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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2 22: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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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기 자신을 계발하고 발견하고 변화하며 스스로의 모습을 형성해 갑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은 살아오며 수많은 사람들과 여러 인연을 맺으며 추억을 쌓고 영향을 주고받고 때로는 상처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죠.
연애를 한다는건 서로가 상대의 모습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뜻이겠죠. 만약 20대 후반 이상의 연애중인 분들이 있다면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10년전의 내모습이 어떠했는가, 분명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을 겁니다. 그럼 상대가 나를 왜 사랑하는지, 어떤 점이 마음에 든다 말했는지를 생각해보세요. 만약 10년전의 나란 사람을 지금의 연인이 만났더라면 과연 지금처럼 사랑에 빠졌을까, 연인이 되었을까 생각해본다면 아마 확신은 못할 겁니다. 10년전의 내가 지금의 연인에게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죠. 10년전의 나는 지금 이 연인과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땐 서로가 서로에게 연애할만한 매력을 못 느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생각한다면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랑에 빠진 이 사람은 살아오며 수많은 다른 인연들을 통해 형성된 인격입니다. 이전 연인들을 포함해서요. 그런 인연들이 없었다면 어쩌면 이 사람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테고, 그럼 어쩌면 나는 그런 모습의 이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 모습의 이 사람이 나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했을수도 있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해준다는 것은 이렇게 서로의 인생과 경험과 그 속에서의 인연들로 인해 가다듬어 진 현재의 두 인격이 서로 끌림을 느끼게 된 기적과 같은 일인거죠.
그렇게 생각한다면 연인의 과거 다른 인연들에 너무 연연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마워할 수도 미워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 사람들은 내가 사랑하는 연인의, 내가 사랑하는 그 어떤 모습을 만드는데 일조해 준 사람들, 환경요인들이었으니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현재 자기 연인의 과거 다른 옛 남/여친들과의 은밀한 성적 이야기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싫어하는 사람들 마음이 아주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 가지고 연인을 괴롭히는 것은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그건 일종의 자기 생각 강요에 해당되는 일이니까요.
만일 그러한 문제로 연인과 다투는 분들이 있다면, 그 결과로 어떤 합의와 타협에 이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결단과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현재의 연인에게 충실하고 최선을 다했다면, 과거의 연인들과의 어떤 관계들, 기억들 때문에 내가 미안해 하거나 부끄러워 하거나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상대방이 그걸 듣거나 떠올리는게 싫으니 겉으로 얘기하지는 말아달라 부탁한다면 그정도는 들어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내가 아닌 것 처럼 굴 필요까진 없단거죠. 성적 취향 표출이나 적극적 성감 추구, 개발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난 단지 연인과 함께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싶은 것 뿐인데, 그걸 ‘너 전 남/여친과 이랬냐’ 따위 이유로 막아서는 건 부당한 요구라고 봅니다. 만약 이런걸로 연인과 싸우는 분이 있다면, 뭐 싸우거나 설득하거나 화해하거나 어떤 결말을 맺을지 그것까지 제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절대로 자괴감을 가지진 마세요. 절대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