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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14: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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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독박멸//
한국 IT 실무가 어찌 돌아가는지 알고나 지껄이세요 ㅋ
장인정신이요? 고만고만한 것에 만족한다구요?
제가 아직 실력이 없고 경험이 적은 애송이 개발자라 그런건지 몰라도 전 제 실력에 안주할만한 수준도 아니고 제가 짠 코드에도 만족 못해서 그거 집에 가져가서 이리고치고 저리고쳐서 다음날 다시 가져오는 놈입니다만, 그런거 해봐야 아무도 안 알아줍니다.
저요? 맨날 기획자랑 싸워요. '위에서 이거이거 시켰으니 대충 이렇게 만들어 오세요'라고 가져오면 아니 이렇게 만들어서 어쩌자는거냐, 사장 명령이 전부냐 고객이 어찌 선택할지부터 우선 생각해야 하는거 아니냐 따지고 들어요. 일정 더 빡빡해져도 좋으니 말이 되는 기획으로 고쳐 가지고 오라고 말이죠.
물론 저보다 경력 오래된 개발자들은 주위에서 절 무슨 천둥벌거숭이 보듯 합니다. 이정도면 당신이 말한 '장인정신'을 실천하는 거라 해도 되려나요?
근데 제가 요새 무슨 일 하는지 아세요?
남의 회사에서 만든거 베껴다가 이미지만 그대로 바꿔서 대충 재활용하잡니다. 열렬히 반대했죠. 그거 몇달전에 미리 내가 똑같이 만들라고 얘기했어도 비슷한거 두어개는 만들었겠구만 그동안은 일도 안주고 뻘짓만 시키더니 이제와 급하다고 그런거 베껴쓰자는게 말이되냐고. 소용없습니다. 씨알도 안먹힙니다. 사장이 그동안 아무 생각않고 있다가 이제사 '급'하게 생각이 나서 보름 안에 찍어내라고 시킨거거든요. 일개 개발자 따위가 항의하고 지랄 떨어봐야 아무짝에도 소용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지금 이건 급한대로 그렇게 쓰더라도 이 프로젝트에서 차후부터는 미리 이야기해서 내가 직접 만들어 쓰겠다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지켜질지는 의문이네요.
남들 회의 들어가는거 싫다 지겹다 그러는데 전 제발 좀 기획팀 회의할때 나 좀 불러달라고 누차 얘기했습니다. 한명이라도 더 참여해서 고민해봐야 되지 않겠냐, 개발팀에서 기술 피드백 줄 것도 초반에 미리 얘기해주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냐, 아무리 얘기해봐야 힘도 없는 개발자 찌끄레기 주제에 말만 많은 '불편한 인간'인 저를 회의때 불러줄 생각을 안합니다. 사장 의견에 토라도 달면 회의 길어지고 기획자 자신들 불편해지니까요.
겨우 경력 5년 좀 넘은 저도 이 빌어먹을 한국 IT의 벽을 느끼고 있는데(게다가 전 '외국계 회사'인데도 이모양이란 겁니다!!!) 이 안에서 10년 20년 겪은 분들, 게다가 그 정도면 가정도 꾸렸을텐데 답도 없는 일에서 보람 느껴보겠다고 무리해서 발악할 이유가 없죠.
뒷짐지고 양비론이나 펼치면 뭐 좀 있어보이고 멋있어 보이는 줄 착각하셨나본데, 굳이 IT가 아니라 다른 업종이라도 월급쟁이 실무 한번 뛰어봤더라면 그런말 쉽게 못하실텐데 말이죠? 엉망진창으로 잔뜩 썩어버린 조직/구조 속에서 힘없는 말단 사원 개개인이 거기에 대항한다는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이 바닥에서 당신 말하는 '장인정신'과 '창의성' 지켜보겠답시고 조직과 싸우다 뛰쳐나오고.. 또 다른 곳에서 그렇게 싸우다 뛰쳐나오고.. 그거 몇번 해보고 나면 "어찌 된게 이 나라에는 제대로 된 회사가 하나도 없냐"는 한탄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내 가족 먹여살리려면 아니꼽고 치사하고 자기 창의력과 장인정신을 스스로 '죽여야' 하는 비참한 자괴감 속에서라도, 괴로워 하면서 일하든지 현실에 만족하고 산다며 스스로를 기만하고 일하든지 다른 직종 찾아 닭 튀기러 떠나든지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