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3
2010-05-11 13:03:08
14
회색분자Ω// 음... 제 개인적 의견이긴 하지만 전 청계천이 성공한 케이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복원을 해야하는 당위성'은 인정을 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가 문제가 많았으니까요.
1차적으로, 복원 이전에 그곳에 상권을 이루고 있던 상인들과 이주대책에 대해 원만한 해결을 하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된 대책없이 무조건 빨리 밀어붙여야 한다는 강박증만 내세우다보니 결국은 상인을 내쫓고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엉망진창으로 끝나버렸죠. 그렇게 한 이유는 이명박의 서울 시장 당시 임기 안에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무조건 뽑아내고야 말겠다는 조급증 때문이었습니다.(그 못된 버릇을 오세훈이 그대로 물려받았죠)
또한 청계천을 복원하는 방식 역시 잘못되었습니다. 조선시대때부터의 유서깊은 청계천에는 많은 역사적 유물들이 있었지만 이 역시 '속도전'을 위해 덮어놓고 그냥 밀어버렸죠. 제대로 된 청계천 복원사업이라면 그것들을 복구/복원하여 한국 고유의 미를 되살리는 쪽으로 갔어야 하는 것이 정석이었을텐데, 이명박이 그리 하지 않은 이유는 역시나 임기내에 빨리 끝내는 것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공사 도중에 그런 유물 하나 나오면 공사 올스톱 걸리고 관련 학자들이 붓으로 살살 털어내고 조사하고 하는 일련의 복구과정이 너무 귀찮았던 것이죠.
그렇게 '가짜 복원'된 청계천은 '복원'된 것이 아니라 그냥 밀어버리고 새로 지은 것일 뿐입니다. 건축 양식도 철학도 없이 의미불명의 조형물만 대충대충 시멘트로 붙여둔 모습으로 말이죠. 관리에 대해서도 계획도 생각도 없이 만들어놨다보니 수돗물을 대량 풀어넣는다던지, 애써 사다 넣은 물고기가 죽는다던지, 여름철 호우에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범람해버린다던지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그때마다 아까운 혈세가 퍼부어졌었죠.
이런점을 들어, 저는 청계천은 전형적 졸속, 전시행정의 예시라고 봅니다. 그러기에 오히려 청계천의 예를 들어 4대강을 반대하는 것이구요.
게다가 4대강은 청계천보다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강이란 것은 원래 길게 흐르며 얕은 부분도 있어야 하고 깊은 부분도 있어야 하고 폭이 넓은 부분도, 폭이 좁고 물살이 빠른 부분도 있어야 합니다. 자갈이 깔린 부분도 필요하고 모래가 깔린 부분도 필요하고 굽이굽이 꼬불꼬불 흐르는 부분도 필요하며 직선으로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부분도 필요한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며, 미학이죠. 그리고 그러기에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자연의 위대한 규칙과 섭리가 유지되는 것이구요.
수많은 물고기며, 새와 곤충들은 강의 저러한 불규칙적이고 자유롭고 다양한 모습들 속에서 각자가 살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터를 잡고 살아갑니다. 그러한 강을, 청계천 마냥 획일적이고 인공적인 모습으로 바꿔버린다면 수많은 생물들이 살 터전을 잃고 죽는게 당연한 일이겠죠.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바닥을 긁어내 상류에서 하류까지 일정한 폭과 깊이를 유지시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얕은 여울에 살아가던 물고기와 곤충들은 어찌될까요? 아니면 강폭좁고 물살 빠른 곳에서만 살 수 있는 생물들은요? 얕고 맑은 물에 살던 물고기를 깊고 탁한 물에 넣는들 살아갈 수가 없을겁니다. 게다가 4대강 사업에선 자신의 목표를 위해 수 많은 둑과 보를 쌓을 예정이랍니다. 그럼 물고기들은 자신의 집으로 어찌 돌아가야 할까요?
우리는, 하찮고 귀찮은 존재일 뿐인 모기라는 생물이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아직까지 다 밝혀내지도 못했습니다. 하물며, 4대강으로 인해 희생될 수많은 생물들의 그 나름의 가치들을 어찌 다 헤아릴수 있을까요? 아니, 심지어 그러한 가치가 없다 해서 생명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멸종 위기종의 생물들이 우리의 강 속에 살아 숨쉬고 있어요. 이 강을, 단지 우리 인간이 '구경하기 편하게'하기 위해 멋대로 뜯어고쳤을때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희생당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희생당한 생물들로 인해 우리 인간에게 어떤 재앙이 되돌아올지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청계천식 조경사업에 대한 미학적 판단이야 개개인의 주관적 미적 기준에 따라 각자 다를 수 있는 문제이지만 한국의 자연을 형성하는 커다란 단위인 강을 그런 조경사업의 일부로 본다는 것은 시각 자체가 잘못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게다가 되돌릴 수도 없어요.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줄이지만, 이 외에도 4대강으로 인해 사라질 문화재들에 대한 문제도 크고, 그 관리나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도 축소 은폐된 것이 워낙 많아 주변 지역민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전혀 예측을 할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