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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8 13: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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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어찌보면 한나라당보다 더 시급한 '치워야할 똥'인 존재죠.
한나라당이 물리쳐야 할 악당, 일제에 비유한다면 작금의 민주당은 이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국민들이 모은 성원과 힘을 중간에서 가로채가고 있는 이승만 같은 존재입니다. 거대한 한나라당 세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제1야당으로서 야권연합의 수장이 되어야 하는 역할은 맞는데, 다만 크기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깡패마냥 야권연합 안에서 강짜나 부리고 배짱이나 튕기고 있을뿐 뭐 하나 제대로 처리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국민들로 하여금 한나라당의 대안으로서 인지될 수 있게끔 청렴하고 방향성있는 정통보수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커녕 똑같이 부패한 모습을 보여주며 당의 비전과 방향성도 전혀 없습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노선을 정하기는 커녕 다른 야당들의 정책을 컨닝해 대충 버무린 다음 그나마도 자신있게 밀어붙일 생각조차 없습니다. 왜냐면, 이놈들은 그냥 2등만 해도 어느정도 먹고 살수 있다는 나태함에 빠져있으니까요. 말그대로 제 1야당의 지위에 만족하며 집권당이 될 욕심 자체를 버린 꼴입니다.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정책에서 실망한 부분이 있으면 당연히 그 반대되는 대안을 치고 나와 호응을 얻을 생각을 해야하는데, '아 괜히 여기서 전면적으로 치고 나왔다가는 안티들이 많이 생기겠지'하고는 지레 겁부터 먹고 발 뺄 생각을 합니다. 그럴바에야 그냥 안정된 2등이나 하고 말자는 식이죠. 그러고 나선 꼴불견스럽게 그냥 일단 무조건 '한나라당의 정책이니까 반대함. 대안은 음...음....여튼 그러함' 이따위 짓이나 하고, 결국 조중동의 '이 모든게 사사건건 딴죽이나 거는 야당놈들 때문이다'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됩니다.
지난 대선은 어찌보면 상황상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싸움이긴 했습니다. 고 김대중 전대통령이나 고 노무현 전대통령만큼 인지도와 파워를 갖춘 스타 정치인이 없었던데다, 한나라당은 다시금 위세를 회복해 이명박 같은 하자 덩어리 인물이 후보로 나와도 당선될만큼 파워가 있었으니까요. 그나마 김 전통이나 노 전통의 경우엔 자신의 파워와 스타성으로 정면 승부할수 있는 역량이라도 있었기에 어찌어찌 박빙 승부끝에 승리하기도 했지만, 그 둘이 물러난 이후 민주당은 그만한 힘을 지닌 인물을 전혀 배출해내지 못했습니다. 한나라당에서 좋은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계속해서 이슈를 몰고 다니는 스타 정치인들을 양산해낼 동안 민주당이 만들어낸 이들은 한손가락에 꼽을 정도 수준입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들 민주당의 몇안되는 스타들도 자신의 소신이나 방향성 같은게 전혀 없는 인물들입니다. 정체성마저도 모호해요.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경우엔 고집과 소신, 미련할정도의 우직함과 청렴한 이미지가 자신의 무기였습니다. 토론에 있어서도 침착하면서도 매우 강한 모습을 보인 이유가, 뭐가 됐든 자신만의 비젼이 있고 그걸 실행하겠다는 고집이 있었으니까요. 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경우엔 대한민국 민주화의 산 증인이자 화신과도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 자체가 스스로의 비젼과 방향을 나타내는, 그러기에 온갖 변절과 배신이 판치는 한국 정치사에서 매우 희귀한 인물이었죠. 포퓰리즘의 대가인 한나라당과 맞장 승부를 펼쳐서 이길수 있었던, 아니 최소한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확고한 고집과 신념으로 똘똘뭉쳐 어떠한 방향성을 지닌 포지티브한 인물로 비춰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에 드리운 암운은, 패배 그 자체가 아니라 이제 더이상 범야권을 대표할만한 인물이 없지 않냐는 비관이었습니다. 정동영이요? 자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말은 하나도 없고, 말 끝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안되니까 일단 나를 뽑으라는 식이었습니다. 비전도 방향도 없이 그냥 일단 이명박은 아니니까 나를 뽑아라... 이명박이 아무리 아니라 해도 병신 허수아비를 5년간 청와대에 앉혀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랬다간 지금 5년간 이명박이 나라 말아먹는 것과 별반 다를거 없이 나라꼴이 개판이 될테고, 더구나 그게 한나라당의 짓이 아니라 야권이 직접 저지른 짓이란 점에서 야권 전체가 한동안 재기불능에 빠질 위험이 있으니까요.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이 참패한 것은 이명박이 잘나서도 아니고 한나라당이 너무 강해서도 아니고, 강성한 한나라당에 맞서겠다는 야권 놈들이 기껏 내세운 정동영이란 카드가 정작 '이명박보다 못난놈'으로 비춰진 탓이 큽니다. 아무리 이명박이 아닌거 같다고 해도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찌어찌해서 우리나라를 강하게 만들겠다'는 말은 제대로 하지도 않고 '저새키 나쁜노무새키니까 대통령 안시키기 위해 일단 날 뽑으시라'만 중얼거리는데, 중도 표와 진보 표를 긁어모을 수 있을리가요. 결국 진보/중도쪽 표들이 정동영에게 표를 던지는것을 망설이게 되어버린 동안 한나라당 골수지지파 vs 민주당 골수지지파 둘이 1:1로 맞붙으면 양쪽의 규모상 한나라당이 압승하는게 당연한 노릇이죠. 진보나 중도에게 왜 표를 몰아주지 않냐고 비난한들, 애당초 나랑 노선도 다른 놈인데 그나마 인물 됨됨이조차 믿을만하지 못하다면 내가 내 소중한 표를 그놈한테 던져줘야 할 이유가 뭐냐?, 우리가 무슨 민주당 빠돌이라 병신을 내세워도 묻지마 지지해줄거라 착각하는거냐, 하는 비아냥을 들을 수 밖에요.
대선 이후의 행보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천안함때도 그랬고 연평도때도 그랬고, 민주당은 자신들이 제 1야당으로서 강력하게 치고 나와야 할 수많은 찬스이자, 나라를 위해 제 1야당으로서 당연히 지적하고 나와야 했을 순간들마다 '괜히 여기서 나서다가 역풍 맞는거 아니냐'하는 생각으로 리스크가 무서워 침묵했습니다. 암묵적으로 한나라당에 동조하고 묻어가버렸습니다. 야당으로서의 자신들의 비전과 독자적 방향성을 보여주긴 커녕 언제나 몸이나 사리고, 야권연대 내에서 다른 야당들의 표나 갉아먹으며 지분싸움이나 벌일 생각을 해왔습니다. 문제가 있는 인사를 과감히 쳐내버리고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하며 세대교체를 이루지도 못했고, 총선과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시점에서 여전히 민주당의 대권주자급 정치인이라고는 철새 손학규가 전부인 상황입니다. 결국 야권연대의 큰형님을 자처하면서 다른 야당들의 피나 빨아먹으며 2인자 자리에 안주하고 앉아있는 민주당이야 말로 야권의 진정한 적이라 생각됩니다. 손학규 역시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왜 넘어왔다는 주홍글씨가 박혀있는 인물이, 그냥 민주당 내에서 그나마 힘이 제일 세더라는 이유만으로 대선에 나와봤자 정동영 시즌2나 되면서 퀸메이커 역할이나 해줄게 뻔해보입니다. 왜냐면, 손학규는 박근혜 만큼이나 자기 소신도 지조도 방향도 비젼도 없는 인물이니까요. 아무런 비젼도 없는 바보 두 잉간이 대선에서 포퓰리즘 진검승부를 벌인다면야 손학규가 '박근혜'라는 강력한 노친네 단백질도둑냔을 장착한 '한나라 정자은행'을 이길수 있을리가요.
저같은 진보진영 사람들에겐 '선거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뽑는 거다'라는 공허한 메아리에서 조차, 민주당은 더이상 차악의 위치에도 끼지 못하는 놈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진보진영에게 한나라당은 여전히 적대해야할 가장 강력한 적이지만, 민주당은 그 적보다 더 병신같고 못난놈이자 야권연대의 방해물 취급일 뿐입니다. 이번 선거를 바탕으로 민주당이 정신 좀 차렸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만, 겨우 이거 이겼다고 신나서 까불거리며 다른 야권을 보듬을 줄 모르는 깜냥을 보고 있자니 역시나...하는 생각만 드네요.
그냥 진보는 진보의 길을 가겠습니다. 왜 표 안 보태주냐고, 너 때문에 졌다고 하는 얘기도 지겹습니다. 민주당에서 최소한, 우리 진보들과 노선은 다를지라도 최소한 '내가 뭘 좀 어떻게 이렇게 저렇게 해보겠다'고 소신을 부리는 인물이 나오지 않는 이상 내 소중한 표를 양보해줄 마음 없습니다. 이명박은 최소한 '내가 이렇게 요렇게 해서 나라꼴 한번 신명나게 말아먹어보겠습니다'라도 말했지, 한나라당이 먼저 뭘 꼭 말한 뒤에야만 '리액션으로서의 정책'만 펼치겠다고 소극적으로 나오는 바보들에게 던져주기엔 제 표가 너무 아깝습니다. 정동영이 그랬고, 한명숙도 그랬고, 지금 상황으로 봐선 손학규도 그럴거 같습니다.
민주당이 먼저 개혁의지를 보여주던가, 아니면 자폭이라도 해서 아직 시간 있을때 야권연대가 재조립되어 대선을 준비할 수 있게 해주던가 하지 않는 이상 민주당은 아웃입니다,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