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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9 15: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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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자원을 내주고 필요자원을 챙기는게 트레이드의 정석이라고는 하나,
과연 받아낸 자원이 지금의 엘지에 '필요한' 자원인가를 생각해보면 의문부호가 남을수 밖에 없죠...
부상으로 힘들어한다고는 해도 높은 포텐을 가진 신정락도 있고, 체력문제가 있다고 해도 재활복귀 첫시즌일 뿐인 김기표도 있고, 사이드암이 두명이나 있는데 또 받아오다뇨... 신정락 이제 갓 신인이지만 가능성이 많이 엿보이던데 얘들 키울 생각 안하고 또 받아들이면....ㅠㅠ
그리고 최근 몇년간 SK와 두산이 보여주고 삼성도 올해 거기에 합류한 현대야구의 흐름은 잉여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성적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무한 경쟁을 통해 주전들이 위기의식을 느껴 더 열심히 뛰게 만들고, 누구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비주전 선수들도 훈련에 매진하고... 이렇게 주전-비주전 간의 격차가 줄어들었을때의 시너지효과와 더불어 예기치 못한 주전선수의 부상/부진으로 인한 공백에도 팀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힘이 생기니까요.
오지환 선수가 신인임에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주고 있다지만, 풀타임 출전에 어쩔수없이 따르는 체력문제도 있고 경험미숙을 커버해줄 베테랑이 뒤를 받치고 있어줘야 그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마치 삼성의 박진만-김상수 대물림처럼요.. 작년초반 활약을 펼치던 김상수가 간염과 체력저하로 빠진 자리를 박진만이 홀로 지켜줬고, 올해 박진만이 부상/부진으로 빠진 자리를 다시 김상수가 돌아와 채워주고 있죠. 최고의 수비를 보여주는 김상수도 경험부족으로 멘탈이 흔들리거나 타격이 부진할때면 가차없이 조동찬 등의 백업으로 바꿔버립니다) 개인적으로 신인들에겐 붙박이 자리를 하나 덥썩 내주기보다는 베테랑 + 백업요원들과의 포지션 경쟁을 붙이는 것이 더 나은 활약과 함께 빠른 성장을 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오지환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권용관 선수는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나 싶네요... 또 굳이 오지환 선수만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내야 유틸 백업요원의 존재란 것 자체가 그 선수가 커버할 수 있는 내야 포지션 전체에 대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SK 입장에선 정말로 꼭 필요한 선수를 받아온 '성공적 트레이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뭐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일단 사 온 면면만 들여다봐도 이 선수들을 왜 데려와서 어디에 쓰려는지가 딱 맞아떨어지는 트레이드니까요. 어차피 키울 유망주는 많고, 그들이 자라는데 바람막이가 되어줌과 동시에 시간을 벌어주는 베테랑 선수들을 사 온데다 지금 당장 올 시즌 우승을 위해서라도 부상으로 주전공백이 생긴 자리를 말끔히 채웠으니까요.
하지만 LG입장에선 우리도 이겼다, 윈-윈이다...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네요. 데려온 선수들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정작 필요한 구멍을 채운것도 아니면서 내준 선수들을 보면 잉여자원이라고 막 대책없이 다 내팔아버린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현대야구에서 잉여자원은 든든한 적금과 같습니다. 지금 당장 그 돈을 쓸 것도 아니고, 없어도 일단 먹고 살 수는 있다치더라도 혹시모를 사태가 터졌을땐 적금을 모아놓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입는 타격의 크기는 전혀 다르죠.
올시즌 기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작년의 우승팀이지만 프런트가 팀 강화에 전혀 신경을 안써준 덕분에 작년 특급투수였던 로페즈의 부진, 에이스 석민어린이 부상, 해결사 김상현 부상 이 3가지 악재만으로 끝없이 침몰해버린 기아가 주전선수들이 실력이 없어 그런건 아니니까요... 오히려 매우 훌륭한 주전들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백업들과 격차가 너무 큰게 원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