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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9 10: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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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임금 올리면 프리터족 생겨난다구요??
서울역전 부랑자가 자기 로또 당첨되고 나면 돈이 너무 많아져서 인생 사는 낙과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고민하는 격이네요.
지금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알바비가 너무 높아져서 젊은이들이 일하는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을까..를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 알바비가 너무 턱없이 낮아서 청소년들은 청소년대로 노동의 의미와 의의와 보람을 배우지 못한채 자라나게 만들고,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3D업종이라고 다들 기피하는 업종 종사하시는 분들은 온갖 천대와 멸시 받으며 일해봐야 기본적인 사람다운 삶을 영유하지도 못할 금액을 받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학벌주의와 입시교육 덕분에 우리네 청소년들은 그저 닭장에 갇혀 공부나 하도록 강요당할 뿐, 자신이 무언가를 사고싶은게 있어 스스로 돈을 벌어보고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 당하고 있죠.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번다고 하면 일단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만연해 있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돈을 벌어 원하던 물건을 산다는 행위 자체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신이 세운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는 독립심과 노동의 기쁨/보람을 배워가는 것임에도 말이죠. 학생은 그저 공부나 할 것이지 뭘 사겠다고 또 알바를 뛰냐...는 그 부정적 인식 덕분에,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양지로 나오지 못하고 그늘 아래에서 온갖 착취와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고 있는겁니다.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이라고는 하지만, 단순 육체노동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일한 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착취'부터 경험하게 되기에 "일 따위 해서 뭐하냐 돈 좀 모이면 일 때려치고 놀면서 먹고 살아야지"이런 의식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일본에 무슨, 프리터족이 문제라구요? 우리나라 문제는 뭔지 아십니까?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계층 노동자들의 꿈이, 내가 지금 하는 노동을 통해 내 꿈과 목표를 이루고 이 안에서 보람을 느끼겠다...는게 아니라, 존나 하기 싫지만 이걸로 돈 모은 다음엔 일 때려치고 펑펑 먹고놀며 살테다...란 겁니다. '일을 통해 자아실현과 보람을 찾는'게 아니라, '일을 하지 않기 위해(그럴 돈을 모으기 위해) 일을 하는 구조'란 겁니다.
일본에 프리터족이 늘어나서 전문인력이 없다는 말씀들 하시는데,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거지같은 수준이지만 전문인력 갈수록 줄어듭니다. 왜냐, 전문인력 하면 뭘합니까? 업주들이 이미 값싸고 저렴한 신입 노동자들 써먹다가 경험 쌓이면서 월급 올라가면 내버리고 새로운 신입 노동자로 다시 뽑는 식의 일처리를 하는데? 어째저째 살아남아 몇년간의 경험을 쌓아봤자 '니 능력은 뭔지 잘 모르겠고, 니 값은 너무 비싸니까 깎고 들어오든 그냥 돌아서서 나가든 알아서 해' 이따위 취급인데 전문인력이 되기도 힘들고, 된다한들 이딴 취급받을 바에야 해외로 나가버리고 말겠죠.
한마디로 '일하는 보람이 없는 나라'란겁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경험쌓으면 뭘해 알바가 돈 더 쉽게 많이 버는데'가 문제가 아니라, '경험쌓으면 뭘해 어차피 대우도 별로 좋아지지도 않고 일하는 보람도 없는데'가 문제인 사회에서 지금 최저임금 올리면 프리터족이 늘어난다는 걱정을 할 때입니까??
나는 최저임금 받는 사람 아니니까 내 일 아니다, 나는 상관없다, 그건 뭐 천천히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그게 뭐 시급한 문제냐, 라고 쉽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최저임금 문제는 여타 노동환경 개선 문제들과 함께 사회 전반적인 노동에 대한 인식에 연결된 문제입니다. 한국의 노동자들이 노동의 보람을 되찾을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고, 청소년들에게 독립심과 노동의 기쁨을 가르쳐줄지 아니면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와 사회에 대한 냉소만을 안겨줄지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나는 뭐 최저임금보다 훨씬 많은 돈 받는데 뭐, 하고 생각해서는 안될 문제인 것이, 사과를 수확하는 농부가 있다고 예를 들어봅시다. 그런데 악독한 지주가 있어서, 각 농부들이 수확한 사과 3개당 1개씩을 강탈해간다고 합시다. 여기 농부A가 사과를 3개밖에 수확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주가 1개를 빼앗아가버려 남은 2개만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옆의 농부B는 사과를 30개 수확했기에 지주가 10개를 뺏어갔지만 남은 20개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일단 10개씩이나 강탈당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자신은 남은 20개로 먹고는 살수 있으니 농부B가 A더러 뭐 별수있냐, 세상이 이런데 그냥 납득하고 살아야지? 이런 소릴 하고 있다면, 이걸 웃어야 합니까 울어야 합니까??
최저임금제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 최소 마지노선입니다. 이게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낮다면, 나는 더 많은 노동을 더 효율적으로 하는 사람이라 어쨌든 먹고 살 만큼은 버는데~? 하고 자랑할 문제가 아니란 겁니다. 최저임금이 낮은 만큼, 많은 월급을 받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건 똑같습니다. 도둑이 내 헛간을 털어갔는데, 아이고 그래도 겨울 날 양식은 남겨두고 털어갔으니 감사합니다, 할 문제는 아니지 않아요? 남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