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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0 15: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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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vs비흡연자 간의 끝없는 싸움에서 각각의 입장
[수많은 매너없는 흡연자들] - 제일 나쁨. 결국 이들이 정부로 하여금 흡연자vs비흡연자 간 이간질을 조장하게 만드는 원흉. 이 사람들이 나쁜 흡연습관 반만 고쳐도 흡연자들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임. 하지만 '주도'란게 있고 마시는 법을 어른들, 선배들이 가르쳐주는게 일반적인 '술'에 비해 누가 제대로 가르쳐주는 경우도 없고(기껏해야 학창시절 뒷골목에서 '좀 노는' 친구나 선배들의 꼴같잖은 '도너츠 만드는 법' 이딴거나 습득하며 배우게 되는) 어떤게 매너있는 흡연법인지도 배울 기회가 없는 사회 구조 덕에 지금도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는 존재들.
[비흡연자들] - 매너없는 비흡연자들 덕분(?)에 직접적으로 건강상의 피해와, 간접적으로 불쾌감 등의 많은 피해를 입고 있음. 따라서 당연한 말이지만 흡연자를 매우 싫어하며 그들이 없어지길 바람.
[소수의 매너좋은 흡연자들] - 불쌍한 존재. 나름 자신들은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숨어서 피우고 구석진데 쪼그려 피우다가도 다른 사람 오면 화들짝 끄거나 피하고 하는데 아무도 안 알아줌. 그냥 대다수의 비매너 흡연자들과 같은 취급을 받으며 욕도 같이 먹고, 담배값 오르는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음. 게다가 본인들도 매너를 지키고 싶어하지만 어떤게 매너인지 헷갈려 전전긍긍할 때도 많음.
[정부] - 앗싸 ○발! 피터지게 서로 싸워라~ㅋㅋㅋ "담배피는 놈은 천하의 나쁜놈, 후레자식, 개매너, 죽일놈" 분위기 조장해서 싸움판 만들어놨으니 슬슬 담배값이나 올려볼까??
물론 흡연자들이 지금처럼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그래서 욕을 먹고 하는 상황은 어떻게든 바뀌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합법적으로 담배를 판매하는 나라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란 거죠. 다만 '흡연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나쁜 것이지. 비난과 비판의 초점을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흡연자들 다 죽어라, 없어져 버려라"가 아니라 "나쁜 흡연 습관 다 죽어라, 없어져 버려라"가 되어야 하고, 이는 정부 정책의 기조 역시 이쪽으로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엔 '주도'란게 있어서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뭐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 워낙에 술을 좋아하고 과음을 즐기다 보니 많이 희석되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술을 뒷구멍이 아닌 정식으로 제대로 배우는 과정이란 어른이나 선배들에게 처음 배워 어떤게 술을 올바로 마시는 법인지를 익혀나가는 것을 말하죠(일부 '사발식'같은 미친짓 하는 무개념 대학전통들 빼고요..)
하지만 '담배의 도'란 건 없습니다. 어떤게 올바르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흡연법인지 같은건 흡연자도 비흡연자도 알지를 못하고, 그 기준을 정하지도 못하고 있죠. 그래서 이땅의 모든 흡연자들은 처음 담배를 배울때, 제대로 된 흡연법이란게 어떤 것인지 배울 기회조차 없이 그저 아무데나 침 찍찍 뱉고 꽁초 던지고 하는 '학창시절 일탈 욕구'수준의 흡연법을 몸에 익힌채 평생 살게 되죠.
담배 값은 그 중 엄청난 비율이 모두 세금입니다. 주류와 함께 정부가 거둬 들이는 세수에서 상당히 짭짤한 금액을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죠. 물론 어느곳에서 거둬들인 세금이든 국민 모두를 위해 공평하게 쓰여져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만, 담배처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물건을 직접 판매해 거둬들인 세금은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에 서로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서로의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에 먼저 쓰여야 하는게 정상 아닐까요?
정부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담배값 천원 2천원 올려봤자 다들 담배 안 끊을거란거. 더 나아가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에게 주는 피해가 전혀, 전혀 안 줄어들 거란거... 결국 정부가 원하는 건 흡연자들이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라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을 더더욱 괴롭혀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야 다음번에 또 담배값 인상할 구실이 생기거든요.
정부가 정녕 비흡연자들의 건강과 권리를 생각한다면, 담배로 거둬들인 세금을 이용해 흡연자들의 나쁜 습관을 고치는데 사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올바른 흡연법이다"라는 기준을 마련해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한편, 담배 피우면 안될 곳만 주구장창 늘려댈 것이 아니라 담배를 펴도 되는 곳을 마련해주는 제도/시설적 지원도 뒤따라야죠. 막말로, 공공장소 비흡연은 저도 당연히 찬성이지만 실외의 모든 길거리에서 흡연금지, 건물 1층 바깥도 금지, 건물 실내도 금지.. 이런식으로 쥐잡듯 몰아대면 결국 흡연자들이 '담배펴도 되는 장소'란 것은 그 경계가 애매해져 버립니다. 결국 어디서 펴도 되는 건지 몰라 고민하다 "에이 귀찮아" 하면서 아무곳에서나 담배 꺼내 불을 붙이게 된다는 거죠.
'이곳 이곳에서는 절대로 흡연 금지, 하지만 여기 여기에서는 흡연이 가능' 이렇게 해줘야 비흡연 장소 지정에 제대로 된 효과가 생기는 겁니다. 흡연 가능구역 역시 비흡연자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면 시설적 지원이 뒤를 따라야 하구요. (코엑스 메가박스 안에 있는 에어 샤워시설 수준급은 바라지도 않아요... 별도 환풍기 달린 밀폐된 흡연실 작은거 하나씩 설치하라고 법 만들면 되잖아요)
거기에다 올바른 담배피우기 캠페인도 병행해야죠. 길바닥에 침 찍찍 뱉고 재 떨고 꽁초 버리고 하지 말고 "1인당 1휴대용재떨이" 운동이라도 벌이는 겁니다. 아마 모든 흡연자가 당연스레 휴대용 재떨이 들고 다니는 분위기만 조성해도 길바닥 꽁초들이 확 줄걸요?
물론 수많은 흡연자들의 잘못된 흡연 습관을 바꿔나가는데는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흡연자들이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해 나가려면 담배를 불법으로 지정해 금지시키거나, 그게 아니라면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어슬렁 어슬렁 아무 대안없이 담배값만 올린다고 해결되는건 아무것도 없어요. 아니면, 그냥 흡연자/비흡연자 서로 이간질해 싸움을 방조, 조장해놓고 그거 이용해 세금이나 더 받아쳐먹을 궁리를 하는 걸까요? 제 생각엔 그게 맞는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