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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3 17: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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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도 방법이고, 독자노선도 방법입니다.
제가 한명숙 후보(보다는 사실 민주당 선거 캠프)에 아쉬운 점은 제 생각으론 이들이 승리하기 위해 굳이 꼭 모든 야당을 통합해야만 할 정도로 약하지는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명숙에게 아쉽다고 표현한 부분은 그저 졌다는데 대해 책임을 떠넘기고 추궁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차후 선거에서 민주당이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죠.
민주당이 여지껏 보여온 노선은 스스로의 생각을 말한다기 보다 항상 한나라당의 정책에 대한 소심한 피드백만을 내놓는 수준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이 이러저러한 것으로 잘못을 했다고 한다면 자신들은 저러이러한 것으로 문제 해결을 하겠다는 것을 제시해줘야 한단거죠. 한나라당이 4대강으로 일자리 만들겠습니다고 나선다면 4대강에 대해 반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일자리 창출 계획을 같이 내놓아야 보수진영에서의 수긍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 그건 분명 잘못되었지. 근데 그래서 대안은?"이라는 질문에 답을 못한다면 4대강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렇다쳐도 4대강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차 미적지근한 반응을 받아낼 수 밖에요. 4대강이 그릇된 정책임에는 분명하다 해도 한나라당은 (비록 말은 안되지만) 일자리 창출이란 허울을 뒤집어 씌워 가짜 명분이라도 만들어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반박을 해서 표를 빼앗아 오려면 '4대강같은 짓을 왜하냐? 일자리 창출하려면 우리의 이러이러한 정책으로 하면 되지'라고 해야 '4대강으로 자연파괴하는건 좀 그렇지만 일자리는 늘어난다니까'...하고 생각하는 이들을 이쪽편으로 돌아설 수 있게 만들지 않겠습니까?
천안함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민감한 사안이라고는 하나 섣불리 말 잘못 꺼냈다가 역풍맞을게 무서워서 전전긍긍하는게 아니라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 역공에 나서고, 자신들의 주장을 소신있게 펼쳤어야죠. 혹여나 역풍맞아 지지세력 떨어져 나갈까 두려워 아무것도 안하고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더니 결국은 한나라당이 원하는대로 다 흘러가버렸죠. 아무 기반없던 유시민이 괜히 자기 소신 밝혔다가 빨갱이 소리듣고 격렬하게 저항하는 동안 정작 제 1야당 민주당은 뭐 하나 하는거 없이 스믈스믈 흘러가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이마만큼의 지지율을 얻어 냈다는 것은, 한명숙에게 표를 던지고 노회찬에게 아쉽다고 하시는 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그들이 예뻐서 받은 표가 아니라 한나라당을 견제하라고 던져준 표가 이만큼이나 된다는 의미입니다. 정작 스스로 뭔가 펼쳐낸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의 사람들이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의향과 의지를 보여줬다는 의미인 것이죠.
제가 민주당에 아쉽다고 말하는 것은, 그냥 한나라당의 반명제로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뭐가 그리 무서워서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느냐는 겁니다. 물론 이미 가진것이 많은 거대 야당으로서 자기 소신을 밝히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어느정도 떨어져나가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그걸 무서워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자신들을 지지해주게 만들 기회도 놓치는 겁니다. 어차피 여론조사에서부터 대놓고 열세로 밀리고 있는 판국에 그정도 모험도 하지 못할 겁쟁이 모습을 보여야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민주당이 만약 제 1야당답게, 자신의 색과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있게 밀어붙여봤더라면, 전 이번 선거에서 굳이 다른 야당들의 도움이 없더라도 한나라당과 독자적으로 싸워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한명숙의 한계를 낮게 잡았던 이유가 바로 그런 소극적 태도 때문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믿어준 사람들의 힘이 이만큼이나 강했다는 것은 이들이 좀더 적극적이고 활기차게 정치를 했더라면 충분히 혼자서도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이니까요.
한나라당에 표를 준 사람들이라 해서 모두가 하늘이 두쪽나도 한나라당에 표를 던지는 골수팬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별 생각 없어 표를 주는 사람도 많고, 자세한 내용들은 모른다 해도 양쪽 공약 읽어보고 한나라당쪽이 그럴듯해 보인다 생각해 표를 준 사람도 많습니다. 오세훈에게 표를 준 사람들 중에 이런 이들이 겨우 만명도 안되리라 생각하시나요? 한나라당은 아무리 허황되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해도 '뭔가를 하겠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공약은 '그 뭔가를 막겠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그 뭔가를 막고 대신 다른 뭔가를 하겠다'는 부분이 너무 취약합니다. 실제로 토론에서 한명숙이 오세훈에게 밀렸다는 부분들은 토론에 대한 준비를 '한나라당이 뭐 하는걸 막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가 정작 '우리가 뭔갈 하겠다'는 부분에서 오세훈에게 조목조목 다 반격을 당해버린 겁니다. 이러니 수구 언론에서 매번 '반대를 위한 반대나 하는 야당'이란 공격을 할때마다 중립표를 잃어버릴 수 밖에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미 끝난 선거에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단순히 책임 추궁 싸움질 하자는 목적으로 하는 말은 아닙니다. 단일화 하지 않은것에 아쉬워하는 분들이 노회찬에게 그러하듯, 저 또한 이런 점에 있어 민주당과 한명숙에게 아쉽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아쉬움이 자조와 낙심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다음 행보에 도움이 되는 반성으로 삼자는 이야기입니다.
비록 도지사와 시장 자리는 내주었다고 하나 민주당은 지금 커다란 힘을 쥐게 되었습니다. 오세훈과 김문수가 어떠한 일을 하려 들던지 간에 예산 집행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시의회/도의회를 민주당이 꽉 쥐고 있습니다. 서울내 구청장들과 경기도내 시장자리도 다수를 획득했습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민주당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지자분들이 그들에게 실어준 믿음도 끝난게 아닙니다. 그들은 오세훈과 김문수의 폭주를 막을 힘을 쥐고 있고, 앞으로 4년동안 그것을 어떻게 잘 막아낼 것인지를 이번 선거 지지자들의 믿음에 부합할 수 있도록 증명해내야 합니다. 지지하신 분들 역시 그들을 당선시킨것에 만족하지 않고, 시장과 도지사자리를 내준것에 낙담하지 않고 그들이 자신들의 할 일을, 우리가 그들에게 맡긴 그 임무를 잘 수행하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평가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승리에 취해 새로 얻어낸 권력을 가지고 적과 야합하거나 동지들과 밥그릇 싸움부터 할 생각을 버리고, 어째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었는지, 어째서 그럼에도 아쉽게 패배했는지를 분석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인해 2년 뒤에 벌어질 총선에서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한나라당 당선되면 안되니까 별로 마음에 안들기는 해도' 표를 억지로 내주는게 아니라 '민주당이 믿을만 하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표를 줄 수 있게끔 적극적으로 용기를 가지고 내달려야 할겁니다.
패배를 곱씹는다고 해서 무조건 낙심과 분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를 분석하고 반성을 통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왜 패배했는지에 대해 돌아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