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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7 19: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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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블리자드의 이번 요구사항이 과도한 요구다'라고 자꾸 언플이 올라오는데요, 그게 과연 과도한 요구인지에 대해 잠시 더 코멘트를 달께요:)
캐스파가 문제 삼는게.. 2차 저작물에 대한 소유권까지 주장한다는 부분인데요, 블리자드에서 이걸 왜 요구하는지는 업계 사람이라면 조그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현재 패키지 게임 시장은 온라인 다운로드 스토어 형태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죠. 예전엔 하프라이프2를 즐기려면 CD와 그걸 포장한 박스 전체를 가게 가서 돈주고 사와야 했습니다. 이 CD와 포장 덩어리를 '게임 패키지'라 부르죠. 이것은 제작사에게 게임 개발비용 외에 유통,재고 관리,판매 등등 많은 부분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안겨줬습니다. 결국 여기에 대한 추가 비용도 게임 소매가에 포함되기에 유저들로서도 개발 원가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전통적 유통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게임이란게 무형의 소프트웨어이고, CD나 포장지, 박스 같은 것들은 이 소프트웨어를 담아 팔기 위한 부수적 그릇에 지나지 않는 거죠. 소프트웨어만 구매자의 PC에 직접 전달 할 수 있다면 그 쓸모 없는 '그릇' 제작/유통/보관 비용을 몽땅 빼고 싸게 팔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인터넷'이란 직접 연결 통로가 있죠.
여기에 착안해 나온것이 게임 다운로드 판매 샵 개념입니다. 내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온라인 결재로 돈만 내면, 싼 가격에 서버에서 게임 파일을 내려 받을 수 있죠. 그리고 이건 CD 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 연결된 PC앞에 안기만 하면, 내 계정으로 접속해 게임을 다운로드/설치 후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업데이트 관리도 손쉽게 받고 말이죠.
이러한 게임 다운로드 쇼핑몰의 선두주자가 '하프라이프'시리즈로 유명한 FPS의 명가 '밸브'사 입니다. 이들의 '스팀(Steam)'은 밸브 자사의 게임들과 다른 유명 제작사들의 게임을 온라인으로 싸게 판매하고 업데이트 관리를 해주고 멀티플레이 상대를 손쉽게 찾아주도록 지원합니다. 이 막대한 편리함과 싼 가격 덕에 현재 게임 다운로드 샵의 70%를 점령하고 있죠.(자기네가 직접 만든게 아니더라도, 유명한 '모던워페어'시리즈처럼 스팀에서 판매처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스팀 하나 설치해두면 웬만한 유명한 게임들을 거의 다 쉽게 사고 즐길수 있게 해주죠)
서론이 길었는데요, 역시나 게임 잘만들기로 유명한 명 제작사 블리자드도 이쪽 바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미 배틀넷이라는 막강한 '멀티플레이 지원 폼'을 가진 블리자드 입장에서 샵이라고 못할게 있나요. 그리고 최근 battle.net을 업데이트하면서 본격적으로 틀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현재 스타 합본과 디아블로2, 디아2확장 이렇게밖에 안팔고 있지만요;) 블리자드는 그 특성상 밸브처럼 자유분방하게 타사 게임을 지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자신들의 게임 위주로 팔고, 거기에 파생되는 부수적 컨텐츠들을 팔거나 유포하는 목적으로 이것을 이용하겠죠.
한참 둘러 왔습니다만 본론을 이야기 하자면, 블리자드가 이러한 Battle.net 샵에서 팔거나 혹은 배포 하려고 하는 것은 (사실 몇개 안되는) 자사 게임들과 더불어 그것으로 파생된 2차 저작물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입니다. 스타2 맵에디터의 막강한 위력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거의 뭐 새 게임 하나를 만들어도 될 정도의 수준이죠. 그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스타1때와 같은 대전용 맵 수준이 아닐겁니다. 이미 많은 예시에서 보듯 새로운 게임 수준의 유즈맵 컨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겠죠.
예를 들어, 앱스토어라고 생각해보세요. 앱스토어에는 사용자들(중의 실력자들)이 직접 만든 앱이 올라오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구매하는 식의 '시장 모델'이 있습니다. Battle.net에서, 유저들이 스타2 맵에디터로 만든 다양한 '새로운 게임' 혹은 '유즈맵 게임'을 서로 팔고 구매해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나온다면 이해가 되시나요? 블리자드가 캐스파, 한국 e스포츠 협회에게 요구한 "2차 저작물에 대한 소유권"이란, 겨우 협회 엿먹여보자는 저급한 수준의 발상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란 겁니다. 블리자드는 향후 맵에디터로 생산될 다양한 2차 컨텐츠는 물론 게이머들의 리플레이 VOD같은 것들도 Battle.net을 통해(자꾸 이렇게 영문 표기해 죄송합니다. 기존 멀티플레이용 서버 개념인 배틀넷과, 블리자드가 새로이 시도하려는 다운로드 샵을 구분지어 표현하기 위해 영문으로 표기했습니다) 판매되거나 무료배포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 개척'을 계획 하고 있습니다.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 주장은 바로 이러한 자신들의 사업방향에 필요한 것이기에 요구하는 것이구요.
막말로, 협회가 조금만 더 개념이 있었더라면 이렇게 병신 협상을 하진 않았을겁니다. 한국 스타리그에서는 매일같이 상당한 퀄리티의 대전 리플레이 영상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것도 다년간 축적한 영상 중계 노하우로 매우 훌륭하게 편집된 중계 동영상들이 말이죠. 블리자드가 2차 저작물에 대한 소유권을 요구했을때, 협회쪽에서 한 수만 더 앞을 내다 볼 수 있었더라면 오히려 거꾸로 역제안을 넣었을 수도 있습니다. 향후 Battle.net샵에다 훌륭하게 편집된 국내 스타리그 중계 VOD를 '정기적으로' 제공해주겠다, 라고 말이죠. 이렇게 해서 이익 지분을 나눠달라고 하면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환영하면 환영했지 싫어할 이유가 없습니다.
양질의 컨텐츠를, 매주 일정량 공급받을 수 있는데다 샵을 처음 열면서 초기 쌓아둘 컨텐츠가 없는 입장인데 한국 스타리그의 명 경기 동영상들로 가판대를 채워둘 수 있으니까 말이죠. 이런 VOD컨텐츠는 블리자드가 직접 돈받고 판매를 하지 않더라도 Battle.net자체를 활성화 시키는데 매우 유용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만약에 협회가, 블리자드의 요구에 대해 요란을 떨며 과도하다 불평만 하기전에 조금만 더 짱구를 굴려 이런 제안을 하고 이익을 나눠받으려 노력했더라면 어땠을까요? 말그대로 블리자드의 '인증'하에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향후 세계 e스포츠계를 이끌 리더가 될 수도 있는 포석이었을 거라 봅니다.
능력도 없는 이 병신들이 징징거리며 언플이나 해댄 결과, 결국엔 스타판을 키우기 위해 크게 노력한 두 방송사는 바보가 되고, 팬들은 상처를 받고, 블리자드와 스타2 리그는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모두 잃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거기에 승부조작건까지 터지며 협회는 정말 더이상 뭘 어찌 해볼 수 없는 궁지에 몰렸죠(각 선수의 일차적 책임이긴 합니다만 '선수를 대표한다'며 으시대던 협회 역시 큰 책임을 피할 수 없으니까요)
협회 무너지는거야 별 신경도 안쓰입니다만, 여러 사람들이 힘들여 가꾸어 오고, 또 여러 팬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해줬던 e스포츠판 전체가 이렇게 와르르 무너지는 꼴을 보니 참 마음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