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1
2010-10-28 15:31:40
20
깐소새우// 수능 비판을 하려면 본인 점수가 높아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 10여년 전쯤 언어영역 점수는 만점에서 한두문제 틀렸던가 했었습니다.(수탐1에서 망했지만, 그리고 그 해 수능이 쉬웠던 이유도 있었지만, 어쨌든) 이정도면 저는 비판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요?
우리나라 수능의 문제점은, 문제 자체가 잘 만들고 못 만들고를 떠나 방향 자체가 틀려먹었다는데 있습니다. 위의 어느분이 지적하신것 처럼 교육의 방향이 아이들로 하여금 '제대로 된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아니라 어른들 입맛에 맞게 재단하고 나눠 마치 도축장에서 소고기 돼지고기 등급 나누듯 평생 낙인찍혀 살아갈 '인생등급'을 찍어 분류시키기 위함에 있기 때문이죠.
프랑스에선 대학 입학을 위해 학생들의 등급을 나누기 위한 '대입 시험'이 아니라 고등교육까지 제대로 이수를 마쳤는지 아니면 아직 부족한지만을 판별하기 위한 '고교 졸업 시험'을 본다고 하죠.
시를 읽고 작가가 어떤 심정으로 이 시를 썼을까...하는 질문에는 사실 정답이 없습니다. 작가 본인이 "이러저러했다"라고 말하는 것도 정답이고, 독자들과 평론가들이 시의 내용을 통해 작가의 심경을 추측해 보는 것 모든 것들이 다 정답이기 때문이죠. 어느 누구도 그 중 "이 사람이 정의 내린게 정답이다"라고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그걸 단순히 학생들 등급 나누는걸 편하게 하기 위해서 임의로 정답을 지정해놓고 모두에게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죠.
문학을 가르치려면 한 문장 한 문장 분석하고 떼어내 퍼즐 맞추듯 '여기서 작가가 의도한 것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이 단어가 지칭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딴걸 가르치는게 아니라 작품 전체를 읽고 음미하고 감상하고 느끼는 법, 그리고 그 감동을 남에게 표현하고 대화와 토론으로 서로 나누는 법을 가르쳐야 정상이고, 역사를 가르치려면 A는 B다, C는 D다, 단정적으로 말하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탐구하고 고민하고 연구하여 자신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역사를 조망하고 고민하는 눈을 길러줘야 합니다.(우리가 가르치는 역사책이 잘못되어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뉴라이트인지 썅라이트인지 하는 엉터리 교과서마저 설치고 있는 세상 아닌가요..)
정답이 정해져있는듯 보이는 과학, 수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답과 각종 공식들을 무조건 외우라고, 그래서 문제가 주어지면 암기해둔 공식에 대입해 계산기마냥 답을 툭툭 뱉어내라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각종 공식들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이유로 고안해냈고 어떻게 쓰여오다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를 가르쳐야죠. 그래서 아이들이 맞든 틀리든 자신들만의 새로운 공식과 법칙,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증명해보겠다고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고 도전해보게끔 만들어야 제대로 된 교육이죠. 남들 이뤄놓은 것들을 호기심도 거세시킨채 무조건 받아들이고 외우라고 해본들 그 아이들이 훗날 새로운 뭔가를 발견하고 증명해나가고 할 수가 있을까요?
우리나라 수능 문제 수준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아예 관심조차 없습니다. 왜냐하면 방향자체를 잘못잡은 한국 교육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시험문제 수준을 논하는 것이 아닐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