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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5 06: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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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도 본 영화 또 보고 소장했다 두고두고 재감상하고 그러는 편이긴 합니다. 덩케르크 같은 경우엔 용산 아이맥스에서 앉은자리에서 두번 연달아 봤어요. 똑같은 자리 두번 예매해서요.
하지만 직접 말씀하셨죠? 내용을 모르고 보면 모르고 보는 재미, 알고 보면 또 알고 보는 재미 포인트가 다르다고.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물은 내용을 모르고 처음 봤을 때와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볼때의 재미 포인트가 다릅니다. 두가지는 별개의 재미에요. 누구나 이 두가지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만은 후자는 언제건 시간만 있으면 누릴 수 있는 것인 반면에 전자는 누구에게나 단 한번 뿐인 기회의 희소한 재미입니다. 전자는 말그대로 한번 놓치면 끝인 재미에요. 스포일러는 누군가가 그 전자의 재미를 온전히 누릴 기회를 박탈하는 겁니다.
존쿳시님이 '내용을 모르고 보는 재미'를 즐기건 '내용을 이미 알고 보는 재미'를 즐기건 그건 저랑 별 상관 없어요. 상관하고 싶지도 않고 관여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건 상대에 대한 취향 존중의 영역이에요.
그러나 만약 존쿳시님이 다른 누군가에게 그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 드라마 내용을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데 스포일러 행동을 해버린다면, 존쿳시님은 상대가 '내용을 모르고 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해버리는게 됩니다. 위에 말했듯 이 재미는 일생에 단 한번의 기회밖에 없는 재미에요. 그의 인생에 그 영화, 그 드라마를 내용 모르는 채 두근두근하며 즐길 수 있는 찬스는 딱 한번 밖에 없습니다. 아까 말했듯 이건 누군가의 취향 존중의 문제에요. 이걸 존쿳시님이 스포일러해서 망쳐버린다면, 존쿳시님이 대체 무슨 권리로 남의 취향에 크게 상관하고 방해해 그가 어느 작품을 특정 방법으로 누릴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를 망가뜨린겁니까?
존쿳시님이 이해하건 못하건 그건 상관없어요. 누군가에겐, 그리고 아마도 존쿳시님의 경우가 특수한 케이스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영화, 드라마를 처음 감상하는 경험'은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기회이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그 기회가 아주 소중한 겁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스포일러 테러는 불특정 다수의 이 소중한 경험의 기회를 박탈해버리는 폭력인겁니다.
'영화 드라마 내용 다 아는 채로 봐도 재미있어' 이 말 자체는 문제될게 없습니다. 이건 존쿳시님 개인 취향일 뿐이니까요. 근데 그걸 남한테 강요하면서, 다른이들에겐 '내용을 모르는 채 처음 감상하는 경험'이 소중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서, 내용을 막무가내로 알려주며 남의 그 소중한 경험을 망가뜨린다면 이건 그냥 자기 취향을 남에게 강제로 강요하는 폭력일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