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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9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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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콘솔게임 시장에서 경쟁사들의 하드웨어의 스팩 경쟁체제를 벗어나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Play station과의 맞대결 이후 슈퍼패미콤 시절의 화려한 명성이 깨어지고 소니에게 게임업계의 왕좌를 내주고 말았던 닌텐도는, 이후 벌어진 콘솔 2세대기 전쟁에서도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2에게 완패, 게다가 공룡기업 MS까지 참전하며 거치형 콘솔게임계에서 완전히 밀려나고 만다. 게임보이 시리즈로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선전하며 살아남은 닌텐도는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시장 진출 계획, 즉 PSP 발표로 궁지에 처했으나 게임보이 시리즈의 후속기인 NDS를 발표하며 다시 재기를 노린다. 막강한 하드웨어 성능을 통해 휴대기임에도 불구하고 거치형 콘솔 못지않은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던 PSP에 맞선 닌텐도의 전략은 아이디어와 게임성으로 승부한다는 것이었다. 휴대기에 듀얼스크린과 터치스크린의 도입, 새로운 게임 방식을 개척해낸 닌텐도의 전략은 멋지게 성공하여 휴대기 시장의 왕좌를 훌륭하게 방어해낸다. 소니-플스 체제하에서 갈수록 높아져가는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소프트 개발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기에 게임 소프트 제작사들은 100만장 200만장씩 팔아도 순이익이 그리 많지 않은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닌텐도의 NDS초기 타이틀이었던 뇌 단련(국내명:두뇌 트레이닝)은 보기에도 저렴해보이는 제작비를 가지고 500만장이 넘게 팔리며 엄청난 순이익을 만들어내고 만다. 이 외에도 수많은 히트작들을 양산해내며(500만장 타이틀이 5장, 트리플밀리언과 밀리언셀러도 상당수) 붐을 일으킨 닌텐도였지만, 제작비 자체가 그리 많이 들지 않는 아이디어 상품들이었기에 그 순익은 더더욱 클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NDS의 빅 히트를 기반으로 3세대 거치형 콘솔 게임기 전쟁에 당당히 뛰어든 닌텐도는 다시한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화려한 그래픽과 하드웨어 스팩전쟁을 벌이는 소니의 플스3와 MS의 X-Box360이 별다른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한 반면, 닌텐도의 Wii는 경쟁사의 2세대기와 맞먹는 수준의 그래픽과 스팩을 보여주는 대신 상당히 참신한 인터페이스로 승부수를 던졌다. 리모콘 형태의 컨트롤러를 직접 휘두르는 게임 방식 말이다. 골프든 야구든 테니스든, 유저가 직접 휘두르며 게임을 즐기는, 방구석에 홀로 앉아 수십시간씩 RPG게임을 즐기는 방식에서 탈피해 밝은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웃고 떠들며 게임을 즐기라는 이 아이디어는, 닌텐도가 이번 3세대기 전쟁에서 노리는 타겟 고객층이 수십시간을 게임에 투자하는 코어유저들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그들의 가족을 포함해 게임을 그리 즐기지 않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직관적이고 쉬우며 즐거운 조작법, 저렴한 가격과 스팩, 저전력설계 등등 소니와 MS가 한정된 게이머 시장 안에서 치고받으며 싸울 동안 닌텐도는 시장 자체를 더 키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닌텐도를 경쟁사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회사로 생각하는 이유다.
대충 제가 아는 닌텐도의 최근 역사에 관한 정리입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게 최상의 목적입니다. 법적으로 문제만 생기지 않는다면, 고객이 (모르거나) 반감을 가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도덕적인 행동을 일삼아도 돈만 벌면 그만인 것이 바로 기업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기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줄 알아야합니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날뛰다간 언젠가는 고객들의 신뢰를 잃고 무너지거나 혹은 만년 2등기업으로 남을 뿐입니다.
마소와 소니가 한정된 파이를 가지고 나눠먹기 싸움을 벌이는 동안 닌텐도는 파이 자체를 키워버릴 생각을 가졌습니다. 이것이 장기적인 안목입니다. 그것을 위해 뭐가 필요한지 철저하게 연구하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게 전략입니다. 그리고 그 '위험한' 시도를 위해 모든것을 걸고 뛰어들었습니다. 이게 행동력입니다.
슈퍼패미콤 시절 닌텐도에 열광했지만 전략 미스로 소니에게 박살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등을 돌렸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과감한 아이디어와 결단력으로 멋진 모험을 벌이고 있는 닌텐도의 모습은 다시 저로 하여금 그들을 응원하게 만들었죠. 넥슨은 어떻습니까? 만드는 게임마다 표절 의혹이 일고.. 몇몇은 제가 좋아하던 고전 게임을 그대로 베꼈습니다. 법적으로 표절이네 아니네를 떠나, 도용이네 단순 벤치마킹이네를 떠나, 넥슨은 오래도록 게임을 즐겨왔던 유저들에게 신용을 잃어버릴 선택을 했습니다.. 개중에 참신했던 게임들은 초심을 잃고 방황하고(돈을 벌려고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욕하지 않습니다. 다만, 처음의 기획방향이고 뭐고 다 뒤집어버리는 행태에 대해 욕하는 겁니다..) 이런 행동들로 고객들의 신용 대신 돈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실제로 넥슨의 베껴서 돈벌자는 정책덕에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어떤 추한 길로 들어서가고 있는지를 돌아보면 넥슨이 과연 성공한 기업인지 다시 생각하게 될겁니다.(모바일 게임 업계가 특히 재밌게 돌아가더군요. 기획팀에게 내려오는 사장의 주문이 대략 이렇습니다. "잘나가는 게임 대충 베끼고, 디자인도 대충 베껴서 빨리 만들기나 해라".. 모두가 이렇진 않겠지만 이런 기업의 수가 많은게 현실이고, 또 이런 기업들 때문에 정말 고민하고 연구해서 게임 만드는 이들이 피해를 보는게 현실입니다.)
글쎄요.. 지금 당장 푼돈 좀 만졌다고 해서 넥슨이 성공했다고 평가하시는 분들의 의견에 저는 찬동하기가 힘들군요. 회사에서 허드렛일 하던 사원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성장하고, 계속해서 새롭고 멋진 아이디어로 시장을 넓히며 전진하는 기업과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스스로의 평가를 바닥까지 끌어내린 못난이 기업을 비교했을때, 과연 후자가 성공한 기업이란 평을 받을수 있을까요?
외국기업을 극찬하고 우리나라 기업을 까댄다고 날더러 닌텐도보이네 뭐네 욕을 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비뚤어진 길을 가고 있는 국산기업에 대해 무조건 "국산품 애용 = 애국" 논리를 들이대는 것과 잘 나가는 외국 기업의 예를 들어 그 기업이 제대로된 길로 돌아오도록 나무라는 것 중 어느것이 더 애국에 가까운 길인지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