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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1 1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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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동성애의 자유를 가지겠다는 만큼 우리도 니들 혐오할 자유가 있지 않느냐"
-글쎄요, 남을 혐오할 자유라는 것도 있나요?
"니들 뭐하든 신경 안쓸테니 니들도 우리가 욕하든 말든 신경쓰지 말아라"
-그런 것을 사전적 의미로 "왕따"라고들 부른다죠.
동성애에 관한 사회적 '폭력'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린 너네 신경 안쓸테니 니네도 우리 신경쓰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분들은, 정작 자기 동성 친구중에 커밍아웃하는 친구가 생긴다면 어찌 행동할까요? '신경 안쓰고' 그냥 친구로 지낼까요, 아니면 "더러우니 내 근처 오지마"라고 관계를 끊어버릴까요? 대다수의 호모포비아들은 이 경우 여태까지 친구로서의 우정을 매몰차게 내팽겨치는 선택을 해버립니다. 동성애자인 그 친구가 자신에게 '사랑'이 아닌 친구로서의 '우정'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한들 말이죠. 바로 그런 이유때문에 우리 사회 속의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커밍아웃하지 못하고 인간관계의 단절을 두려워하는 공포 속에 살고 있습니다.
동성애자라 사회적 소수에 속하는 이들입니다. 다수의 입장인 사람들에겐 '신경 안쓰고 만다'라고 가볍게 이야기할 지 몰라도, 그런식의 '타인에 대한 혐오의 자유'를 누리겠다는 이들 때문에 소수자들은 매사 두려움 속에 살아가야 하는거죠. 초중고교에 만연한 '왕따'의 매커니즘을 보면 이게 왜, 어떻게 해서 폭력이 되는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포비아가 아니라고 해서 다른 호모포비아들을 무작정 욕하거나 진보적이지 못하다고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한때는 저 자신도 포비아였고, 어떤 제정신이 아닌 인간들에게 몇차례 끔찍한 경험을 겪은 경험도 있었기에 잘 알죠. 포비아라는 것이 사회 전반적인 인식에 의해 자연스레 뿌리내리는 것이란 것도 알고, 포비아를 탈피했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저 스스로 끊임없이 "단순히 내가 다수에 속한다는 안도감을 기반으로 쉽게 동정하듯 생각하는게 아닌가, 사실 그들에 대해 이해하지도 못하면서"라고 반문을 하고 있습니다. 호모포비아인 사람들이 왜 포비아가 되었는지에 대해 잘 알기에 그것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 자신이 이성애자다, 혹은 생물학적으로/사회적으로/또는 종교적으로 비춰봤을때 '내 생각엔' 동성애는 옳지 않다고 개인적 판단을 내리는 것과 별개로 동성애자 개개인에게 스스로 알게 모르게 가하고 있는 폭력과 폭언, 폭압은 다시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이기에 이해를 못하겠다, 이해하려 노력하고픈 마음도 별로 없다...는 말과 '나와 성향이 다르니까 저시키 죽일노무 시키' 폭력을 가하는 것은 명백하게 다른 문제입니다. '나와 다름'을 그저 단순한 '다름'으로 인정하지 않은채, 사실상의 '틀림'으로 매도하고 박해하면서 "니네가 뭘하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을 한들, 그 말의 의미인즉슨 '나와 너는 다르니 너네 생각을 신경쓰지 않겠다'가 아니라 '나는 나와 다른 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나 자신의 불의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뜻이 될 뿐입니다.
조금 더 완곡하게 생각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정작 비정상적인 성욕을 분출하는 사람들은 다른데 있습니다. 남자 중에도 있고, 여자 중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동성애자 중에도 있고 이성애자 중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분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한번 이상씩은 기분 더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고들 하죠. 하지만 그런 변태들이 있다고 해서 모든 남자들이 다 변태로 오인받는 것이 정당하지는 않겠죠. 마찬가지로 이성애자들 속에 일부 '변태 성욕을 성범죄자'가 있다고 해서 이성애 전체를 '변태 성욕'으로 규정할 수는 없듯이, 동성애자들 속에 그런 '성범죄자'들이 있다고 동성애 전체를 '변태 성욕'으로 간주하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이성애자들이라고 해서 모든 이성을 바라보며 사랑을 느끼는게 아니듯, 동성애자라고 해서 모든 동성을 사랑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아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을 어린 나이가 아닌 이상에야, 이성애자들을 '사랑할 대상'으로 전혀 간주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함부러 표현 자체도 안하죠. 이미 스스로 억지로 이성애를 강요받는 괴로움에 이골이 난 그들이, 타인에게 '자기 성향'을 강요하고 싶을까요? 내 주변에 있을 동성애자들이 모두 다 나만 보면 하악거리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이건 어떤가요? 아.. 이 근처에 있는 여자들이 모두 나한테 어째 좀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어 안달나 있는거 같애!!....좀 민망한 생각이죠?
또한 포비아들이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주된 이유중의 하나가, 동성애자들을 보면 같은 남자끼리(혹은 여자끼리) 한 침대에서 벌거벗고 뒹굴고 있을걸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라는 생각이죠. 하지만 이것도 위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이성애 커플들을 볼때마다 그 커플이 밤에 침대위에서 뒹구는걸 상상하지는 않잖아요? 너무 "동성애 = 동성간 성교"로만 결부시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이성애 커플 사이에서도 섹스도 물론 하겠지만, 그만큼 여행을 다닌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식사를 한다거나 산책을 한다거나 함께 책을 읽는다거나 사랑의 표현에 있어서 많은 것들을 함께 합니다. 섹스만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죠. 마찬가지로 동성간의 사랑이라 해서 섹스가 전부인 것이 아니란 겁니다. 굳이 남의 은밀한 프라이버시를 몰래 상상하며 혼자 불쾌해 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호모포비아는 사실 동성애자들만을 향한 폭력은 아닙니다. 호모포비아가 사회 주류 사상을 점령하고 있는 이상, 이성애자라 할지라도 반 강제적으로 호모포비아에 편입되거나, 혹은 편입된 척이라도 해야만 합니다. 위에서 말했듯 왕따의 논리와 똑같습니다. "나는 저 아이를 놀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지만, 저 아이를 괴롭히는 무리에 속하지 않으면 나도 똑같이 놀림받고 괴롭힘 당할테니까"라는 논리 말이죠. 사실 저 또한 포비아를 벗어던지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노력하며 살지만, 정작 사람들 속에 섞여 살다보면 원치않게 포비아인척 해야하는 상황이 수두룩합니다. 동성애를 욕하는 농담에 동조하거나 혹은 내가 직접 해야 할 경우도 생기고 말이죠. 열성적 포비아 그 자신도 가해자라기 보다는 피해자에 가깝습니다.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미워하고 혐오하는 일이란 사실 굉장히 힘들고 괴로운 일입니다. 사회 통념에 의해, 교육에 의해 타인을 미워하고 욕하고 괴롭혀야 하는 사상을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요. 혹여나 내 주변에 동성애자가 있는거 아니야?! 혹시나 내 친구가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해버리면 어떡하지?! 혹시나 누군가 나를 동성애자로 오인하는거 아닐까?! 포비아 분들도 이런 공포와 강박 속에 사는 것이니까요. 결국 호모포비아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폭력입니다. 다수가 모여 소수를 핍박하는 구조 속에서, 다수에 속한 이들도 항상 '혹여나 내가 저 소수들과 한통속으로 분류되어 괴롭힘 받지 않을까'를 두려워하며 원하든 원치않든 돌을 집어 던져야만 하죠.
저는 호모포비아라는 성향을 싫어하지만, 호모포비아 성향의 각 개개인을 혐오하거나 비난하고픈 마음은 없습니다.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쩔수 없는 각자의 성장과정, 경험 등에 의한 것이니까요. 마찬가지로 호모포비아 분들도 이렇게라도 생각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동성애라는 성향에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들 각 개개인의 '인간'을 혐오하고 욕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