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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2 01: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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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교육은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달리해서 바라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무상교육에는 결국 교육기관의 평준화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할테고, 이것은 얼핏보면 '1등과 꼴찌가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는 의문을 가질법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무상교육이 이뤄지는 세상에선 교육에 대한 시각을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바꿔서 바라봐야 합니다.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하죠. 현재의 교육은 아이들을 경쟁시키고 등급을 나누는 교육입니다. 정해진 틀 안에서 아이들의 등급을 나눠 쓸만한 상위권 아이들을 취하고 나머지는 방치하는 교육이죠. 교육의 목적 자체가 '인적 자원 육성'에 맞춰져 있기에 이미 정해져있는 틀 안에서 따라올 아이들은 따라오고 나머지는 버리는 식인거죠. 철저하게 고용주, 사용자 입장에서 쓸만한 일꾼을 골라 취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아이들 각자의 꿈이나 적성, 개성과는 상관없이 획일적인 기준하에 계급이 매겨지고, 당연한 말이지만 각각의 인격 수양이나 자기 완성 따위는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아이들이 자라나는데 가장 중요한 '도덕, 윤리, 역사'등의 인문학은 찬밥취급에, 감수성과 체력을 길러줄 체육, 미술, 음악 등은 구색맞추는 수준으로 전락해있는게 우리네 교육의 현실이죠.
무상교육이 목표하는 바는 단순히 '공짜로 가르치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최소한 사회에 진입하기 전의 미완성 상태인 아이들에게는 경쟁을 시키지 말고, 이후 사회의 일원으로서 한사람의 몫을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게 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것이죠. 교육의 목적이 '고용자 입장에서 옥석가리기 쉽게끔 등급나누기'가 아니라, 아이들 입장에서 한명 한명이 사회에 나가 공동체의 일원이자 경제주체로서 제 몫을 할 수 있게끔 기본적인 인문학 소양을 갖추게 하고 자신의 적성과 개성에 맞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일을 하기 위한 기본 지식을 갖추게 하기 위한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죠. 이 교육에서는 1등,2등,꼴찌의 구분이 필요없습니다. 적정 기준을 정해두고 그 기준에 도달했느냐 아직 못했느냐만 중요할 뿐이죠.
물론 이렇게 된다면 각 기업들의 불만은 많아질겁니다. 왜냐면 지금까지는 대충 출신 학교보고 대충 걸러내 사람 뽑으면 됐는데, 이제는 일일이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 가려 뽑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될테니까요. 이제, 하는 일도 없이 인맥 놀이나 하면서 비싼 봉급 쳐받아먹던 각 기업 인사과가 제 밥값 하기 위해 더 바빠져야 할겁니다. 각 회사들의 인재 선별/교육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훨씬 더 높아져야 할테구요. 대학들도 지금까지처럼 '하는 것 없이' 손쉽게 돈버는 짓은 더이상 못하게 됩니다. 솔직히 지금의 대학들은 서열 가르는게 우스운 수준이에요. 어떤 아이를 뽑아 얼마나 잘 가르치겠다는 노력은 없이, 그저 '이미 우수한' 아이만 뽑아 데려올 생각만 하죠. 이미 공부잘하는 아이를 데려다 대충 몇년 등록금만 받아먹고 내보냅니다. 이름 높은 소위 엘리트 대학들은 그렇게, 정작 자기네가 가르친건 별로 없으면서 이미 우수한 성적이었던 아이를 입학부터 졸업까지 그대로 통과시켜 내보냅니다. 그리고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들어간 졸업생들을 빌미로 자신의 이름값을 더 높이고, 투자를 더 받아내서, 시설을 확충하고 비싼 교수들로 교수진을 채우죠. '돈으로 돈을 버는', '유명세가 다시 더 큰 유명세를 불러오는' 꼴에 불과합니다. 국내 최고의 대학들이라 불리우는 최상위 엘리트 대학들의 -최근 더더욱 부쩍 늘어난- 돈에 눈이 멀어 권력에 빌붙고 온갖 추문을 뿌리는 짓거리들이야 말로 그 증거죠. 유력정치인에 줄서기하는 모습이라던가, 대기업 총수들에게 건물 한채 받고, 투자금 잔뜩 받고 학위를 덥썩 내주는 곳이 바로 우리네 최상위 엘리트 대학들의 실체입니다.
무상교육의 목표는, 교육기관은 더이상 아이들에게 1등품 한우, 3등급 한돈 도장찍어 내보내는 소세지 공장이 아니라, 아이들이 사회 속으로 나아가기 전에 기본적인 소양과 실력을 기준치까지 받아 나가게끔 만드는 최소한의 기본장치로 만드는 겁니다. 물론 각각의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적성을 찾도록 최대한 도와줘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태하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할 수 있게 독려하는 장치가 필요하기는 합니다만 그것에 대한 복지-선진국들의 여러 사례도 있고, 또 우리 사정에 맞는 연구도 따라야겠죠.(어느 직업이든 희망하는 대로 공부할 기회는 무상제공해주되, -전문직일수록 더 꼼꼼해야할- 몇차례의 자격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그 직업을 더이상 선택하지 못하게 막는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구요) 또,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직업에 귀천을 따지는 잘못된 인습'도 고쳐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이 현실적인 선까지 올라와야 하며 살인적 노동환경도 개선되어야 하죠.
이것을 위해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지금의 이 잘못된 교육체제 때문에 낭비하는 각 가정의 비용과 사회전체의 비용을 이쪽으로 돌린다면 충분히 해결하고도 남을 것이라 봅니다. 대학 평준화는 '왜 우리나라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가야만 하는가'에 관한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대한 해답이 될수 있으며, 초등~고등교육까지의 쓸모없고 소모적인 '학군경쟁'이 사라진다면 부동산 거품을 걷어내는 것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강남 8학군 지역 땅값이 왜 불패일까요?) 그리고 학부모들은 '겨우 10대인 우리 아이가 경쟁에서 뒤쳐지면 어찌될까'하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에서 해소될 수 있으며, 이러한 공포감을 이용한 공포 마케팅으로 살아가는 사교육 시장도 없앨수 있습니다. 우수한 교육자 재원들이 공교육에서 빠져나가 사교육으로 유출되어 소수 부유층 자녀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던 폐해도 없어지고, 학부모들의 무지막지한 사교육비 지출도 없어지겠죠.
약육강식의 정글과도 같은 지금의 교육현실에서 사교육에 지출해야했던 막대한 비용을 그대로 교육을 위한 세금으로 낸다고 치더라도, 학부모들은 최소한 엄청난 스트레스와 공포에서 해방되는 효과는 누릴수 있습니다. 그 금액이 크더라도 누구나 같은 비율의 교육세를 내기만 하면 자녀에게 동등한 교육을 받게할 수 있다는 안정감과, 아무리 많은 학원비를 지출해도 '이래도 내 자식이 뒤쳐지면 어떡하지'하는 공포감 속에 사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니까요. 더불어 이제 더이상 친구를 '내가 짓밟고 올라서야 할 대상', '나보다 연약한 학우는 내가 밟고 짓누르고 잡아먹어도 괜찮은 대상'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동등한 인격체로 대할 수 있게된 우리 청소년들의 인격수양에도 큰 도움이 될겁니다.
무상교육은 지금처럼 교육을 무슨 비즈니스,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게 아닙니다. '교육 인적 자원' 육성 같은 살벌하고 딱딱한 개념으로 보는게 아닙니다. 교육이 우리아이들의 일인 만큼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이기에 얼마의 예산이 들어가든 최우선 해결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보는 '새로운 관점'인 겁니다. 돈이 얼마가 들고 예산이 어쩌고, 다 필요없습니다. 당장 북한이 우리나라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비에 대한 투자는 인색할 수가 없는 문제죠. 얼마가 들든 지켜낼 수 있을 수준까지 퍼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헌데,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의 미래이자 우리 자식들의 문제에 대해서 계산기 부터 두드리는 것이 과연 현명한 태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