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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9 07: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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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이래저래 안맞고 힘들고 그러니 내가 가지긴 싫고 남 주긴 아깝고, 근데 섹스할땐 익숙하고 편하고 기분좋고, 그러니 사귀는건 아닌데 계속 만나 섹스는 하고 싶고, 글쓴분이 이런 관계 딱히 싫어하거나 거부하지도 않고, 그러니 어정쩡한 관계 계속 놔둬도 본인 손해 볼 일 없다는 것이겠죠.
'마음 없는 사람과 섹스하지 않는다'는게 거짓이 아닐 수는 있어요. 다만 그 마음이 평상시에 연애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고, 섹스할때만 연애하고 싶은 마음인게 문제죠. 그게 마음 없는 섹스랑 뭐가 다른거냐 하면, 전혀 뭐 상대에 대해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타인과의 섹스는 꺼림칙하고 무섭고 싫은데, 잘 알고 익숙한 사람과 연애하는 기분으로 섹스하는건 좋은 뭐 그런 거란 거죠. 섹스 도중엔 다정한 말도 주고받고 배려도 해주고 '서로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잘 아는 상태에서의 섹스'가 취향인 것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상대는 '아 이 사람이 날 아직도 사랑하는 구나' 오해할 여지가 생기지만, 정작 본인은 스스로 인지를 하건 못하건 그냥 본인 성적 취향이 '잘 알고 익숙한 상대와의 편안한 섹스'인 것 뿐인거에요. 사람마다 성적 판타지는 다양하죠. 누군가는 섹스 중에 때리고 맞고 그런걸 즐기기도 하고, 소프트하게 욕설과 음담패설을 주고 받는 것에 흥분하기도 합니다. 그런것 처럼 그 전남친의 성적 취향이, 잘 알고 익숙한 이와의 마음 편안한 섹스인 거죠. 깊게 사귀다 헤어지면 애정은 아니지만 마음의 정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육체적 정이 남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저런 남아있는 정의 찌꺼기들이 섞이고 본인의 저러한 성적 취향이 더해져 자기 자신도 정작 뭘 진짜 원하는지, 무슨 감정 상태인건지 모르는채 혼란스러운데 딱히 그걸 정리하거나 해결할 의지는 별로 없이 흘러가는대로 방치하는 그런 상황일 수 있단거죠. 20대 후반, 30대 초반 성인이라 해서 이런걸 딱딱 잘 정리해 낼 수 있는 나이는 아닙니다.
적나라하게 말했는데, 전남친이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를 말하려는게 아니에요. 이런 어정쩡한 관계가 계속 이어지더라도 글쓴분도 그냥 이 상황이 나쁘지 않다, 좀더 흘러가보지 뭐 이런 생각이라면야 뭐 둘 다 암묵적 합의 하에 그대로 시간을 보낸다해서 가족도 아닌 제3자 남들이 이렇다 저렇다 참견할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글쓴분은 이 상황이 싫고, 뭔가 해결이 났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시니 이렇게 글을 올리신 거겠죠. 그래서 조금 적나라하고 강한 어조로 댓글을 달아봅니다.
전남친분이 스스로 인지를 하고 있건 아니건 지금 상황은 섹스파트너 관계가 맞아요. 사귀는 사이가 아닌데 섹스만을 이어가고 있으면 그게 섹스파트너죠. 연애냐 섹파냐는 본인들이 자신들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정의 내리고 싶어하느냐에 달린게 아니라 그냥 그 관계에 대해 내려지는 단어적 정의일 뿐이에요. 사과를 두고 '오늘부터 나는 오렌지라 부르기로 했어, 그렇게 부르고 싶으니까'한다고 해서 국어사전의 사과란 단어가 오렌지로 바뀌지 않듯, 전남친분이 지금의 관계를 섹파가 아니라고 자의적 정의를 내리고 싶어한다 한들 사귀는 것도 아니고 사귀는 관계로 발전하고픈 것도 아닌데 섹스를 위해서만 계속 만난다면 그 관계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섹스파트너인 겁니다. 전남친분 개인적 성적 취향이 좀더 소프트하고 농밀한 섹스를 선호하는 것 뿐인거에요. 의도적 거짓말이건, 본인조차 착각하고 있는 것이건 이건 변함 없죠.
섹스파트너 같은 자유로운 섹스 주의가 옳다 그르다 뭐 그런 잉야기를 하려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섹스파트너가 성립되려면 둘 다 그 관계에 대해 동의를 해야 해요. 만약 한쪽은 섹스만을 원하는데 다른 한쪽은 그 이상의 것을 원하고, 그래서 일방적 감정 희생을 지속적으로 감내하고 있다면 그건 하루 빨리 정리하는게 옳다고 봅니다. 그거 자존감을 심하게 갉아먹고 상처입히는 행동이기에 본인에게 아주 치명적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