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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4 07: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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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태에서 최저시급을 올리면 중소 자영업자들 망하는건 맞습니다.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경기가 너무 지독하게 안 좋습니다. 지방의 웬만한 골목상권은 사람이 안 돌아요. 장사가 심각할만큼 안되고 있으니 사람을 쓰고파도 쓰기 힘들어 자영업자 본인과 그 가족들이 자기 체력으로 떼워가며 겨우 연명하는 곳이 많습니다. 아니면 빚 지며 몇달 버텨보고 있는 상황이거나요. 이는 이명박근혜 시절 생각없이 자주 저지른 단순무식한 단기 경기부양책으로는 언발에 오줌조차 못 누이는 실정입니다. 시장에 돈이 안 도니 나랏돈을 급히 투입했는데 그 돈마저 시장에 돌긴 커녕 감쪽같이 녹아 사라졌습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힌트는 대기업 유보금에 있습니다. 돈은 많이 벌었는데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으니 직장인들이 퇴근 후 시장에 나가 돈 쓸 시간도, 쓸 돈도 없이 지갑도 시간도 여가도 얼어붙어 있는데 시장에 돈이 돌 리가 없죠. 그렇다고 대기업이 그렇데 아껴둔 자금을 미래사업을 위한 투자를 하느냐, 그것도 안합니다. 그냥 뒷돈으로 꿍쳐두거나 땅투기 놀음에 자기들끼리 경쟁하다 10조를 꼴아박거나 이 짓거리만 하고 있죠. 오죽하면 그 박근혜 정권에서도 '어 이거 아니다 큰일나겠다' 싶었는지 사내유보금 잡겠다거 어설프게 손 대다가 기업들이 그 돈 시장에 풀긴 커녕 벌금 안 물겠다고 주주들 임원들 자기끼리 돈잔치 하고 끝냈죠. 현재의 처참한 경기는 신자유주의 광풍으로 빈부격차는 크게 벌어졌는데 그걸 잡았어야할 시급한 시점에 이명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며 거듭된 결제실정까지 겹치면서 완전 빙하기 수준으로 얼어붙었은데, 망할 대기업들은 지들이 번 돈을 노동자와 시장에(그 노동자가 바로 퇴근하면 소비자가 되는 겁니다. 노동자에게 월급 듬뿍 주고 퇴근 제때 시켜주면 시장에 돈이 돌기 싫어도 돌게 돼있습니다) 풀기는 커녕 사내유보금으로 뒷주머니 차곡차곡 챙겼죠. 아, 한가지 더 하긴 했네요. 순시리 딸내미 말 사주는거 ㅅㅂ.
결국 이명박근혜의 낙수효과는 완벽한 허상, 악의적 말장난에 불과했습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기업에서 정체된 자금 흐름을 뚫어주고 그 돈이 대기업 노동자들과 협력업체 중소기업과 그 중소기업 근무하는 노동자들 주머니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경제판 4대강 보'를 뚫어줘야 하는게 선행되어야 하죠. 다행히 재벌상조 김상조 공정위원장님이 이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이 아주 정확한 분이며 바로 이 문제로 수십년을 연구하고 싸워온 전문가입니다. 치킨업계의 체인점주들에 대한 갑질 횡포와 가격 담합 의혹 조사가 바로 정확히 그 지점을 찌르는 송곳이죠. 지금은 치킨업계가 맨 처음 대표로 두들겨 맞는 순번이 되긴 했지만 나머지 대기업들도 크기에 상관없이 같은 처지가 될겁니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망하는걸 막습니다.
골목상권이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대기업의 수탈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탐욕스런 대기업이 골목상권마저 진출해 잠식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대기업 스스로 골목상권 진출하는 것 뿐 아니라 경기가 어려워지자 중소상공인들이 차라리 프렌차이즈 시스템에 편입되는 것을 택하며 대기업을 불러들이는 일도 잦아집니다. 후자의 경우 씁쓸하긴 해도 조그마한 골목상권에서 시장에 도는 돈은 한정적인데 경쟁이 너무 치열한 판국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죠. 그러나 프렌차이즈 체인이 된 들, 부당한 본사의 갑질 횡포에 직면합니다. 장사를 죽자사자 해봤자 본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계약조건 하에 이윤을 쭉 훑어 가버리고 나면 체인점주는 남는게 없죠. 어르신들은 열심히 살면 그만큼 잘 살게 되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끈기와 근성이 없어 열심히 안 산다고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열심히 해봤자 남의 배나 불려주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체인점주들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죽자사자 일하고 돈주고 사람 쓰고 해봤자 대기업 본사는 돈을 버는데 체인점주는 별 돈을 못 버는 구조가 대다수입니다. 현재 치킨업계에 대한 회초리는 정확히 이 부분에 관한 문제입니다. 아주 바른 방향설정인건 맞습니다. 이후 치킨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프렌차이즈 본사 갑질, 불공정 계약을 전수조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죠. 그러나 이 문제는 시급하고 올바른 해결방안으로 나아가고는 있으나 이것만 별개로 놓고 추진한다 해서 될 문제는 아닙니다.
세번째 문제는 자영업자 수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IMF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며 직장인 노동자들은 이른(그리고 전혀 계획이 서지 않는 급작스런) 은퇴에의 공포에 시달리며 살고 있습니다. 고용환경 자체가 바뀌어 은퇴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오늘 하루의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노동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렀죠.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대로, 정규직은 정규직대로 시급함의 정도는 달라도 각자 나름의 노동환경 불안정 속에 시달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의에 의해서건 등떠밀려 타의에 의해서건 직장에서 뛰쳐+밀려 나온 노동자들이 창업을 하거나 이런저런 가게를 차려 중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됩니다. 그러나 경제 구조 상 대기업이 돈을 벌면 노동자와 중소기업 협력업체에 돈을 뿌리고, 중소기업은 다시 자기네 노동자에게 돈을 뿌리고, 그 노동자들이 시장에 나와 돈을 쓰면 그 돈이 다시 자영업자에게 들어가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자금 흐름은 대기업 상층부에서 동결되어 돌지 않는 반면 자영업자 수는 기형적으로 늘어나버린 상황이 됐죠. 소비자 지갑이 얼고 소비자 여가시간이 지워져 시장에 돈의 흐름이 동결됐는데 자영업자의 수는 계속 늘고만 있습니다. 수요는 줄고 있는데 공급은 과잉을 넘어 계속 늘고 있는 것, 바로 여기에서 자영업지옥이란 말이 나오는거죠. 이 심각한 경제구조 불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노동환경 안정화가 필수입니다.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시간 준수, 대기업이 돈을 번 만큼 노동자와 중소기업에게 되돌려주고, 중소기업도 그 돈을 받아 자기네 노동자들에게 돈과 여가를 제공해주게끔 바꿔야 합니다.
이런저런 경제 구조 기형화에 의해 투기성 자본만 늘어나고 있죠. 땅투기 주식투기 온갖 사행성 한탕주의 투기 자본으로 돈이 몰려듭니다. 전통의 한탕주의 투기자본의 대명사 부동산이 그 대표죠.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자조적 농담이 왜 생겼을까요? 시장에 돈이 안 돌아 장사는 전혀 안되는데 장사하겠다는 자영업자는 계속 늘고만 있습니다. 이런 기형적 구조니 건물주 입장에선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거고 마음껏 임대 가격 가지고 장난질을 칠 수 있는겁니다.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갑질과 횡포 역시 공정위에서 앞장서고 국회에서 법적 기반을 지원사격해 잡아줘야 할 문제입니다. 투기성 자본 단속은 공정위의 주된 업무에 포함되는 것이구요. 물론 근본적 대책은 자영업 과잉의 구조를 정상화 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복합적 문제로 인해 지금 당장 최저시급을 올리게 되면 자영업 줄도산은 현실이 됩니다. 건전한 경제구조를 위해 최저시급 대폭 인상은 당연하고 시급하게 처리되어야 할 문제는 맞습니다만, 몸 주요 장기에 큼직한 종양 덩어리가 생겼다면 당연히 빠른 시일 내에 떼어 내야는건 맞는 말이나 그 전에 그 장기를 완전 뗄 수는 없으니 최대한 살리고 고치는 치료를 선행하고, 또한 큰 수술을 쇼크 없이 버틸 수 있는 체력회복+비축 작업이 더더욱 시급하게 먼저 이뤄져야겠죠. 현 정부에서 최저시급 만원 인상을 지금 당장이 아니라 몇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획을 잡은 것은 매우 타당하고 적절한 선택이라 봅니다. 그 안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기간 안에 먼저 처리해야 할 수많은 일들이 있습니다만 간단하게 하나로 축약해보면 대기업이 사내유보금 쌓아두고 경제 흐름 쳐막는 사대강 보 같은 짓을 하는 것에 철퇴를 내려야 합니다. 그 돈이 노동자들과,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정당하게 분배되어야 시장에 돈이 돌고 경기가 살아나고 자영업자도 숨통이 트입니다. 그러고 나면 최저시급 만원이 아니라 그보다 더 높은 곳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 후엔 비정규직, 파견직 따위 악습을 철폐하고 노동환경 안정화를 통해 자영업으로 강제 유입되는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봉급쟁이 생활을 정상적으로 누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기업과 봉급쟁이들과 자영업자의 균형이 맞아야죠. 이렇게 건전한 경제구조가 되면 경기가 살고,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게 되는 공정사회가 됩니다. 그럼 사회에 만연한 한탕주의를 진정시킬 수 있게 되고, 경제를 좀먹는 투기자본 잡는 것도 수월해지죠.
재벌 대기업이 죽어야 나라가 삽니다. 재벌 대기업이 정상적이고 건전한 기업으로 돌아서야 나라가 삽니다. 그리고 그 재벌의 탐욕을 막고 위에 말한 모든 복잡하고 장기적이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역할을 바로 공정위에서 해야하고 할 수 있는(그러나 지금까지 전혀 하지 않고 있던) 것들입니다. 일단은 그 공정위의 수장 자리에 매우 적절하고 적합하며 방향 설정을 제대로 잡은 인물을 앉혀놓는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 그가 앞으로 이 수많은 난제들을 임기 안에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민국의 생명줄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것만 잘해도 문재인 정권은 80%는 대성공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방해세력이 절대로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가 공정위의 싸움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힘을 실어줘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