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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7 16: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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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엔 이 모든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남녀 평등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이 문제가 우리보다 어느정도 자리를 더 잡았다고 이야기하는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아직까지도 문제시되고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성상 급격한 경제/사회/문화 변화를 겪어오다보니 표면적으로는 양성 평등 사회가 되었으나 사람들의 인식은 아직 많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니까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사회 통념상, 사람들 머릿속에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이란게 너무 명확하게 구분지어져 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적부터 이걸 가정교육으로 배워가며 자라다보니 머릿속으로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습관적으로 남녀 역할 구분론이 뇌 속 깊숙히 박혀있는거죠.
대체로 '여성의 문제점'이라고 올라오는 글들 대부분이 '여자는 권리에 있어서만 양성평등을 외치지 의무에 있어선 나는 여자니까 이런 것 못한다..라고 주장한다'는 류인데, 반대로 따져보면 글쓴분 지적처럼 남자의 문제점 역시 똑같습니다. 정작 여성에 대한 불만으로 위와 같은 논리를 펼치면서도 통념상 '남자들이 하는 일'로 구분되어 있는 일들을 척척 잘해나가는 여성들을 보면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없다'는 둥, 전통적인 '순종적인' 여성상을 내세우곤 하죠.(보통, 남성들이 남녀 역할 평등론을 그렇게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운동 잘하는 여성, 중장비 척척 운전해내는 여성, 사무처리 철저하게 잘해내는 여성, 무거운것 앞장서서 나르는 여성들 보면 '매력없다'운운하며 기피하는게 현실이니까요...)
음.. 제 생각엔 이런 문제점은 남성이나 여성 어느 한쪽이 잘못을 했다기보다 양쪽 다 피해자라고 생각해요. 남성들이 남녀 역할 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업무처리나 사회생활에 있어 우리사회 여성들이 소극적이고 피동적이다보니 그에 대해 불편과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죠. 이건 속사정을 잘 살펴보면, 남성들 역시 어렸을때부터 '남자로서의 책임감'을 주입받고 자라났기에 이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느끼며 살고 있답니다. 한국의 남성들은 스스로 남자로 태어났으니 여성들을 돌봐줘야 하고 이러저러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고... 소위 말하는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야만 한다는 부담 속에서 살고 있죠. 반대로 여성들은 어렸을때부터 수동적이고 피동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상을 주입받아 '험한 일을 하면 안된다'라는 족쇄를 달고 자라났구요. 이게 사회생활 속에서 마주치게 되면, 남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담감, 스트레스를 여성의 탓으로 돌리게 되어버립니다. 내가 이렇게 엄청난 부담과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이유는 저기 있는 저 소극적 여성 때문이다, 라고 말이죠.
문제는 정작 그러면서도 이성으로서의 여성을 찾을때는 또 순종적인 여성을 찾는 모순이죠. 업무적인 '동료'로 만났을때는 독립적이고 자기 일 척척하는 여성이길 요구하면서, 이성으로서의 '여성'으로 만났을때는 순종적이고 다소곳하고 소위 '여성스러운'(이 말 자체가 어폐가 있지만...) 짝을 찾는 이런 모순 말이죠.
여성은 업무의 결과를 이야기할땐 양성평등을, 업무의 과정이나 이성으로서의 남성을 이야기할때엔 남녀 역할구분론을 말하고 남성은 업무의 과정을 이야기할때 양성평등을, 업무의 결과나 이성으로서의 여성을 이야기할때엔 남녀 역할구분론을 들먹이는 이 모순은 사실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기 보다 학교에서 배운 남녀평등과 사회에서 몸으로 체득한 전통적 남녀불평등사상의 괴리에서 오는 거라 봅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가 급변하며 생겨난 불안정함이 남녀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어버린 것이겠죠...
시간이 차차 흐르면서 남녀 모두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남자란 자고로~~ 이래야 한다', '여자란 자고로~~ 저래야 한다'라는 통념이 사라져야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남성상이 '책임감있고 보듬어 줄 수 있고 나를 책임져줄 능력있고'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테고, 남성들이 좋아하는 여성상도 '순종적이고 청순하고 순수하고 피동적이고' 이런 억압에서 벗어나야 할테죠... 이게 참.. 기호와 미학적인 측면이 얽혀있는 문제라 풀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긴 하지만 모두가 의식적으로 고쳐나가려 노력한다면 해결에 드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글쓴분 너무 상처받진 마세요^^;; 세상이란게 완벽할 수는 없다보니, 우리 모두 결국은 통념과 이념 사이의 괴리가 만들어낸 피해자에요. 그리 생각하면 뭐.. 너무 슬프거나 아프거나 할 필요 없이 우리 스스로 해나갈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꿋꿋하게 해나가다 보면 언젠간 바꿔나갈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