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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3 13: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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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는 기본이 열혈 캐릭터라 귀엽기는 한데 다 옳지만은 않음.
진중권은 기본이 냉혈 캐릭터라 옳은 말만 하기는 하는데 귀엽지가 않음.(호감이 덜 감)
나꼼수 떨거지 특집에서 심상정이 매우 중요한 발언을 하나 했는데, 우리네 진보 세력에선 워낙에 독재권력과 피터지게 싸워오다보니까 '권력의지'와 '권력욕'을 잘 구분하지를 못하고 '권력' 자체를 무조건 배척하고 껄끄러워하는 성향이 생겼음. 자신의 물욕만을 위해 권력을 탐하는 '권력욕'과, 정권을 잡아 나라를 바르게 이끌어보겠다는 의욕 그 자체인 '권력의지'는 분명 구분해야 하는 것이고, 스스로 그 둘이 다른 것이란 걸 알면서도 일단 '권력'자체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수도승 같은 자세를 보이는 것임.
헌데 이건 굳이 진보쪽이나 민주쪽 정치인들 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마찬가지라, 일단 누구든 아무리 유명하고 좋은 이미지를 가진 인물일지라도 일단 정치에 입문하면 색안경부터 쓰고 봄. '저놈 저것도 역시 정치판에서 한자리 차지해보겠다는게 목적이었구만' 하면서. 정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가 '권력욕'과 '권력의지'를 구분해 사람을 판단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권력을 탐한다 해서 무조건 나쁜것만은 아니다'라는 인식, '정치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나쁜놈들만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있어야 함.
이런 인식 변화에 있어 정봉주의 역할이 매우 큼. 정봉주의 캐릭터는 때로 좀 속물적이고 자기 자랑 늘어놓고 대놓고 권력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며 실수도 하고 자폭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밉지 않고 귀여움. 호감을 살 수 있음. 이 점이 정봉주의 가장 큰 무기이자 가치이며 지금 정치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하지만 동시에 실수투성이에다 항상 옳은 말만 하는 것은 아니고 때론 억지도 쓰고 우기기도 하고 잘못된 판단을 밀어붙이기도 하며 특정 정치성향을 강하게 띄고 있는 특정 정당 소속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됨.
반면 진중권의 가치는 길게 설명할 필요없이, 상황이나 시기를 따지지 않고 언제나 '눈치없이'(아니 솔직히 얘기하자면 '일부러 눈치보지 않고') 바른말만 하는 바른말쟁이임. 물론 때론 승리를 위해서 의도적 침묵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상대와 똑같은 폭력으로 맞설 수도 있고, 진실을 잠시 숨겨 뒤로 미룰 필요도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략적 결정일뿐, 우리가 싸우고 있는 상대가 거짓과 위선과 몰상식의 집합체이며 그에 맞서 우리가 내세우고 있는 가치가 진실과 상식이라면 승리를 추구함과 동시에 우리가 승리에 대한 열망에 취해 스스로의 가치를 버리고 상대와 똑같이 되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 일임. 진중권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이들 중 하나.
내 마음에 안든다고, 혹은 내가 좋아하는, 신봉하는 것을 깐다고 무조건 진중권을 몰아세우기 이전에, 조중동 수구언론의 저런 저열한 이간질이 통하는 건 애당초 우리 대중이 그깟 이간질에 흔들릴 정도로 생각의 기반이 얕았다는 방증일 뿐임.
조중동이 진중권 말을 빌려 나꼼수를 흔드는거에 대해 '나 자신은 깨어있는 사람이라 안 흔들리지만!', '덜 깨어 있는 다른 대중들이 휩쓸릴까봐 걱정이라서!'라고 말하는 거 자체가 이미 반-나꼼수적이며 반-김어준적인 발상. 어준총수와 나꼼수는 대중이 우둔하여 누군가가 이끌어줘야 할 대상이라고 보지 않고 그 자체가 이미 큰 흐름이라 주장하는데, 그 속에서 편을 갈라 '나는 더 깨어있고 누구는 덜 깨어있으니 덜 깨어있는 사람들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반론을 원천차단해야 한다'는 말이 옳다고 봄? 아니, 흔들리는건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겠지, 남 핑계를 댈 뿐. 나꼼수가 현재 반 수구 세력의 가장 큰 무기이자, 그만큼의 가치를 가진 수단임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이 최고이자 전부라고 맹신하는 자기 자신이 문제인 거.
이건 비단 나꼼수 지지자들만의 문제는 아닌게, 어준총수나 시사되지, 사탄기자는 그나마 그에 대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봉도사는 열혈이 너무 과해 스스로 나꼼수를 너무 맹신하고 있음(물론 여기에는 나꼼수가 현재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크지만) 막말로, 진중권더러 숨어서 입만 나불댄다 욕하는 사람이 칼라TV를 까는 행동을 했단거는 그야말로 대형 자폭;; 거꾸로 칼라TV랑 나꼼수를 비교하면 나꼼수가 지하 녹음실에 모여 자기네끼리 낄낄댈 동안 칼라TV는 온갖 험한 현장 돌아다니며 직접 그 현장을 취재해 알린 곳인데 '인기 없어 망했다, 우린 인기가 많아 흥하는데'하는 소리는 인기 많다고 옳은 게 되는 거면 조선일보는 국내 제일 바른 언론일 듯.
지금 반 수구세력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진중권에 대한 맹목적 추종도 나꼼수에 대한 맹목적 추종도 없이 중용을 지키는 것임. 진중권 트윗보고 낄낄거리는거나, 나꼼수 방송듣고 낄낄거리는거에 비해 무척이나 어렵고 난해한 일인듯 하지만, 진교수도 어준총수도 표면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다를지 몰라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요구하는 바는 바로 저것임. 저거 할 자신이 없다면 반 수구세력 하질 말아야지.
일단 이명박과 수구세력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나, '우리의 가치'를 찾아내지 못하고 '저들의 가치에 반대하는 것'만을 내세워서는 결코 이겨도 이기는게 아님. 수구매국 세력의 뿌리도 뽑아내지 못함. 그냥 저것들 다 늙어죽을때까지 무책임하게 시간 흘려보내는 도중에 무료하니까 이짓 저짓 장난질이나 쳐보는 수준일 뿐이지.