 수 없는 요리를 다시 먹는 것. 재료가 멸종했거나 요리법이 사라졌거나. 세상에는 잊혀진 요리가 많았다. 가령 고대 잉카에만 자생했지만 기후변화로 멸종한 쿠루호로 열매로 만든 슈카르슈카. 에이다 섬에 살았고 살살 녹는 소고기 맛이 난다는 조류인 치칸코 구이. 멸망한 메바와 왕국에서 왕들만 먹었다는 만반나. 연우는 이런 수많은 요리들 중에서 어떤걸 비는게 좋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고작 그정도 소원을 비는게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연우는 이것이야말로 세계에 위험이 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 대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완벽한 소원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 소원이라면 대가는 기껏해야 한끼 굶거나 상한 음식을 먹는 정도가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그럼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가방에서 종이에 싸진 원숭이 손을 꺼내고, 천천히 손을 꺼내 집어들며 소원을 정했다. 소원은!
그 때 갑자기 친구가 벌컥 문을 열었다. 낮부터 잔뜩 취한 채 실실 웃으며 떠들어댔다.
“야! 이 형님께서 방금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냐! 놀라지마라..”
“잠깐 조용히좀 해! 지금, 아!”
친구의 말이 멎었고, 마지막 남은 원숭이 손가락이 뚝 부러졌다.
“아아아아아아!!!!!!!!!!!!!!!!!”
연우의 소원도 다시 아스라이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