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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2 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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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건 '상대가 낚는거냐 아니냐'가 아니라 '본인이 낚였느냐 아니냐'입니다.
본인 스스로 남이 낚싯대만 던지면 알아서 척척척 낚여 나오는 베스, 블루길 같은 '그닥 낚을 생각 없는데도 막 낚이는' 체질이라면야, 상대가 일부러 노리고 낚싯대를 드리운건지 아니면 단순히 물에 발담그고 놀고 있는데 내가 새끼발까락 덥썩 물고 뭍으로 따라 올라간건지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반대로 스스로가 애당초 잘 낚이지 않는 체질의 희귀어라면 누가 진짜로 자기 머리맡에 낚싯대를 드리우던 말던 별로 상관이 없겠죠.
저도 그냥저냥 친하게 알고 지내는 여자 동생들 많습니다만, 그리고 만나면 보통 내가 밥 사고 영화보여주고 하게 됩니다만 별로 신경 안씁니다. 아무래도 내가 윗사람이고 직장도 안정되어 있는데 반해 상대는 동생이기도 하고 학생이거나 금전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입장이 많아서요.
근데 전 별로 제가 뜯긴다거나 뭐 그런 생각 안합니다. 애당초 제가 뭔 마음이 있어서거나 나중에 뭐 좀 잘 엮여 봐야지 기대 자체를 안하고 있어서요... 다른 남자 동생녀석들이랑 똑같아요 그냥. 내가 인생선배고 오빠고 하니까 밥한끼 사주고 영화 한편 뵈주고 하는거죠 뭐. 나중에 취직해서 갚아라 뭐 이런 마음도 별로 없구요. 그때 되어서 그간 잘 얻어먹었습니다, 월급탔다고 자기가 한턱 쏘면 감사히 얻어먹는거고 아니면 뭐 마는거죠. 남동생들 밥사줄때도 나중에 내가 되받겠다고 사주는거 아니잖아요?
게다가 사주는 것도 뭐 그리 대단한 것들도 아닙니다. 그냥 고깃집 가서 고기 한번 사주든 아니면 좀 데이트(?)답게 제대로 된 식사를 사주든 대충 저렴한 식사 한도 내에서 사주지 웬만하면 패밀리 레스토랑까지도 안가요.. 쓸데없이 비싸고 맛없어서; (아마 나한테 뭐 비싼거 얻어먹고 비싼 선물 얻어낼 목적으로 접근한 사람이 있었다면 한두번 만나보고 '재미'없다고 알아서 떠나갔겠죠.. 뭐 나 자신은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나는 것도 억지로 시간내서 만나는게 아니라 한창 서로 재밌게 놀때는 매주 주말 만나서 놀다가도 서로 바쁘고 하면 또 한참 연락 뜸해지고.. 그러다 몇달씩 안보기도 하고..
가끔 한참 연락 뜸하던 친구들한테 뜬금없이 연락들이 오기도 해요. 그럼 뭐 또 "야~ 오랜만이다 왜이렇게 연락이 없냐? 언제 한번 밥먹어야지?" 인사하고.. 근 시간내에 서로 시간 맞으면 간만에 또 만나서 얼굴보고 밥먹고 놀고..
이렇게 적어놓으면 제가 뭐 되게 무덤덤하고 여자한테 돈도 안쓰는 구두쇠같아 보일지 몰라도 저도 제 여자친구한테 쓰는 돈은 팍팍 아끼지 않고 잘 쓰는 사람입니다?ㅋㅋ 때되면 이벤트네 뭐네 돈쓰고 호들갑떨고 하는 성격이지요...근데 그건 '내 사람' 된 후에나 이야기지, 나랑 사귀는 사람도 아닌데 뭐하러 비싼 밥 사주고 비싼 선물 해주고 그래요; 아깝게..
그냥 느긋하게 마음을 열고 사심을 버리고 이런저런 사람들, 친구들 많이 만나보고 다니세요. 여자친구 생기면 그 사람한테만 집중해야 할테니 솔로때 아니면 언제 이래보겠습니까:) 처음부터 이 사람 아니면 절대 안돼!!...라고 생각을 제약하지 마세요. 한눈에 반해서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도 차츰 알아가다 보면 '워~ 이 사람 진짜 아니다..'싶을때가 많고, 반대로 처음엔 그닥 끌리지 않던 사람도 서로 대화하고 만나 놀다보면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싶을때도 많으니까요. 저도 연애경험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사귀게 되는 케이스가 거의 저런식으로 서로 편하게 알고 지내던 케이스...더군요.
제 경우에도 '이 사람 아니면 안된다!' 생각하고 열혈 대쉬 했을때는 부담스럽다고 거절당할 확률도 높고 그러고나면 또 괜히 내가 억울해지고 그랬었는데, 그냥 서로 편하게 대하면서 친하게 지내다가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경우에는 상대가 승락해주기도 훨씬 쉬워지고 설령 뭐 거절당하더라도 억울한 기분 들지가 않더라구요.
내가 그애한테 밥사주고 놀러가서 돈쓰고 했던 일들이 고백 성공해보겠다고 '투자'한게 아니라, 그래서 투자대비 비용 못건져서 억울하고 분통한게 아니라, 그냥 나도 그간 그애랑 같이 밥먹고 놀고 하는게 즐거웠으니까 씁쓸하고 안타깝기는 해도 지난 시간이 억울할 일은 없죠.. 금전적으로 오버해서 손해본 것도 없고, 내가 평소 유흥비로 지출하던 금액 안에서 처리된 수준인데 뭐...
원래 투자란게 기대치를 높일수록 리스크도 커집니다. '어머나 이 주식은 꼭 사야돼!!'해서 사방팔방 돈까지 빌려서 잔뜩 긁어모았다가 대박이 터지면 다행이지만 쪽박이 나면...그만큼 억울하고 원통한 기분이 크게 들죠. 하지만 평소 매달 사용하던 지출 내에서 남는 자투리 금액 모아서 슬쩍 구매한 주식이 대박을 치면 물론 기분이 좋은 일이겠지만 설령 휴짓조각이 되더라도 그냥 '좋은 인생공부 했다'하고 웃어넘길 수가 있잖아요?
애당초 마음도 돈도 딱 내가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만 지출한다면야 설령 누가 어장관리 낚시질을 해와도 절대 걸릴 일이 없습니다. 상대가 '오퐈아~ 나 명품 핸드백 사줘어~' 해봐야 '나 이번달 생활비 2배짜리 가방을 내가 어떻게 사줘어^^?' 하고 말면, 그런 사람은 알아서 그 핸드백 사줄 사람 찾아 떠나갈 겁니다. '어머나 이 핸드백 꼭 사줘야 해!'하고 빚내서 사주는 순간 모든 악몽이 시작되는 것 뿐이죠.
너무 극단적인 예를 들었나요? 좀더 현실적인 예를 들자면, 여성분이 '오빠 나 밥사줘'라고 했는데 제풀에 혼자 신나서 고급 레스토랑 예약을 덜커덕 하는 사람은 '베스/블루길 같은 남자'입니다:) 자기가 무리없이 지출가능한 한도(나중에 본전생각 안날만한 지출한도) 내에서 결정해서 거기로 가자고 하거나, 혹은 여성분 쪽에서 약간 비싼 집으로 가자고 유도했을때 '그래! 그녀가 먹고 싶어하는데 이번달 생활비 좀 빵꾸나면 어때!'라고 하는 사람도 '베스/블루길 같은 남자'입니다:)
정상적인 케이스라면 '오늘 얘 생일이라도 되나? <yes/no>' '생일 아닌데 이런걸...내가 이번달 유흥비 여유가 좀 되나? <yes/no>' "야, 거기 비싸다. 나중에 내가 성공하면 그때나 거기서 한턱 낼테니 그냥 다른데 가자!" 정도의 프로세스는 작동을 해줘야죠... 허구언날 김밥천국 불신지옥만 데려가지 않는 이상, 이 정도의 정상적인 요구사항에 대해서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대다수의 여성분들이 '이 남자 쪼잔하다!' 실망하지는 않으니 걱정마세요ㅋㅋ 이런거에 실망해서 연락끊고 자기 비싼 밥사줄 다른 남자 찾아 떠날 사람일거 같으면 나도 신경끊고 잊어버리면 됩니다.
결론 짓자면, 누가 나한테 어장관리를 시전하느냐 아니냐는 사실 중요한게 아닙니다. 중요한건 내가 '낚일만한 남자이냐 아니냐'죠. 낚일만한 남자는 누가 특별히 어장관리를 본인에게 시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어장을 만들어 낚여줍'니다. 낚이지 않을 남자는 자기 주위에 12등급 어장관리 파워가 감지된다 한들 스스로 전혀 안 낚이고 버텨냅니다. 스스로 사심을 버리면 애당초 누구한테 낚일 이유가 없다는 거죠:)
네, 물론 그래서 이렇게 이론을 빠삭하게 설파하는 저는 지금 솔로랍니다... 오늘도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의 구호를 차분히 따라 읽으면서 이론 공부의 시간을 마치도록 하죠.
우리는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외롭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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