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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1 11: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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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dSlayer //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정치서적은 없습니다. 모든 정치서적은 저자의 주관적인 정치적 성향에 따라 쓰여져 있죠. 진보진영에서 그나마 가장 온건하게 글을 쓰는 유시민씨조차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완전히 배제한 채 책을 쓰지는 않습니다. 판단은 오직 독자에게 달려있는 것이죠. 이쪽으로 치우친 책을 읽어보고, 저쪽으로 치우친 책도 읽어보고 그 가운데 어느 지점을 진실로 받아들여야 할지를 판단해야만 합니다. 물론 이건 상당히 괴롭고 지루한 과정이기는 합니다만 글이란게 아무리 중립적으로 쓰려고 한들 글쓴이의 주관이 묻어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고, 특히나 정치 서적은 저자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쓰는 글이기에 더더욱 그것을 피할수가 없기에 정치서적의 독자로서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필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도 정치서적을 좋아하기는 합니다만 한번 책을 정해 읽기 시작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정치서적을 읽고 나면 마치 열띈 토론현장에 장시간 착석해 있던 것 마냥 기운이 쏙 빠지거든요. 저자가 여기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가, 속내가 뭐고 바라는 바가 뭔가, 끊임없이 의심하고 생각하고 설득당하지 않으려 발악하면서 한문장 한문장 읽어내려가야 하니까요. 한가지 예를 들자면 논리적인 어조로 따지자면 역대 정치인 중 최고 수준을 자랑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메모와, 역시나 '글빨'로 따지자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최강급 유시민 참여당 대표의 정리와 첨언으로 쓰여진 노통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글 자체는 상당히 잘 쓰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정치적 타살로 비운의 생을 마감한 전대통령이라는 스토리를 미리 알고 있기에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울컥 감정이 치밀어 오르기까지 합니다. 냉정하게 읽기가 매우 힘든 책이죠. 유려한 문체로 소설 읽듯이 술술 읽어내려가게 되지만 잠시잠깐 긴장을 놓으면 이성보다 감성으로 책을 읽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의 공과중 과실에 대한 부분에서는 이 책이 노통의 입장에서 쓰여졌기에 자칫 긴장을 놓았다가는 그 말에 휩쓸려 버릴 수도 있습니다. 독자 스스로의 참여정부 공과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에 노통 입장에서의 항변을 하나의 사료로서 받아들여 첨가할지, 아니면 휙 휩쓸려 그 말만을 진실로 받아들여버리게 될지는 독자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는 시각'을 가지겠다는 것은 좋은 자세이기는 하나, 그것이 굳이 수구-진보세력간의 중간 위치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지난 10년간의 민주정권 시절도 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시절과 노통의 참여정부 시절은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물론 민주정권이라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국민의 정부 시절은 아직까지 대통령 1인의 권위가 강력하게 남아있었던 시대이고, 대통령의 '당파'라는 것도 존재 하던 시절이었죠. 그러나 참여정부는 같은 민주정권이라 할지라도 이전 5년과는 달리 대통령 스스로 탈권위와 분권을 주창하며 권력을 분산, 약화 시킨 정권이었죠. 물론 국민의 정부 시절 IMF로 인한 경제 혼란을 많이 수습해 둔 이후라 그것이 가능해진 점도 있으나 이 것은 참여정부의 핵심적 성과인 점입니다. 두 정권이 각각 이뤄낸 성과들과 서로간의 차이점, 그리고 이것으로 살펴 볼 수 있는 각각의 한계점들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료들은 노통의 자서전과 고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단, 정치서적 중에서도 가장 읽기 괴로운 책이 바로 정치인의 자서전이라는 점이, 읽는 내내 본인에 대한 변호와 은근히 드러나는 자랑을 걷어내고 밀어내며 읽어야 한다는 것 때문이죠. 그러기에 서로 상반된 두 인물의 자서전을 비교 대조해가며 읽는 것이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무현의 반대되는 인물이 꼭 이명박일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한나라당 쪽 인물 중에는 글 잘 쓰는 인물이 워낙에 없는데다, 논리란 것 자체도 부재한 경우가 많아 횡설수설 아니면 화장실 유머 스러운 책들이 대다수거든요.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비슷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두 정치인에 대한 비교 대조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