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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1 16: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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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람된 말씀이지만, 노회찬 후보가 민주당이랑 합친다고 진보 표가 모두 민주당으로 갈거란 것은 글쓰신분이나, 보수(수구매국 말고 진짜 보수) 지지자분들의 오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보와 보수는 전혀 상반된 노선입니다. 그리고 후보단일화는 단순히 가위바위보로 상대 표 뺏기 놀이가아니라 '연합'과 '연정'입니다. 민주당이 만약 진보신당과 제대로 된 연합을 펼치고 싶었더라면 진즉에 손을 내밀고 준비를 했어야 하는게 당연한 겁니다. 후보단일화란 단순히 경선을 통해 이긴놈이 모든 지분을 독식하고 진놈은 사퇴하고 물러나는게 아니라 양 당의 정책과 공약을 섞고 합쳐가는 과정입니다. 서로 비슷한 공약은 합치고, 다른 공약은 때론 양보하고 때론 관철시키며 정리해가야 하는거죠. 하물며 노선자체가 정반대인 진보/보수간의 연합은 그 준비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는 것일까요?
헌데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단일화를 위해 준비한 것이 무어가 있습니까? 정책을 토론하고 맞춰보고 하는 지난한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그저, '표 합치지 않으면 다 죽는다' 구호만 외치며 진보신당을 은근히 악당으로 몰아세운것 외에 뭘 했냐는 거죠. 민주당이 어떤 당입니까? 같은 보수진영인 국참당과의 단일화조차 '단지 유시민이란 인간이 싫다'는 유치한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대다 한참 뒤늦게서야 겨우, 그것도 자기네에게 한참 유리한 방식으로 해서야 치뤄낸 당입니다. 진보 지지자인 제 눈에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진보신당에게 요구하는 것은 '후보단일화와 연합을 위해 내미는 손'이 아니라 '내가 더 세니까 니 표 나한테 공짜로 다 바쳐라'라는 폭압과 오만과 강짜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거면 진보신당이 뭐하러 단일화를 해야 할까요? 단일화 해봐야 표만 빼앗기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될게 뻔하고, 안해도 욕만 먹고 질게 뻔하고, 이래도 저래도 비극적 결말만 기다린다면, 진보신당은 정치 정당으로서 자신들의 지지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길을 택한 것 뿐입니다. 모르시겠습니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승리한다 해도, 정당과 정당, 노선과 노선의 연합으로서 진보의 목소리도 참여할 수 있는 연합세력이 아닌 그냥 민주당에 표만 내주고 내쫓기는 신세가 될거라면 진보가 뭐하러 그런 자살행위를 해야하는 걸까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수구매국세력의 척결을 위해 위대한 희생을 하라...구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강요된 희생은 희생이 아니라 살인이요 강탈일 뿐입니다. 저는 진보이지만 인간 노무현 전대통령을 존경합니다. 그 이유는 그가 나와 노선이 다른 보수이긴 하나 '민주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묻겠습니다. 아무리 올바른 목적을 위해서라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수단도 방법도 가리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입니까?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유지라고 하셨습니까? 그분께서, 수구세력의 척결을 위해 수단도 방법도 가리지 않는 그런 분이셨습니까? 노선조차 다르지만 내가 존경하는 그분은 그런 분이 아니었습니다. 후보단일화 문제에 하물며 '그분의 유지'를 가져다 대지 말아 주세요.
수구세력의 척결을 위해서는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진보와 보수, 건전 정치 세력들이 제대로 힘을 모아서 이룬 승리여야만 가치가 있는 겁니다. 단순히 이기기 위해 건전 정치세력들끼리 서로 '잡아먹기'식 경쟁을 벌인다면, 그런 치졸한 후보단일화가 과연 각자 선거에서 맞붙어 완주하는 지금의 모습과 다를게 뭐가 있을까요?
저 또한 이번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키워드는 후보단일화라고 생각했었지만, 후보단일화 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진보진영에게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 물론 진보신당의 일관적인 비협조적 태도도 문제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세가 부족한 입장에서 하나라도 더 지분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럴수 밖에 없었겠지요. 반대로 훨씬 세력이 컸지만 진보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단일화 이야기를 꺼낸 민주당 쪽에서는 양보와 토론을 위해 먼저 손을 내미는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힘과 세력만 믿고 '니네가 우리밑에 들어와라, 안그럼 우리 다죽는다' 강짜만 부릴것이 아니라 말이죠.(여기서 지분이란 표현을 썼다고 오해하진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정당의 목적은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고, 단일화 과정에서 서로 자신들의 주요 정책을 연합의 공약으로 채택시키기 위한 지분을 말하는 겁니다.) 후보단일화 실패의 책임은 오히려 민주당이 더 크다면 더 큰 것이란 말입니다.
또한가지, 진보신당 지지자들이 단순히 '표 한장'으로만 보이십니까? 지지하던 당의 우두머리를 꺾어버리면 알아서 따라올 표 한장의 가치만으로 보이십니까? 진보신당 지지자들 중에는 골수 진보주의자들이 수두룩합니다. 민노당에서조차 순수 진보의 기치를 내세우기 위해 고집부리고 갈라져나온 정당이진보신당입니다. 이런 이들을 연합의 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진보의 정책을 섞고 지분을 나눠주고 이후 연합이 승리했을때 어떤식으로 연정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비젼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냥 우두머리 한명 굴종시켜버리면 알아서 따라올 표...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거야 말로 진보에 대한모욕이고, 그거야 말로 진보가 그런 모욕을 당하며 하등 득도 없는 '강요된 희생'따윌 할 필요가 없는이유입니다.
한가지 더, 노회찬 후보가 민주당에 대해 '단일화 한다고 이길수 있지도 않을 것을'이라는 표현을 쓴것에 대해 말씀드리죠. 솔직히 이번 선거에서 저는 민주당의 행보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과의 단일화 과정도 그러했고, 한명숙 후보의 무혐의 처분으로 역풍이 불 조짐을 보일때 조차 제대로된 반격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최대의 기회를 걷어차버리곤 그냥 미적미적넘어가고, 심지어 천안한 사태때에도 행여 불똥 잘못 튈까 무서워 덜덜 떨며 소극적 대처만 했을 뿐 유시민처럼 자신의 소신을 보이지도 승부수를 던지지도 못했습니다. 제 보기엔 민주당은 이번 선거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마냥 보입니다. 모가 되든 도가 되든 승부수를 던져 열세를 만회할 찬스가 왔을때 이 낡고 비루한 정당은 그냥 겁에 떨며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습니다. 한명숙 후보가 충분히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법한 찬스가 와도 그저 손도 안쓰고 멍하니 놓쳐버리기만 했습니다. 이만큼이나 무능하고 이만큼이나 게으른 정당일진데, 스스로 자신의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는 집단일진데, 지금의 열세를 어째서 왜 진보신당 탓으로 돌리는 걸까요?
민주당과 국참당은 서로 달라도 한참 다릅니다. 유시민 후보의 행보를 보자면 자기 모든 것을 걸고 열세를 만회해가는 승부사적인 면모를 보이며 바닥에서부터 지금의 자리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심상정씨의 후보사퇴와 유시민 지지는 그런 점에서 저도 찬성이고, 또 어느정도 예측도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유시민과 국참등은 승리를 위해 모든것을 걸고 있는 사람이고(신생 정당인 국참당이 유시민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뤄놓고 만에하나 이번 선거에서 지기라도 했을경우 받을 리스크를 생각해 보세요. 민주당 맹공으로 대형 위기가 올겁니다.) 또한 어느정도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입니다. 진보진영과 연합을 한다고 했을때 단순히 표만 뺏어가고 버릴 민주당과는 다른 사람입니다. (왜이렇게 늦게 했냐고 뭐라 하지 마세요. 보수끼리-민주당:국참당- 단일화에 시간 다 잡아먹어놓고서 정반대 진영인 진보신당과 합치는데 걸린 시간 따져보면 이것도 엄청 빨리 합쳐진 겁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제1야당으로서의 기득권을 누리고 있기에 모든것을 걸기는 커녕 한두푼 걸어 대박효과를 누릴수 있을 찬스조차도 미적미적거리며 다 넘겨버렸습니다. 유시민과의 단일화에서도 봤듯이 자기네 기득권에 조금이라도 해가 될것 같으면 결사반대하고 드러눕는 행태를 보였죠. 자기네가 유리한게 불보듯 뻔한데도, 유시민과의 경선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방법이아니면 안하겠다고 땡깡부린 놈들이 민주당입니다. 그러면서, 지금 진보신당더러 '너네가 불리한것 같으니 안하는것 아니냐'는둥 '안합치면 죽는데 너네 땡깡때문에 우리가 죽게 생겼다는둥' 이런 말들은 민주당입장에서 입에 올릴수 없는, 올려서는 안되는 말들이란 겁니다.
단일화만이 승리의 열쇠라면, 민주당이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진보신당에게 꾸준히 손을 내밀고 달래기도 해보고 튕기기도 해보고 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어야 합니다. 헌데 그냥 앉아서'단일화 안하면 다 죽는데 쟤네가 저러고 있어서 우리 지게 생겼음' 말만 한다고 뭐가 바뀔까요? 진보신당은 세력이 훨씬 약한 정당입니다. 세가 밀리는 입장에게는 그들만의 협상태도가 있는 법입니다. 먼저 나서서 손내밀다가 자칫 다 빼앗겨버릴 수도 있는 입장이니 섣불리 먼저 다가설수 없습니다.(이거 가지고 뭐라 하지 마세요. 이정도 전술도 못쓰는 정당은 정치한다고 나서면 안되는 겁니다) 제가 보기엔, 민주당은 이미 선거에 지고 난 뒤의 일이나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고 나면 진보신당 탓으로 다 돌린다음에 제1야당으로서의 세력이나 불릴 생각 말이죠.
자신이 패배했을때 정치생명마저 위협받을 리스크를 떠안고서도 승부를 강행하는 유시민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 벌써부터 지고 나면 자기 세력 보존하고 다른 야당 지분이나 헐뜯어 먹을 궁리를 하는 민주당을 비교해봤을때, 노회찬 후보의 '어차피 합친다고 해도 이길수도 없지 않느냐'는 말이 이해가지 않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