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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5 08: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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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가 원하는 답변이 이명박 정권의 외교력 전반에 관한 평가인지 이 사안에 관한 평가인지가 좀 애매하군요. 우선 이 사안에 관해선 저도 아는 바가 없어 대답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와 외교 분야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걸로는 아는데 사실 뒤로는 뭘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보이는 성과는 꽤 있는 것 같네요??' 라고 하신 것으로 보아 이 사안을 바탕으로 현정권의 전반적 외교력을 평가하시려는 듯 하여 댓글을 답니다.
이명박 정권의 외교력 부족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여 그들의 외교 정책이 무조건 실패만 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개중에 성공하는 정책도 있겠죠. 또한 실패한 정책이라 하여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이익을 보는 면도 있지만 손해 보는 양이 월등히 많기에 실패로 평가받는 것이죠.
본문에서 말씀하신 사안에 대해선 제게 정보가 부족해 아직 뭐라 평가할 수가 없지만, 단순히 몇가지의 성공사례만 가지고 '보이는 성과가 꽤 있다'고 외교력 전반에 대한 평가를 섣불리 내리시진 말기 바랍니다.
이명박 정권의 외교실력이 형편없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는 이들이 이미 몇가지의 개별 성공사례들로 커버할수 없을 수준의 엄청난 실책들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설령 볼리비아랑 외교 성공했다손 치더라도 대한민국 외교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대미/대북/대중/대일 외교에서 대부분 큰 실수만 거듭하고 있으니까요. '개별 정책이 문제가 아니라 정책 전반의 기조 자체가 문제'라는 말을 쓰기에도 민망할 수준으로, 정책의 '기조'란 것이 아예 없는 수준입니다.
일례로, 대북 강경책을 쓰든 온화책을 쓰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러한 기조들이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노리고 행해지느냐인데 현정권이 대북 강경책을 쓰는 이유는 오직 단 하나.. 자신들의 표밭인 보수세력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이유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강경책을 써서 실리를 거두어 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거든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막히며 큰 손해를 보고, 괜시리 전쟁분위기 조성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그렇다고 북한의 도발을 잘 막아낸 것도 아니고, 강경책이라고 쓴 것들에 북한이 겁을 먹기는 커녕 북한은 콧방귀 끼는데 중국만 불쾌해하며 대중 외교에 악영향만 미치고, 강경책 쓴답시며 미국한테 굴욕적으로 이것저것 다 내주고 부탁하다가 성과는 못내고 대미 외교만 굴욕외교가 되어버리고... 손해는 손해대로 보면서 원하는 성과도 못내고 있으니까요.
아니, 애당초 이들이 원했던 성과란게 '보수층 전쟁난다고 겁주고, 대북 강경인척 하며 전 정권 까대고 하며 선거철 표심 잡는 것'밖에 없으니 어째보면 본인들 입장에서 성공이라면 성공일 수는 있겠네요. 국익 입장에서 보자면 대 손해이지만... '나라의 국익을 팔아 자기들 안위만 챙긴다'는 점에서 매국노네 뭐네 과격한 비난까지 받으며 콩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는겁니다.
아무리 이명박 정권이 실패하고 있다고 욕을 먹더라도 잘한게 있다면 칭찬은 받아야겠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그러한 것에 대해 칭찬에 인색한 이유는, 겨우 볼리비아랑 외교 성공했다고 칭찬해주기엔 다른 곳에서 보는 손해가 너무 막심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대미/대일/대중 외교 실패 사례에 대해 몇가지 사례를 짚어 드릴께요.
먼저, 대북/대미 외교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북 강경책을 쓰면서 아무런 목적도 기조도 없이 행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가, 작년이었던가요...미국에서 북한을 달랠 목적으로 클린턴 전 미대통령을 특사로 파견한 적이 있었죠. 당시 한국은 목에 핏대 세워가며 대북 강경을 부르짖고 있었습니다. 한미 동맹의 대북정책에 서로 손발이 안맞고 있다는 반증이었죠. 그렇다고해서 그것이 전략상 미국은 온건/한국은 강경으로 역할분담을 한 것이었냐...하면 그건 또 아니었습니다. 대북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은 '통미봉남'을 항상 주장합니다. 남한따위 안중에 없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전략이죠. 미국은 이것에 매우 부담을 느끼며 남한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협상 테이블에 동석시키기를 원합니다. 매우 당연하게도 그건 한국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구요.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중/러 주변국들이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불러내려 노력하고, 반대로 북한은 북미 다이렉트 회담을 요구하면서 매번 갈등을 빚어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와중에 남한은 강경/미국은 온건책을 쓴다는 것은 정세상으로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또한 이것이 전략상의 선택이 아닌 한미간 커뮤니케이션 미스라는 결정적 증거는, 당시 한국이 미국에게 극비리에 요청했다가 까발려져 국제적 대망신을 당한 사건이 있었죠. '우리가 국내 표심잡기 위해서 강경책 쓰고 있는 와중인데 대북 특사 파견을 좀 미뤄달라'고 말도 안되는 요청을 했다가 미국측의 비웃음만 사고 끝났더랬습니다.
최근의 사례에서는 대북/대중/대미 외교 모두가 얽힌 사안에서 환상적인 자책골을 넣었습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대북 강경책으로 선택한다고 한 것이 동해에 미 함모전단을 불러 모셔 무력시위 하는 것이었는데요, 결과적으로 북한은 콧방귀만 끼고 중국의 심기만 건드린 꼴이 되었습니다. 중국은 무역/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상대일 뿐더러, 대미/대북 외교의 키를 가진 아주 중요한 나라인데 그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가 오히려 심기만 박박 긁어놓은 꼴이 되었으니 향후가 걱정되는 부분이죠. 거기에 저딴 짓 한다고 미국에게 또 굴욕외교를 펼쳤습니다... 북한은 보복성전한다고 난리, 중국에선 반한 감정이 부풀어오르고, 미국한테는 또 안 져도 될 빚을 지고...
대일 정책 역시 일관성이 전혀 없습니다. 일본이 항상 형식뿐인 사과와 이어지는 망언의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에 우리의 대일정책도 적당히 사과를 받아주고 화해모드로 가는 동시에 망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강경 대응할지 상황에 따라 무시하고 끝낼지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데 전혀 이러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정권의 대일정책이 잘한부분도 있고 못한부분도 있다 할지언정 최소한 전반적인 '큰 줄기'가 있고,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갈릴지언정 상황에 따른 대응은 즉각적이고 신중하게 이뤄졌다는 면과 대비되며 현 정권은 그냥 그때그때 기분내키는 대로 대충 외교하고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일례로 최근의 일본 총리의 사과건만 해도, 적극적인 대응을 보였어야 할 최적의 기회였음에도 손 놓고 그냥 흘려보냈죠. 사과를 수용하는 대범한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향후 태도 변화를 보일시 어떠한 책임을 질 것인지를 추궁해 실리를 얻어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정쟁에만 관심 팔린 이명박 정권은 그 호기를 그냥 지나쳤습니다.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거나, '오키나와 미군 기지를 한국으로 옮기자'거나 하는 어이없는 망발 루머가 도는 이유가 이미 대일 외교 전반에 대해 국민적 신뢰를 잃고 갈짓자 행보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죠.(그 발언들의 사실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해도 믿길 수준의 행보를 해왔으니 말이죠)
개개별 사례를 보자면 이명박 정권도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한 것들도 있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해주자, 라고 하기엔 잘못한 것들의 양과 질이 압도적으로 많기에 수많은 비판과 비웃음을 사고 있는 것이죠. 작은 사례들에 집착하기보다 전체적인 부분을 보시고 평가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