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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2 18: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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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변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개개인의 정치 성향은 바뀌지 않고 있지만 그 '개개인'이 바뀌고 있어요.
어차피 한나라-새누리-자유당 콘크리트 중의 연세 많으신 분들 생각은 바꾸기 불가능에 가까워요. 이분들께 박정희당 지지는 정치적 신념이 아닌 종교적 신앙이거든요. 그것도 맹목적인 광신, 맹신 수준이요.
아니 어떻게 저런 패륜적인 인간을 지지하지? 이런 합리적 이성으로는 당연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신앙의 영역이니까요. 그리고 그 신앙을 지탱하는 것은 그 종교, 박정희교를 믿어온 세월만큼의 자기 삶을 부정당하기 싫다는 공포심과 오기입니다. 이분들의 생물학적 나이를 생각해 본다면 그 긴긴 세월 자기 인생의 대부분을 바쳐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어온 종교가 하루 아침에 잘못된 것이라 부정당하는 셈인데 그걸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리가 없죠. 자기 삶 자체가 거짓으로 밝혀지고 부정당하는 충격일 겁니다. 게다가 젊은 세대에 의해 뒷방 늙은이로 밀려나는 것에 대한 본능적 공포도 한 몫을 하구요. 그러기에 그 종교의 2대 교주인 박근혜를 열렬히 숭배해온 것인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자 공황상태에 빠져버린 것이죠. 그 상황에서 누군가 더러운 세력이 수작을 부려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기 시작했는데, 멘붕에 빠져 현실도피라도 하고 싶었던 이분들은 애잔하게도 이 떡밥들을 덥썩덥썩 물었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 허술함을 찾아낼 수 있을만한 이런 삼류 찌라시 가짜 뉴스에라도 의지하지 않으면 자기 인생이 무너져내리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테니까요. 태극기부대란 결국 자기 삶의 가치를 박정희-박근혜교라는 사이비 종교 안에서밖에 찾지 못하는 애잔한 늙은이들의 현실도피 행각이었던 겁니다(그 결과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엄청난 민폐를 끼친건 사실이지만요)
그래서 이들은 문재인을 싫어합니다. 박정희교의 교리인 매카시즘에 반하는 인물이며, 감히 자기네 2대교주 박근혜사마의 앞길을 주구장창 방해해 온 인물이기 때문이죠. 근거가 있어서 박근혜를 좋아하는게 아니고, 근거가 있어서 문재인을 싫어하는게 아닙니다. 그냥 박근혜를 좋아하고 싶고 문재인을 싫어하고 싶은데 이유는 대충 만들고 가짜 찌라시 주워다 붙여 얼기설기 만든 것 뿐이에요.
그래서 곧죽어도 무조건 박정희당 찍는 콘크리트는 그 선택을 바꾸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합리적 판단으로 지지하는게 아니라 종교적 신념과 자기 인생을 부정하기 싫다는 사적 오기로 맹신하는 것이기에 아무리 이성적 설득을 해봐도 먹힐리가 없죠.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TK에서 홍준표가 과반 득표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 40몇% 득표율 모두가 열성 박근혜교 광신도들은 아닐겁니다. 최소 10% 이상은 그냥 문재인이 싫은데 '문재인 빼고 그나마 제일 가능성 있어 보이는 놈'한테 전략적 몰아주기를 했거나 별 생각 없는 눈먼 표 였을 거라 추측합니다. 그럼 이 표들은 다음 선거에서 민주당을 뽑지는 않더라도 바른당이나 다른 당을 찍을 가능성이 있는, 움직일 수 있는 표라는 거죠. '박근혜를 배신한' 딱지를 달고 사는 유승민이 TK에서 상당히 선전한 것만 봐도 고무적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보수라고 생각은 하지만 박근혜와 그 잔당들은 명백하게 싫어하는 층의 유권자입니다. 이들은 그 선택 결과가 옳고 그름을 떠나 선택 과정이 종교적 맹신 대신 나름의 정치적 고민을 통해 이뤄진 사람들이죠.
이번 선거에서 TK에서 문재인 지지율이 낮다, 홍준표 같은 인물이 1등을 했다 이런걸로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거꾸로, "TK에서 박정희 계열 정당을 뽑지 않은 사람들이 절반을 넘어섰다"로 해석하면 희망이 보입니다. 거품 쫙 빠진 박정희교 광신 콘크리트 층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확인 할 수 있었던 선거니까요.
'나라를 팔아먹어도 박정희당 뽑는다'는 광신도들을 제외하면 안철수를 뽑았건 유승민을 뽑았건 심상정을 뽑았건 그들은 모두 문재인과 민주당이 잘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 얼마든지 영업 가능한 계층이란 거죠. 전자는 문재인이 지역 경제를 살리고 나라 경기를 되살려놔도 현실 부정하며 문재인 까고 박근혜 빨아재낄 사람들이고, 후자는 어 괜찮네 민주당도 뽑아보니까 이런 효과가 나는구나 계산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TK가 여전히 반문, 반민주당 성향이 강한 동네이긴 하지만 박정희교의 위세는 이미 많이 쪼그라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