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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2 12: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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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음식점이나 카페에 아이 동반 손님이 오시면 일반손님과 비교시 업주에게 무조건 부담이 더해집니다.
보통 아이 동반 손님이 업주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를 ‘진상 손님으로 인해 다른 손님에게 불편 끼치고 업무에 방해가 되는’ 케이스에 한정해 좁게 보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사소한 문제일 뿐이고 ‘모든 아이 동반 손님’이 업주 입장에서 부담을 가중시키는 특수 손님인게 사실이에요.
이걸 여성 혐오(는 개뿔, 자꾸 성별간 육아부담 편중 문제를 이쪽으로 끌고 와 여혐 어쩌고 프레임 씌우는데 노키즈존 업주들이 우리 사회의 육아부담 편중을 가중시켰습니까 뭘 어쨌습니까? 육아부담 편중 문제로 인해 여성이 육아를 독박써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노키즈존 가게 앞에서 거절당하는 불편을 겪는 성별이 여성이 많다, 하는게 원인-결과인 거지 이걸 슬쩍 뒤집어서는 ‘여성이 피해 많이 보니까 일단 무조건 여혐’ 이따위 비논리를 자랑스럽게 떠벌리니까 페미들이 욕을 먹는거죠)네 아동 혐오네 자꾸 비난하시는데, 모든 아동은 특수합니다.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입니다. 아닙니까? 아이들은 어른이 특별히 신경쓰고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죠. 설마 이걸 가지고 아동 혐오란 소릴 하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집도 아이가 있는 집 없는 집에 따라 집안 어른들의 생활 패턴이 달라집니다. 아이가 있는 집은 인테리어나 이쁘게 꾸미는 것 보다 아이 안전 위주로 모든 초점이 맞춰지죠. 잠시만 한눈 팔아도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는게 아이들이기에 어른들이 항시 최소 한명 이상은 아이들을 주시하고 신경써야 합니다. 위생에 관해서도 어른끼리 사는 집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신경써야 합니다. 이건 육아 하시는 분들이라면 더 잘 아는 사실이겠죠.
허나 일반 음식점이나 카페는 아이들에게 절대로 안전한 공간이 아닙니다. 인테리어도 어른들 위주로 꾸며져 있고 성인 고객을 초점으로 모든게 갖춰져 있어요 보통은. 카페 같은 경우엔 화분, 나무 이런것도 많고 무거운 인테리어 소품, 유리, 거울, 장식품 이런게 수두룩하죠. 이건 어른들에겐 크게 위험하진 않아요. 어른들이 카페 안에서 뛰어다니거나 술래잡기 하거나 아무거나 막 만지고 던지고 하거나 하진 않죠. 손에 잡히는거 흙이건 뭐건 입으로 물고 빨고 하지도 않구요. 그러기에 어른들의 일반적 동선에서 충돌 위험만 없는 수준으로 인테리어가 꾸며집니다. 뜨거운 조리 기구나 용품도 일반적으로 성인 고객들이 닿지 않는 곳에 배치하고 끝이에요. 그러나 어른 고객들에겐 안전상 큰 문제가 없는 이런 가게가, 아이 손님들에겐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뛰어다니고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아무거나 만지고 고객에게 출입금지된 영역으로 들어가고, 유아 손님의 경우엔 아무거나 막 집어서 입으로 가져갑니다. 위생과 안전 측면에서 성인 고객 상대로는 별 문제 없던 공간이 아이 고객 상대로는 상당한 위험에 노출된 환경이 되는 거에요.
아이 고객을 위해서는 성인고객에 비해 훨씬 많은 서비스 비용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이건 업주들이 아동 혐오를 해서 그런것도 아니고, 여성혐오를 해서 그런건 더더욱 아니에요. 아이라는 특수한 대상, 성인에 비해 판단력이 부족하고 안전과 위생에 더 취약하기에 우리 모두가 철저히 보호하고 신경써야만 하는 특수한 대상이기에 아이 손님을 대하는 업주들 입장에선 성인 고객보다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건 결국 서비스 제공 비용이 확 올라간다는 뜻이죠. 자, 여기 어디에 아동 혐오가 있나요?
모든 음식점과 카페와 가게들이 아이의 안전만을 위주로 설계될 수는 없습니다. 비용도 훨씬 많이 들 뿐더러, 아동 고객 대상으로 인테리어 맞춰두면 정작 주요 타겟이 되어야 할 성인 고객들의 니즈를 맞추기 힘드니까요. 그럼 결국 성인 고객을 타겟으로 설계된 가게에 아동 동반 손님이 오는 경우는 업주 입장에서 ‘주요 설정한 타겟 고객층 외의 부가 손님’이 오는 경우가 되는건데, 이 손님 응대에 훨씬 더 많은 서비스 제공 비용이 든다면 계산기 두드려본 결과 이 특정 손님층을 전체 받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거죠. 이건 업주가 특정 고객층 전체를 잘라내는 출혈을 감내하더라도 그 손님층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 비용을 계산 때려보면 오히려 손해란 자체 판단에 의해 내린 영업전략입니다. 이걸 가지고 뭔 인종차별 식당 사례까지 들먹인답니까? 아무리 손님이 왕이네 뭐네 한다고 해서 업주들이 노예는 아닙니다. 서비스/상품 제공자와 구매자는 계약관계이고, 계약 이전에 거부할 권리는 양측 다 가지고 있는겁니다. 인종차별이나 혐오범죄 같은 부당한 이유가 아니라 아동 동반 손님의 경우 그 고객층으로부터 벌어들일 수 있을 기대비용에 비해 지출해야 할 서비스 제공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을 했으니 노키즈존을 운영하는거죠. 그 판단이 맞냐 틀리냐 진짜 손해냐 아니냐는 제 3자인 우리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게 손해고 사업적으로 잘못된 판단일거 같으면 노키즈존 업주들이 그 실패를 감당할 문제일 뿐인거고, 그게 맞았다면 그냥 그 사람들 사업적 판단이 맞았다는 것 뿐이죠.
정리하자면 아동 고객은 성인 고객에 비해 업주 입장에서 월등히 많은 서비스 제공 비용을 지출해야만 합니다. 이건 아동을 혐오해서 그런게 아니라, 성인에 비해 위생/안전면에서 훨씬 더 큰 보살핌이 필요한 특수한 존재이기 때문이죠. 통상적인 음식점과 카페들은 성인 고객을 주요 타겟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성인에게 안전상 별 문제 없는 공간도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위험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 결국 업주 입장에서 아동 손님이 방문했을 경우 그 아이의 안전에 대해 계속해서 신경쓰고 케어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이건 사실 그 손님들이 진상이냐 아니냐와도 상관 없고, 부모 손님이 아이를 잘 케어하고 단속하느냐 방치하느냐와도 크게 상관 없습니다. 부모가 능숙하게 애 잘 돌본다고 그 애들 안전을 신경 덜 써도 되는거 아니잖아요? 업주 입장에선 내 가게에 방문한 손님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이 손님은 그 책임져야 할 과정에 월등히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만약 사고가 생겼을 경우 심적 물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업주 입장이라면 내 가게에서 사람이 다쳤는데 그것도 어린아이가 다쳤다면 그게 내 책임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얼마나 충격일까요?) 게다가 내 아이 케어하기도 힘든 판국에 이 아이들은 남의 아이, 그것도 고객의 아이입니다. 뭐라 혼낼수도 없고 타이르는 것 하나도 손님 눈치가 보여 부담이 됩니다.
결국 아동 동반 손님이 오면 업주 입장에서 할 수 있는건 직원들 모두가 본래의 일을 하면서 아이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상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 아이가 얌전하냐 요란하냐와 상관없이, 그 아이 부모 손님이 능숙하게 애를 잘 케어하냐 그냥 자유방임하냐랑 아무 상관없이요. 이건 명백히 업무량을 증가시키고 업무 스트레스를 키우는 요인입니다. 그 말인즉슨 인건비만 따져도 아이 손님 때문에 명백하게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또한 사고에 대한 리스크 역시 성인에 비해 아이 손님은 훨씬 큽니다. 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고, 사고 발생시 그로 인한 부정적 결과 자체도 큽니다. 리스크 역시 비용입니다. ‘아니 발생할지 안할지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은 가능성만 가지고 결론을 내리느냐’는 분들은 보험사 가서 그 말 그대로 하시면서 보험료 깎아달라 우겨보십시오. 다시 말하지만, 리스크 역시 비용입니다.
노키즈존은 혐오범죄따위와 하등 관계없이 업주들이 자신의 판단으로 특정 고객층을 받느냐 마느냐 자체 영업전략을 세운것에 불과합니다. 업주나 알바생들 입장에서 아이 동반 손님 오면 피곤하다고 푸념 늘어놓는 경우는 많지만, 겨우 그런 감정적 이유만 가지고 특정 고객층 전체를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으리라 착각하면 곤란합니다. 우리나라 자영업계 그렇게 한가하고 여유로운 바닥 아닙니다. 감정적 이유로 그런 큰 결정을 내린게 아니라, 계산기 두드려 보고 사업적 전략적 이유로 내린 결정이란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